↑ `옷소매 붉은 끝동` 정지인 감독이 예상을 뛰어넘는 사랑에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제공| MBC |
지난 1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극본 정해리, 연출 정지인 송연화, 이하 '옷소매')은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 성덕임(이세영 분)과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제왕 이산(이준호 분)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를 그렸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사랑 받은 강미강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소설 이상의 인기를 모았다.
지난해 11월 12일 첫 방송 당시 시청률 5.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작한 '옷소매 붉은 끝동'은 시청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끝까지 상승세를 보였다. 16회 순간 최고 시청률 19.4%까지 치솟았으며 마지막회는 17.4%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지난 3년간 일일, 주말 드라마를 제외한 미니시리즈 작품 중 10%를 넘기는 작품이 없었던 MBC로서는 단비 같은 작품이었다. '옷소매' 연출을 맡은 정지인 감독은 인터뷰에서 먼저 "방송을 함께 만들어 온 모든 스태프들과 배우 분들, 그리고 늦은 시간에 끝까지 함께 해주신 시청자 분들에게 감사 드린다"고 인사했다.
이어 "원작과 대본의 힘을 믿었고 현장에서 배우와 스태프들의 에너지를 믿었기에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을 기대했는데 이 정도까지의 반향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린다. 이 정도 반응을 얻으니 그동안 고생 많았던 현장의 모든 사람들이 생각나고 그들과 함께 큰 만족감을 나눌 수 있어서 참 뿌듯하다"고 행복하게 돌아봤다.
'옷소매'는 정지인 감독이 그동안 했던 다른 작품들과는 첫 방송부터 반응이 달랐다. 정 감독은 "이제까지 했던 드라마 중 첫 방송이 나가고 제일 많이 연락이 와서 깜짝 놀랐다. 방송이 나갈수록 시청률이 오르고 화제성을 유지하는 걸 보고 좀 많이 신기했고 신도 났다. 끝나고 나서도 많이들 봐주고 계신 듯해서 너무 감사하다. 많은 분들이 이런저런 감상들을 전해주셔서 제작진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답도 드리고 있는 요즘이다"라고 고마워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반응이 뜨거운 드라마가 처음이라 좋으면서도 많이 낯설고 얼떨떨하다.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지 몰랐고,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열심히 할 걸 그랬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 당장 복기할 자신은 없지만 보게 되면 또 부족한 면도 보이고 그럴 것 같다. 다들 반응이 좋은 건 얼마 안 가니 있을 때 즐기라고들 하는데 어떻게 즐겨야 하는 지도 잘 모르겠다. 이런 인터뷰도 처음 하면서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고 즐거운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 정 감독은 5회 엔딩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았다. 제공| MBC |
'옷소매'는 이산과 덕임, 일명 '산덕 커플'의 로맨스로 팬들을 설레게 했다. 명장면도 다수 탄생했다. 연출자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일까.
정 감독은 "5회 엔딩에서 시경을 낭독하던 중, 영조의 난입 이후 덕임이 산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촬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드라마 전개상 가장 중요한 장면이었고, 산과 덕임, 두 사람의 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동궁 처소 세트가 세워지자마자 두 사람의 위치를 어디에 놓을지 고민했고, 촬영 감독과 조명 감독에게 그림자를 이용한 투샷을 꼭 찍겠다고 했다. 초반의 세트 촬영이라 조명과 촬영 장비 세팅도 한참 걸렸다. 점심 먹고 리허설을 시작해서 밤 1시가 꼬박 넘어 촬영이 끝났다. 이세영과 이준호가 기운이 다 빠진 상태로 저한테 와서 셋이 부둥켜 안았다"고 떠올렸다.
오랜 시간 촬영하면서 진이 빠졌을 두 사람은 힘든 와중에도 "만족스럽게 나왔냐"고 물었다고 했다. 정 감독은 "설레는 감정에서부터 분노와 당혹감, 그리고 충심과 연심으로 이어지는 감정의 릴레이를 배우들 모두가 훌륭하게 소화한 덕분에 저에게는 최고의 장면 중 하나로 남아있다. 드라마의 수많은 엔딩 중 초반에 찍은 만큼 더욱 애착이 간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준호가 맡았던 이산, 정조라는 캐릭터는 실존 인물이면서 드라마, 영화, 웹툰, 웹소설 등 각종 콘텐츠에 등장해 사랑을 받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옷소매'에서는 어떤 이산을 보여주려 했을까.
정 감독은 "원작과 기록에 충실한 이산의 모습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스스로에게 엄격한 만큼 남에게 엄격하고 곁을 쉽게 내주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준호와 초반에 캐릭터 설정에 대한 의논을 하면서 워낙 자료가 많은 실존인물이고 사람들의 기대치가 큰 만큼 그런 기록들 속에서 이준호의 이산을 만들어보자고 했다"면서 "(이준호에) 타고난 왕의 위엄을 위해 자세나 생활습관을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현장에서 매 순간 자세를 고쳐 잡고 있더라. 무릎이나 허리에 무리가 올까 걱정하면 언제나 '괜찮다'고 하는게 신기했다"고 이준호의 노력을 추켜세웠다.
