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이혜성은 2022년에도 열심히 성장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강영국 기자 |
소녀 같은 사랑스러운 비주얼에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고야 마는 반전의 ‘악바리’ 근성, 조심성이 많고 다소 느린 편이지만 결정을 내릴 땐 의외로 대범하고 흔들림이 없다. 이제 막 프리랜서 2년 차에 접어든 방송인 이혜성(29)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혜성은 2016년 KBS 공채 43기 아나운서로 입사해 뉴스와 '생방송 아침이 좋다' '스포츠9' 등에 출연하며 진행 경험을 쌓았다. KBS 라디오 쿨FM ‘설레는 밤, 이혜성입니다’로 DJ와 ‘연예가중계’ MC로도 활약했다. 2019년 KBS 아나운서 선배이자 ’국민 MC’ 반열에 오른 전현무와의 공개 열애로 화제의 인물로 떠올라 2020년 프리를 선언했다.
‘KBS 아나운서’ ‘서울대 출신’ '전현무의 연인' 등 이혜성을 빠르고 쉽게 각인시킬 수 있는 화려한 수식어들이 많지만 정작 본인은 “일부일 뿐”이라며 당차게 말한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 '올해의 슈퍼 루키’라는 표현에 “분에 넘쳐 사양한다”며, 10년 아니 그보다 더 오랜 시간 뒤에도 변함없이 ‘열심히’인, 그냥 방송인 이혜성으로 불리고 싶단다.
2022년 새해를 맞아, 쿠팡플레이 ‘같이 갈래’, MBC 에브리원 ‘맘마미안’, SBS 플러스 ‘나랏말쌤’에 이어 새 단장을 마친 tvN ‘벌거벗은 세계사3’에도 함께 하게 된 ‘유망주’ 이혜성을 매일경제 스타투데이가 만났다. 추워진 날씨 탓에 꽁꽁 언 손이지만 조심스레 악수를 건네니, 웃음 가득한 얼굴로 덥석 두 손으로 맞잡는다. 특유의 맑고 따뜻한 에너지 덕분에 추위가 금세 사라지는 듯 했다.
↑ 타고난 재능 보다 노력의 힘을 강조하는 이혜성. 사진|강영국 기자 |
정말 오랜만에 해보는 자기소개네요. 너무 쑥스럽고요.(웃음) 프리랜서를 선언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새내기 방송인, 전 KBS 아나운서 이혜성입니다. 하하!
Q. 전혀 공백기 없이 바쁘게 활동 중인걸요.
맞아요, 정말 감사하게도요! 얼마 전에 쿠팡플레이 ‘같이 갈래요’ 촬영을 무사히 모두 마쳤고, 현재 MBC 에브리원 ‘맘마미안’, SBS 플러스 ’조선클라쓰 나랏말쌤’에 출연 중이입니다. 내년에는 tvN '벌거벗은 세계사3'로 인사드릴 예정이고요. 틈틈이 친언니와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세 프로그램 모두 성격이 달라 저마다 역할도 다르고, 준비할 것도 많겠는데요.
’맘마미안’은 요리 프로그램이다 보니 셰프님의 요리 소개와 조리 과정을 쉽게 풀어서 전달하는 일종의 ‘브레인 보조’ 역할을 하고 있어요. 다행히 제가 한식 조리 자격증이 있어서 우려보다는 수월하게 소통의 역할을 수행 중입니다.
‘같이 갈래요’에서는 스포츠 경기를 보고 리뷰도 하고 주변 지역의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곁들여 소개해주는 리포터 역할을 했어요. 스포츠 뉴스 진행 경험을 살려 선수들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하고 다채로운 소식을 전했죠.
얼마 전 첫 방송된 ‘나랏말쌤’에서는 어학당 선생님이에요. (어쩌다 보니) 제가 ‘KBS 한국어 능력 시험’, ‘한국사 능력 검증 시험’에서 모두 1급을 따 놔서 그 지식을 활용하고 있어요.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국 문화와 언어를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역할이죠. 사실은 제가 배우는 게 오히려 더 많은 것 같은데...(웃음) 가이드 겸 국어 선생님이에요.
Q. 소문난 브레인답네요. 자격증을 많이 땄네요?
저도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웃음) 어릴 때 뭐가 될지는 모르지만 뭔가는 꼭 되고 싶어서, 언젠가 꼭 찾고 싶다는 마음으로 정말 악바리처럼 공부했어요. 막상 하고 싶은 걸 찾았을 땐 최대한 준비가 잘 된 상태이길 바랐고요. 스스로 특별한 재능과 끼가 없는 걸 알아서 뭐든 성실하게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다행히 한 번 집중하면 아무도 못 말리는 근성은 있어요.
Q. 유튜브에서는 모범생 같은 이미지 외에 편안하고 친숙한 모습이 많이 담겨 더 좋은 것 같아요.
맞아요. 친언니와 함께 자유롭게 마음대로 촬영하는 거라 그런지 저 스스로도 가장 편안한 공간이에요. 많은 분들이 방송에서 보여지는 이미지와 실제 모습이 다르다는 말을 많이 해요. ‘왜 그럴까’ 생각을 해보니 있는 그대로의 저를 보여드릴 기회가 없었더라고요. 그래서 유튜브를 시작했고 대단한 목표나 특별한 콘셉트 없이 자유롭게 그때 그때 마음 가는대로 막(?) 찍고 있어요. 한 번은 제가 너무 내추럴하게 머리 손질도 안 하고 쌩얼(맨 얼굴)로만 나오니까 지인들이 ‘기초 화장은 그래도 좀 하는 게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웃음) 요즘은 그래서 예의상 최소한은 하려고 해요. 하하하!
