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인 감독이 이덕화 박지영 이준호 이세영 등 열연한 배우들을 극찬했다. 제공| MBC |
정지인 감독은 "이준호, 이세영 둘 다 쉽게 만족하지 않는 배우들이다. 배려심도 많고 상대방과의 연기 합을 누구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감독의 입장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조합이었다"면서 "특히 멜로물에서는 두 배우의 케미가 중요한데, 이세영과 이준호는 리허설 중 끊임없이 상의하며 어떤 식으로 연기할 지에 대해 상대방과 맞춘다. 물론 그 사이에는 세상 희한한 장난도 섞여 있기 때문에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 웃다가 정신 못 차리는 적도 많았다. 장난 치다가도 슛 들어가면 산과 덕임이 되어 초집중하는 모습에 언제나 감탄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 감독은 이세영에 대해 "장난스러운 모습과는 다르게 절대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언제나 들고 다니며 뭔가를 잔뜩 적어놓고 리허설 중에도 계속 메모를 하더라. 스스로 연기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제가 오케이를 해도 다시 찍고 싶다고 꼭 얘기한다. 이유가 명확하고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은 배우의 요구를 거절할 감독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다른 배우들과 다르게 모니터링은 따로 하지 않는다. 이유를 물어보면 감독님이 알아서 할 테니 본인은 안 봐도 된다고 한다. 최선을 다해 표현하고 감독에게 최대한 많은 선택지를 안겨주는 연기자다. 가끔 근로 시간에 쫓겨 이세영이 다시 찍고 싶을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넘어가야 하는 순간이 가장 안타까웠다"며 감사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준호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어지간하면 대본을 보지 않았는다. 언제나 완벽하게 숙지하려고 하는 스타일이었고 모든 걸 준비해서 현장에 나타난다. 대사를 외우는 게 어렵다고 얘기하면서도 긴 대사량을 막힘 없이 술술 하면서 감정 연기도 섬세하게 하는 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감탄했다.
이어 "그리고 촬영이 끝나면 언제나 물어본다. 본인 연기가 어땠는지에 대해. 너무 좋았고, 오늘 이 신 완전 찢었고 아까 찍은 그 커트는 꿈 속에 나오겠다고 얘기해도 언제나 아쉬워하는 눈빛이었다. 내가 뭘 놓친 게 아닌지 편집실에 가서 또 확인하게 만드는 연기자다"라고 칭찬을 거듭했다.
영조 역을 맡아 제왕의 카리스마와 결핍, 자격지심 등 모순되는 감정이 쉼없이 요동치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야말로 광기어린 연기를 보여준 이덕화 역시 드라마를 이끈 일등 공신이다. 정 감독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 영조와는 좀 색다른 느낌을 찾아야 했다. 변덕이 심하면서 명민함을 유지하는 동시에 언제 어디로든 분노할 수도 있는 에너지가 충만한, 그리고 제왕의 카리스마를 살릴 수 있는 배우가 누구일지 고민했다. 많이 고민하지 않았는데 (영조는) 이덕화 선생님이었다"고 캐스팅 뒷얘기를 들려줬다.
