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징어게임`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
2021년 연예계도 지난해에 이어 언택트(비대면) 시대였다. 연예계 전반이 얼어붙은 가운데, 스타들의 사건·사고·논란들로 연일 뜨거웠다. 조심스레 시작한 ‘위드 코로나’ 여파로 돌파감염도 잇따랐지만, 눈부신 성과도 있었다. 배우 윤여정의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시작으로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장악,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 1위는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우리를 춤추게 했다. 2021년 끝자락에서, 올 한해 연예계를 장식한 크고 작은 사건들을 스타투데이 기자들이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말 그대로 ‘오징어 게임’ 열풍이었다. 미국 NBC 인기 예능 ‘SNL(Saturday Night Live)’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한 배우 라미 말렉을 내세워 ‘오징어 게임’ 패러디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가 하면, 극 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 술래로 등장했던 영희 동상이 호주 시드니 도심 한복판에 등장하기도 했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포함 4관왕을 휩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과 올해 초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에 이어 ‘오징어 게임’은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로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한국 콘텐츠의 자부심을 느끼게 만들기 충분했다.
K-콘텐츠 ‘오징어 게임’ 신드롬
드라마판 ‘기생충’으로 불리는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지난 9월 17일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영화 ‘남한산성’ ‘수상한 그녀’ ‘도가니’ 등 다양한 장르를 제작해온 황동혁 감독이 2008년부터 구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 시절 추억의 놀이와 냉혹한 현실을 결합, 자본주의 경쟁 사회를 꼬집으며 한국 드라마 최초로 전 세계 넷플릭스 1위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오징어 게임’은 공개 17일 만에 전 세계 1억 1100만 가구가 시청하며, 그동안 1위를 지켜온 ‘브리저튼’의 8200만 가구 시청 기록을 넘어섰다. 역대 넷플릭스 콘텐츠들 가운데 가장 많은 구독 가구가 시청한 시리즈에 등극한 것.
앞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 경영 책임자(CEO)가 ‘코드 컨퍼런스 2021’에서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비영어권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현재까지 선보인 모든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 것이 그대로 현실이 되기도 했다.
스타들도 줄줄이 인증샷을 공개하며 팬심을 드러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제시 린가드, ‘미션임파서블’ 등으로 낯익은 영국 배우 사이먼 페그의 ‘오징어 게임’ 인증샷도 화제가 됐다. 넷플릭스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인증샷을 한국 지사에 보내기도 했다.
유튜브, 틱톡 등에는 해외 팬들의 ‘오징어게임’ 리액션 영상이 쏟아졌다. 단순한 리액션 영상만이 아니다. 달고나 만드는 영상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에는 각종 소품이 팔려나갔다. 달고나 만들기 세트, 양은 도시락, 게임 참가자들의 티셔츠 및 트레이닝복 등이 올라왔다. 달고나 세트는 약 23달러(약 2만 7000원)에 팔렸고, 핼러윈데이에는 ‘오징어 게임’ 코스튬이 인기 의상으로 등장했다.
이처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키트' 등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해외 팬들의 관심도 높아졌을 뿐 아니라 '오징어 게임'에 담긴 한국 창작자들의 스토리텔링 능력과 한국 창작 생태계의 탄탄한 힘에 대한 외신의 호평도 끊이지 않았다.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황동혁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특유의 감수성과 세계인의 보편적인 감정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를 '오징어 게임'의 특징으로 꼽았고, ‘블룸버그’는 “‘오징어 게임’을 통해 한국 창작자들은 미국 중심의 할리우드와 경쟁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 능력을 입증했다”며 한국 창작 생태계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더 리뷰 긱’은 ‘오징어 게임’을 “틀림없이 올해 놓쳐서는 안 될 작품”이라고 극찬하며 “특히 미술이 환상적이다. 밝은 색상과 화려한 영상이 게임의 거칠고 어두운 특성과 대조를 이룬다”고 평했고,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영리한 플롯이 화려한 세트, 의상, 훌륭한 음악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된다”고 호평했다.
