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옷소매 붉은 끝동'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준호가 드라마를 사랑해 준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진|JYP엔터테인먼트 |
이준호(32)가 아이돌 '2PM 이준호'를 넘어 '배우 이준호'로 우뚝 섰다. 2021년 겨울을 뜨겁게 달군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극본 정해리, 연출 정지인 송연화)을 통해서다.
이준호는 지난 1일 17.4%라는 요즘 보기 드문 높은 시청률로 종영한 사극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이산 역을 맡아 사도세자의 아들이자 영조의 손자로서 겪을 수밖에 없었던 왕세손의 비애, 또 조선시대를 통틀어 '세기의 로맨스'라 평가받는 의빈 성씨(성덕임, 이세영 분)와의 사랑을 출중하게 표현하며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했다.
4일 종영 인터뷰로 만난 이준호는 '옷소매 붉은 끝동'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촬영장이 너무 즐거웠다"는 그는 "요즘은 좀 멍하게 있다. 드라마 끝나고 집에 오면, 난방 켜놓고 따뜻한 바닥에 멍하니 누워있다. 너무 여운이 안 가셔서, 그렇게 있는 것 같다. 나도 그렇게 있다는 게 놀랍다"고 드라마 종영을 못내 아쉬워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전작 '검은 태양'으로 부활 신호탄을 쏜 MBC 드라마국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공세에 다소 힘에 부친 모습을 보여온 지상파 드라마의 기색을 초반부터 벗겨내며 흥행을 이어갔다. 이미 드라마로 여러 차례 재현됐던 정조대왕의 로맨스를, 철저한 고증에 애절한 상상력을 더해 완벽하게 그려내며 안방 시청자를 끌어 모았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극본, 연출, 연기 삼박자가 고루 맞아 떨어지면서 성공하는 드라마의 정석을 보여주며 시청자를 사로잡았지만 그 누구보다 이준호는 지적인 카리스마에 섹시미까지 더해 역대급 이산을 선보였다는 평가 속 '옷소매' 신드롬의 주역 역할을 톡톡히 했다. 2008년 보이그룹 2PM으로 데뷔한 뒤 가수이자 배우로서 쉼 없이 활동해 온 이준호는 이 드라마를 통해 데뷔 이래 최고의 주가를 달리게 됐다.
![]() |
↑ 이준호가 정조 이산의 디테일을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했던 노력에 대해 들려줬다. 사진|MBC |
이준호는 이 신드롬급 인기에 대한 기분 좋은 감정을 숨기지 않고 솔직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사실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주위의 제 친구들도 봤다는 것. 학창시절부터 친했던 친구들이 있는데, 그 아이들은 내가 연기를 해도 별로 관심이 없던 친구들인데, 드라마 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어봤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이어 "무엇보다 황금시간대 금요일 토요일 그 귀중한 시간에 우리 드라마에 사랑을 쏟아주셨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 것 같다. 그 점에서 사랑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수많은 '옷소매' 시청자에게 감사를 돌렸다.
"정말 많은 분들께서 '옷소매 붉은 끝동'을 사랑해주시니까 마냥 기뻤어요. 굉장히 기분이 좋았고, 드라마 시작 전에도 우리끼리 촬영하면서도 워낙 즐거웠던 현장이었는데 반응까지 좋으니 너무 행복했죠. 전 연령층의 많은 팬들이 사랑해주셔서 굉장히 기뻤어요."
전역 후 복귀작으로 '옷소매 붉은 끝동'을 선택한 이준호는 자신만의 색깔이 확실히 담긴 새로운 정조 이산을 탄생시키며 새로운 인생작,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그는 어떻게, 이 인생 드라마를 선택하게 된 걸까.
"드라마 대본을 볼 때 다른 생각은 안 하려고 해요. 대본을 보고, 재미있게 느끼는 게 가장 큰 것 같아요. 이야기의 힘이 얼마나 센가에 대해 늘 생각하죠. 대본을 읽고 다음 회가 궁금해지는가요. 우리 '옷소매' 같은 경우, 대본이 편안하게 잘 읽혔어요."
많은 작품이 그러하겠으나, '옷소매 붉은 끝동' 역시 재미로만 선택하기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재미있는데 힘들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는 것. 그런 그가 작품을 시작하며 마음에 품었던 목표는 단 하나, 이산 정조 그 자체가 되자는 것이었다고.
![]() |
↑ 이준호는 '옷소매 붉은 끝동'에 완벽하게 몰입해 마지막 회차까지 흐트러짐 없는 열연을 보여줬다. 사진|MBC |
완벽이라는 표현도 굳이 필요치 않은, 이산 그 자체가 되기 위해 이준호는 원래 왼손잡이이던 자신의 습관부터 고쳐 나갔다.