이어 "이덕화 선생님은 본능적으로 본인에게 시선을 집중시키는 한방이 있다. '덕화는 덕화였다'고 말하고 싶다. 캐릭터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으시며 후배 연기자들과 끝없이 교감하시더라. 이준호가 연기하는 정조가 세월의 변화에 따라 종종 영조의 몸짓이나 발성이 배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이덕화의 영조가 이 드라마에 남긴 흔적들을 떠올렸다"며 "5회 엔딩과 11회, 12회 편전의 신들은 이덕화의 영조가 아니었으면 완성되지 못할 장면들이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편전에서 영조가 옥새가 찍힌 금등지사를 찾는 장면을 언급하며 "연기자들의 힘에 백프로 이상 의지해서 만들어야 하는 장면이었다. 이덕화 선생님은 아침부터 새벽까지 이어진 촬영 중에도 전혀 지친 기색 없이 후배 연기자들을 독려하면서 편전 신을 완성해나갔다. 제작발표회에서 저에게 진정성 있는 감독이라고 한참 칭찬해주셨는데 선생님이야말로 진정성 중의 진정성을 보여준 연기자셨다"고 공을 돌렸다.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는 또 있었다. 제조상궁 역의 박지영이다. 정 감독은 "카리스마와 함께 왕에 대한 애증을 캐릭터 속에 녹여낼 수 있는 최고의 캐스팅 중 하나였다"면서 "자신에게 궁녀 역할을 제안한 작품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도대체 어떤 감독인지 궁금했다며 호탕하게 웃으신 모습에 새삼 반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이어 "1회에서 영조와 함께 아역들을 이끌어 주며 드라마의 시작을 힘있게 열어준 최고의 연기자였다. 사극을 처음 하는 감독과 후배 연기자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줬다. 언제나 아이디어가 많았기 때문에 리허설을 할 때마다 무척 즐거웠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감사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15살에 영조와 결혼한 어린 대비, 정순왕후 역을 맡은 장희진에 대해서는 "‘공항가는 길’에서 본 이중성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따뜻함과 서늘함이 우아하게 공존하는 모습에서 기존의 작품에서 보지 못한 정순왕후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실제 대화할 때와 연기할 때의 발성이 너무나도 달라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긴장감 있는 장면들에서 어디서 찬바람이 부는 게 아닐까 하는 서늘한 분위기를 만드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매력적인 배우였다"고 말했다.
또 서상궁 역을 맡은 장혜진은 정 감독이 서상궁 역으로 가장 먼저 떠올린 배우였단다. 정 감독은 "덕임을 따뜻하게 감싸면서도 생활감 넘치는 서상궁으로 다른 사람은 도저히 생각나지 않았다. 또한 동궁전의 상궁으로서 산에게도 중요한 인물 중 하나였다. 촬영 현장에서 에너지와 활력을 불어넣는 배우의 매력과 능력이 캐릭터 속에 녹아 산과 덕임을 끝까지 보듬어왔다고 생각한다. 긴 촬영기간 저 역시 이 배우에게 많은 부분을 의지한다고 느꼈다"고 고마워했다.
이준호는 목욕신에서 탄탄한 복근을 선보여 팬들을 설레게 했다. 나날이 턱선이 샤프해지며 미모에 빛이 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이준호의 체중 감량은 제작진이 요구한 내용일까.
정 감독은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식단 관리를 하면서 예민한 외형의 이산을 유지했다. 그 와중에 6부 엔딩을 찍을 때 보니 몸 관리도 완벽하게 해서 그저 감탄에 감탄을 더했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 마지막까지 식단관리를 하고 있는 게 참 안쓰럽기도 했다. 치킨 얘기를 하도 많이 해서 치킨 쿠폰을 보낸 적은 있지만 사용했을 지는 의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반대로 이세영에게는 살을 찌워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정 감독은 "생각시 시절부터의 덕임을 표현하기 위해 살을 좀 찌우는 게 좋다고 했다. 하지만 촬영 전에 찌운 살들이 여름을 지나면서 점점 빠져 너무 안타까웠다. 날씨가 차차 선선해지면서 이세영이 빠진 살을 회복하고 기운도 차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 명은 끊임없이 먹어야 한다고 얘기하고 실제로 계속 뭔가를 입에 넣고 있었고, 한 명은 닭가슴살 외에는 뭘 먹는 걸 거의 본 적 없는 웃픈 현장이었다"면서 "모니터 앞에 있는 간식 바구니를 둘 다 종종 기웃거렸다. 이세영은 올 때마다 과자나 젤리를 꼬박꼬박 먹었고, 이준호는 7개월 내내 구경만 하다가 젤리만 두 번 가져갔다"고 소소한 촬영장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 정지인 감독은 PPL의 양면을 경험에서 들려줬다. 제공| MBC |
최근 웹툰이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많이 나오고 있다. 흥행하는 작품도 많지만 원작과 비교되는 작품들도 많다. 원작 팬들이 많아 기대를 모으는 만큼 다른 작품들 보다 부담감도 클 수 있다. 정 감독은 왜 이 작품을 선택했을까.