정 감독은 또 "세손 시절부터 왕으로의 세월 변화를 발성과 톤을 조절해 표현하는 건 순전히 이준호의 몫이었다. 따로 주문을 하지 않았음에도 알아서 톤 변화를 주면서 시간의 변화를 표현해냈다. 이 작품을 기획할 때 어떤 이산을 그렸는지는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면서 "그냥 이준호가 이산이다"라고 믿음과 애정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옷소매' 속 이산은 원작의 매정하고 칼 같았던 이산보다는 로맨틱했다는 평도 나왔다. 이에 대해 정 감독은 "의도하지 않은 부분"이라며 "오히려 예전에 이서진이 연기한 정조 이산이 훨씬 로맨틱한 면이 많다고 생각한다. ‘옷소매’의 산은 쉽게 곁을 주지 않는 경계심 많은 인물이다. 그러나 ‘나의 사람’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마음의 빗장을 푸는 사람이다. 산이 덕임을 마음 속에 들이는 순간부터 이준호의 눈빛은 이전과 다르다. 후반부로 갈수록 덕임을 열망하고 깊어지는 산의 마음에 따라 그 눈빛은 점점 애처로워진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준호의 맞은편에는 이세영이 있었다. 정 감독은 "(이산의 연기에 대한) 덕임의 반응은 오로지 이세영의 몫이었다. 산에 대한 연모하는 마음과 본인의 소소한 일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덕임의 처지를 이세영은 처연한 눈빛과 미세한 몸짓으로 섬세하게 표현했다. 모진 말로 서로를 상처 주는 와중에도 산과 덕임의 눈은 서로를 향한 진짜 마음이 우러나온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두 배우의 눈빛이 화면 속에 잘 담기면서 많은 시청자들을 가슴 설레게 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며 공을 돌렸다.
역사 속 여러 임금들이 궁녀에게 승은을 내려 상궁이나 후궁으로 만드는 일이 흔했던 반면 정조 이산은 동궁 시절부터 즉위 후까지 15년간의 기다림 끝에 단 한번, 성덕임에게만 승은을 내렸고 후궁으로 만들었다. 이후 의빈 성씨가 사망한 뒤에는 '어제의빈묘지명'과 '어제의빈치제제문' 등을 남기며 잊지 않고 의빈 성씨를 기렸다. 조선시대의 로맨스를 꼽으라면 두 사람의 이야기가 첫 손에 꼽힐 정도로 절절한 사랑을 했던 것.
두 사람의 이야기는 이미 2007년 MBC 드라마 '이산'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정 감독은 "저도 재미있게 봤다. 의식을 하지 않을 없었지만 이미 10년이 넘은 작품이기 때문에 새로운 이산이 등장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산' 속 이산은 모든 면에서 완벽한 남자 주인공이었고 많은 사람을 포용하는 너그러운 사람이었다. 성송연이 주변의 방해를 극복하고 이산과 사랑을 이루는 드라마였다"고 분석했다. 이어 "하지만 '옷소매' 속 산은 완벽해 보이지만 결점이 있는 사람이고 주변에 관대하지도 않다. 그리고 산의 사랑은 덕임을 기쁘게 하는 동시에 두려움을 안긴다. 산은 덕임을 사랑하면서 잃을 것이 하나도 없지만 덕임은 산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한 남성의 사랑이 아니라 제왕의 사랑이 어떻게 덕임을 외롭게 하는 지, 그리고 이를 산은 과연 이해를 하는지 끝까지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정 감독은 또 "원작에 입각해 '이산'에서 다루지 못했던 의빈 성씨, 성덕임의 마음을 다룰 기회라고 생각했다. 산과 덕임의 관계가 그저 흔하게 왕의 승은을 입은 후에 행복하게 오래도록 살았다가 아닌 실제의 감정을 보여 줄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돌아봤다.
↑ 정지인 감독이 극중 궁중 여성들을 주체적으로 그려낸 이유를 설명했다. 제공| MBC |
'옷소매' 속 성덕임은 상당히 주체적으로 그려졌다. 성덕임 뿐 아니라 제조상궁 조씨(박지영 역)도 역모를 꿰할 정도로 독립적인 모습을 보이며 전통적인 여인상과는 다르게 그려졌다.
이에 대해 정 감독은 "사극에서 여성이 할 수 있는 주체성은 명확히 한계가 있었고 그 한계를 어느 선까지 넘을 수 있는 지 매번 시험을 받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대장금’과 같은 선구안적인 작품이 있었기 때문에 궁녀의 역할을 그 작품 이상으로 살리는 것은 분량으로도 무리라고 생각했다. 짧은 호흡의 미니시리즈 안에서 정해리 작가님의 서사 속 원작에 있는 궁녀들의 마음과 생각이 보는 이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집중했다. 이는 비단 성덕임과 동료들뿐만 아니라 궁에서 생활하는 다른 여성들의 마음도 마찬가지였다"고 덧붙였다.
정 감독은 또 "그 마음에 따라 덕임은 선택을 한다. 사소한 것이라도 본인의 의지에 따라 선택하는 덕임을 그리고자 했다. 시대적인 한계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선택하는 삶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세영과는 첫 미팅에서부터 마지막 촬영까지 덕임의 마음을 물었다. 덕임이 어떤 마음으로 대사를 하고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가 가장 중요했다"며 덕임을 표현하는데 공을 많이 들였다고 설명했다.
또 "원작을 바탕으로 해서 대본을 읽어가며 이세영이 생각하는 덕임의 마음을 나침반으로 삼았다. 전달이 더 필요한 부분들은 현장에서나마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마지막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