"그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사소한 습관까지 캐릭터화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설득해왔어요. 그 첫번째가 젓가락질이었죠. 제가 왼손잡이인데, 조선시대 왕세손이다 보니 왼손으로 식사를 하진 않았을 것 같더군요. 그런 생각부터 사소한 것부터 잡아갔어요. 사실 저희가 촬영하면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했던 말인데, '산이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옷도 입혀주시고 세숫물로 얼굴도 닦아 주시고 이런 것들이, 연기하면서 답답했던 마음은 사실 있었어요. 사실 내가 하면 되는데, 조선시대 왕세손 배역이다 보니 할 수 없는 것들이었죠. 자리에 앉아 정자세로 책을 읽고 흐트러짐 없는 모습들을 계속 몸에 적응시키도록 노력했어요. 대사나 눈빛 말투도 차분하고 천천히 답할 수 있게, 사소한 디테일을 신경썼던 것 같아요. 호흡부터 시작해서 걸음걸이도 퍽퍽 걷는 게 아니라 사뿐사뿐 위엄 있게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위엄 있는게 무엇인가에 대해 계속 고민했습니다."
이산을 연기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 역시 답답함이었다고 했다. 그는 "나는 왕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어서 왕답지 않은 왕의 모습도 생각해봤다. 꼭 정좌를 지켜야 하나 혼자 되묻곤 했다"며 말을 이어갔다.
"만약 가상의 왕이었다면 혹은 정조라는 왕이 아니었다면 겉모습으로라도 쉽게 표현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외적으로 보여지는 정조의 이미지가 크게 다가왔죠. 정조는 모범적이지만 아픔을 갖고 사는, 겉으론 아닌 척 해도 내면의 아픔을 숨기고 사는 인물. 할아버지에 보이는 것도 신경을 안 쓸 수 없는, 허투루 보이면 안 되는 인물이었죠. 그래서 정자세를 지켰고, 걸음걸이 하나하나 신경쓰려 노력했어요. 오대환 선배님, 이세영과 연기할 때, 그 호흡을 주고 받으면서 저 역시 재미있는 애드립도 하고 싶었어요. 그런 걸 최대한 자제하는 게 가장 힘들었던 지점이었어요."
![]() |
↑ 이준호는 `옷소매 붉은 끝동` 15% 시청률 공약을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사진|JYP엔터테인먼트 |
"모든 엔딩이 마음에 들었지만 초반엔 3부와 5부를 꼽고 싶어요. 다리에서 덕임의 얼굴이 연못에 비친 걸 보고 서로를 알아챘을 때. 그걸 보고 감독님께 문자를 바로 드렸죠. 너무 재미있다고요(웃음). 그리고 5부 같은 경우, 오롯이 정말 모든 배우들이 감정만으로 연결된 장면이었어요. 이런 느낌으로 가게 될 줄 모르고 촬영에 임했고, 지문에도 없던 산의 눈물도 그렇고, 영조와 정조가 팽팽한 분위기 속 왕세손으로서의 다짐을 받는 장면이었는데, 울컥하는 게 있었어요. 감정을 그대로 쏟아낸 것 같아요. 처음엔 그렇게까지 세게 했어야 했나 싶기도 했는데, 자연스럽게 그런 연기가 나온 것 같고 결과적으로 드라마로 봤을 때 나도 너무 좋았던 장면 중 하나입니다."
드라마는 뜨거운 인기에 1회 연장됐지만 완벽한 완성도로 막을 내렸다. 특히 극 막바지인 16, 17회차에서 이산의 감정은 극에 달했다. 이를 연기한 이준호 역시 오롯이 산 그 자체로 몰입해 흐트러짐 없는 열연을 보였다.
"사실 막바지에는 (감정 표현의) 간극이 너무 컸어요. 사랑이 이루어져서 사랑을 하는 젊은 이산과, 왕으로서 사랑과 나라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산, 덕임을 떠나보낸 이산, 그리고 말년의 정조까지. 워낙 폭이 넓어 이 사람의 감정에만 집중했죠. 오롯이 그 인물이 되기 위한 감정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호흡이나 걸음걸이나 대사의 속도, 이런 것들은 자연스럽게 생각을 안 해도 되게 따라와줬던 것 같아요. 어느 순간 생각을 아예 안 하고 인물에 집중해서 하다 보니 저 역시도 너무 편했고, 제가 뭐 하고 있는지도 사실 모를 정도였죠. 오직 그 인물이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덕임이 산의 품에서 죽음으로써 새드 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산 역시 왕의 소임을 마친 뒤 덕임과 재회, 영원한 사랑을 이뤄내는 아련한 장면으로 마무리됐다. 새드&해피 엔딩에 대해 이준호는 "굉장히 만족한다"며 눈을 반짝였다.
"밥을 먹으면서 엔딩 클립을 보는데, 먹먹해서 밥이 안 넘어가더라고요. 아직도 여운이 남아 있어요. 너무 슬픈데, 그들이 만났고,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온전히 필부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에서 개인적으로 만족했어요. 왕으로서의 임무를 다했고, 오래 기다려줬지만 다시 만났다는 점에서요."
'옷소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