정 감독은 "'옷소매'는 원작 구입부터 시작해서 작가 선정 등 내부 연출이 처음부터 기획을 주도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을 한 작품"이라면서 "원작을 처음 읽은 건 2018년이었다. 읽고 나서 당시의 CP와 기획팀 프로듀서와 함께 바로 원작 구입을 추진했다. 드라마로 각색할 경우에 소설의 마지막이 너무 비극적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무조건 원작처럼 드라마를 끝내겠다고 했다. 원작의 정서와 마지막 느낌을 살리는 것이 드라마 제작의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작의 정서를 잘 살리되 원작을 보지 않은 분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작가님과 저의 목표였다. 다행히 대본을 일차적으로 읽은 배우들이 대본에 대한 강한 신뢰감을 보여줬다. 원작을 본 배우들도 있었고 읽지 않은 배우들도 있었는데 대본을 보고 느낀 마음이 하나로 모이는 게 무척 신기했다. 이 마음을 시청자들에게 오롯이 전달하는 게 연출로서 가장 큰 목표였다. 또한 분량의 한계 등으로 대본에서 다 담아내지 못했던 원작의 정서를 화면으로나마 표현하는 것 역시 목표 중 하나였다"고 연출 방향을 이야기했다.
정 감독은 '자체발광 오피스'나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 등 주로 현대물을 연출했다. 처음 사극으로 도전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이 있는지 묻자 그는 "원작이 있어도 실존인물이 나오는 만큼 고증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제일 힘들었다. 특히 세트 촬영에서 가장 신경 쓰이고 끝까지 고민했던 것들은 계급과 지위에 따른 상하석 구분이다. 한 번 맞춘 자리 배치가 카메라 앵글을 결정하기 때문에 사전에 리허설하면서 지킬 수 있는 건 최대한 지키되 원하는 각을 잡기 위해 고증의 허용 범위 내에서 조금씩 변형을 주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들에게 촬영 전에 예절교육을 다녀오게 해서 따로 공수나 절하는 방법을 일일이 알려주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함께 예절교육을 받았던 조연출들이 현장의 예절 선생님으로서 큰 활약을 한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사극이나 역사가 가미된 작품들은 잘못된 고증이나 도를 넘은 왜곡으로 뭇매를 맞기도 했다. 부담은 없었을까. 정 감독은 "사극이나 시대극에 대해서는 시청자들이 갖는 기대치가 기본적으로 있는 것 같다. 이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주면서 제작진이 자유롭게 상상력을 어디까지 발휘할 수 있는 지에 대한 고민이 많은 요즘이다"라고 밝혔다.
드라마 제작비의 상당 부분은 PPL(제품 협찬)이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PPL 의존도가 높아졌다. 그러나 사극의 경우 PPL이 어려워 제작비 확보에 있어서도 고민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정 감독은 "PPL이 없으니 예산을 집행하는 입장에서는 제작비 수급에 대한 스트레스는 있었다"고 인정하며 한편 "연출의 입장에서는 간접광고에 대한 스트레스가 하나도 없어 큰 자유를 얻은 느낌이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는 "물론 기존 사극들에서는 지역이나 농수산물을 이용한 PPL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지만 저희는 그런 종류가 전무했다. 프로듀서에게 감귤이나 두텁떡 PPL은 가능하지 않겠냐고 했는데 성사되지는 않았다. 덕분에 7회의 감귤은 초록색이 많이 도는 덜 익은 풋사랑 같은 느낌의 귤로 자유롭게 설정했다. PPL이었으면 무조건 맛있고 먹음직스러운 귤로 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PPL에서 자유로웠던 만큼 연출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옷소매'는 2021 MBC 연기대상을 휩쓸었다. 올해의 드라마상을 비롯해 미니시리즈 부문 남녀 최우수연기상과 베스트커플상, 작가상, 신인상, 조연상 등을 받으며 무려 8관왕에 올랐다. 정 감독은 드라마 후반 작업을 하던 중 올해의 드라마상을 수상하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
정 감독은 "해야 할 일들이 있어 급하게 상만 받고 배우들과 인사를 간단히 나누고 끝났는데 생각할수록 의미가 깊은 상이었다"며 "축하를 받으면 받을수록 그간 고생한 많은 사람들이 떠올랐다. 저 혼자만의 상이 아닌 이 작품에 참여한 모든 사람과 함께 받은 상이라고 생각한다. 상투적인 얘기일지라도 많은 수상 소감이 이런 내용인건 다 이유가 있더라"며 못 다한 소감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음 날까지 방송을 내보내느라 제때 축하인사에 대한 답들을 못해 아직까지도 밀려있던 감사 인사를 보내는 중이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