↑ 이혜성은 따라붙는 수식어가 부담스럽지만 `이혜성` 자체로 평가 받을 때까지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강영국 기자 |
조금도 없어요. (KBS는) 안정적이고 모두가 꿈꾸는 좋은 직장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전환점이 절실하게 필요했거든요. 오픈 마인드로 뭐든 진취적으로 부딪혀보고 싶었어요. 영영 이 일을 못하게 되더라도요.
물론 처음 제가 퇴사한다고 했을 땐 가족들을 비롯해 모두가 반대했어요. 인지도는 물론 커리어 면에서도 좀 더 경력을 쌓고 최소한의 검증과 확신이 생겼을 때 고민해보라고요. 너무나 맞는 말이죠. 사실 제가 20대가 아니었다면, 그 말을 들었을 거예요. 아니, 애초에 고민조차 안 했겠죠.
제가 홀로서기를 결심한 건, 스타가 되기 위해 혹은 스스로 믿음이 있어서는 아니었어요. 방송 일을 못할 수도 있다고 각오했으니까. 앞서 프리랜서로 성공한 선배들처럼 끼가 충만하거나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 혹은 노련함도 부족한 걸요. 그래서 더 저만의 것을 찾고 싶었어요.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정형화된 모델은 아니지만 TV 중심이 아닌 모바일·인터넷·OTT 등 다양한 플랫폼이 활성화 돼 있는 요즘이라면 주목도가 적고 아주 작은 역할일지라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그것을 통해 제 앞날에 대해 스스로 더 냉철하고 주도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거고요. 안전한 테두리 안에서 주어진 것만, 훈련된 것만 하는 건 오래갈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Q. 퇴사 시기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여름이었어요.
맞아요. 보통 퇴사하는 사람들은 로망이 있거든요? 자유롭게 여행도 길게 다녀오고 그동안의 생활을 돌아보면서 여유를 가지는...저도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보면서 퇴사하면 꼭 인도 여행을 길게 다녀오고 싶었어요. 현실은 (코로나 때문에) 국내 여행조차 쉽지 않고 친구들 모임도 어려워서 쉬는 동안은 거의 집에서만 보냈어요. 황금 같은 시간이 아까웠지만, 책을 많이 읽었어요. 바쁘다는 핑계로 거의 놓고 살았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해 소설, 사회과학, 에세이, 경제경영 등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봤어요. 독서하면서 드는 생각들을 노트에 정리해보기도 하고, 앞으로 저의 진로 계획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Q. 지금은 어떤가요? 조금은 확신이 생겼나요?
아니요, 여전히 열심히 찾고 있죠.(웃음) 말 그대로 '오픈 마인드'로 뭐든 다 하고 있어요. 제가 잘할 수 있는 것부터 의외의 것, 새로운 것까지 다요. 눈에 보이는 결실은 아직 부족하고 인지도도 낮지만, 개인적으론 이 과정 자체가 행복하고 즐거워요. 부끄럽지만 얼마 전엔 한 유명 작가 님의 권유로 드라마 오디션도 봤어요. 최종적으론 떨어졌지만 신선한 경험이었죠. 이런 기회 하나하나가 제겐 다 소중하고 새로워요.
↑ 선한 영향력을 지닌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다는 이혜성. 사진|강영국 기자 |
글쎄요.(웃음) 전보다 편안해진 면도 있지만 여전히 많이 조심스럽죠. 사람의 일이란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늘 현재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요. 평소에는 남들의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여느 연인들처럼 데이트 하지만 작은 한마디, 행동 하나가 크게 집중 받을 때면 부담스럽긴 해요.
(전현무는) 방송계의 대선배로서 치열하게 살아온 모습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활동도 계속 응원하고 싶어요. 하하!
Q.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독립적이고 단단하며 배포도 큰 것 같아요. 주체적인 성향이 강한데 ‘전현무 연인’ ‘KBS 전 아나운서’ ‘서울대 출신’ 등의 꼬리표에 속상한 마음도 컸을 것 같아요.
어쩔 수 없는 제 숙제인 것 같아요. 사실 틀린 말도 아니고 실제로 그런 수식어에 수혜를(?) 입기도 했고요.(웃음) 다만 그 팩트 이상의 편견이 무섭고 힘들 때가 많았어요. 그로 인해 움츠러들고 어떤 한정된 이미지 안에 갇혀버리는 게 답답하기도 했고요. 치열한 현실보다 훨씬 더 냉혹했죠. 지금은 그만큼 제가 더 열심히 노력하고 또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에요. 제가 제 입으로 ‘이런 수식어는 이제 그만 떼주세요~’라고 말하는 것보단 자연스럽게 ‘이혜성’ 그 자체로 평가 받을 때까지 도전하고 성장해야죠.
Q. 그것이 혜성 씨의 새해 목표일까요?
네, 스펙트럼을 좀 더 넓혀서 다양한 경험을 더 해보고 또 배우고 싶어요. 강의도 직접 해보고, 연기도 배워보고, 영어같은 외국어도 더 깊게 공부할 계획이에요.
무엇보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도 ‘이혜성’으로 혼나고 또 칭찬 받고 싶어요. 혹자는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열심히 꾸준히 하다 보면 그 성실함에는 반드시 보상이 따른다고 믿어요. 타고난 머리나 재주가 없어서 늘 노력으로 메꾸면서 살아왔거든요. 부족하더라도 될 때까지 노력하는 제 모습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어요. 변함없이 '열심히'인 사람 동시에 방송인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Q. 10년 후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지금보다 더 많이 내려놓고 훨씬 여유가 있을 것 같아요. 결과보다는 한 단계씩 올라가는 과정을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앞으로도 계속 그러자고 말하고 싶어요. 그동안 매 순간 치열하게 살아오느라 고생했다고 토닥토닥도 해주고 싶어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