지난 7일 BBC는 ‘오징어 게임은 TV 혁명의 조짐일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올해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본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TV 문화에 엄청난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과거 영어권 제작사나 배급사는 시청자들이 자막을 싫어한다고 판단해 비영어 콘텐츠를 선호하지 않았던 것을 언급하며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자막에 대한 인식이 잘못되었거나 최소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시대에 뒤떨어진 것임을 보여줬다”고 짚었다.
특히 BBC는 공개 한 달 만에 전 세계 1억 4200만 넘는 가구에서 시청한 것으로 집계된 ‘오징어 게임’에 대해 “영어권 국가에서 히트하기 위해 영어로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업계 전문가의 말을 빌려 넷플릭스 등 OTT의 비영어권 국가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봤다.
반면 ‘오징어게임’에 개인 휴대전화 번호가 노출된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 1화에서 기훈(이정재 분)이 의문의 남자에게 받은 명함으로 전화를 거는 장면과 2화에서 기훈이 경찰관에게 명함을 건네는 장면에서 등장한 번호로 시청자들이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면서 피해가 발생한 것. 결국 넷플릭스 측은 전화번호가 등장하는 일부 장면을 교체했다.
↑ 허성태-박해수-이정재-정호연-위하준(왼쪽부터). 사진|넷플릭스 |
이정재 정호연 등 출연진은 글로벌 스타
‘오징어 게임’의 인기에 배우 이정재 박해수 정호연 위하준 이유미 허성태 등 인기도 쑥쑥 올라갔다.
성기훈 역의 이정재는 10월 2일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 8일 만에 팔로워 300만 명을 넘어서며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현재는 500만(22일 기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박해수 역시 이정재와 같은 날 인스타그램을 개설, 현재 280만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이정재는 제31회 고담 어워즈에서 최우수 연기상에 해당하는 ‘아웃스탠딩 퍼포먼스 인 어 뉴 시리즈’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할리우드 스타 에단 호크, 안야 테일러 조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자로 데뷔한 모델 정호연은 새벽 역을 맡아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그는 공개 전 팔로워 수 약 40만 명에서 2380만 명까지 늘었다. 정호연의 글에는 해외 팬들이 남긴 댓글로 가득할 정도. 정호연은 최근 미국 최대 에이전시 중 하나인 CAA(Creative Artists Agency)와 계약을 맺으며 할리우드 진출을 본격화했다.
강력계 형사 황준호를 연기한 배우 위하준의 인기도 폭발적이다.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 ‘로맨스는 별책부록’ ‘18어게인’, 영화 ‘샤크 더 비기닝’, ‘미드나이트’ 등으로 열일 행보를 이어온 위하준은 현재 SNS 팔로워 수만 970만 명이다. 미국 연예 매체 피플이 선정한 ‘TV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섹시한 남자 25인’에 오르기도 했다.
영화 ‘박화영’ ‘어른들은 몰라요’ ‘인질’, 드라마 ‘땐뽀걸즈’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등에 출연한 이유미도 팔로워가 급증했다. 공개 전만 해도 약 4만 명에 머물던 팔로워 수가 690만까지 급증했다. 빌런 덕수 역의 허성태는 1만 명에 그쳤던 팔로워 수가 작품 공개 후 220만 명까지 늘었다.
001번 참가자 오일남 역으로 활약한 오영수는 치킨 광고 섭외 등을 고사했으나, MBC ‘놀면 뭐하니?+’의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제가 우리 말 중에 좋아하는 말이 아름다움이란 말이다.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사회. 이 자리에 와서 아름다운 공간에서 아름다운 두 분을 만나고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다. 여러분,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는 말을 남기며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이정재 박해수 정호연 위하준은 미국 NBC 간판 토크쇼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지미 팰런쇼)에서 진행자 지미 팰런과 화상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이정재는 미국 CBS의 간판 토크쇼 ‘더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에 단독 출연한 바 있다.
↑ `오징어게임` 스틸 사진|넷플릭스 |
‘오징어 게임’ 수상 행진 시작
‘오징어 게임’의 수상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오징어게임’은 지난달 열린 2021 고담 어워즈에서 ‘최우수 장편 시리즈’에 해당하는 ‘획기적인 시리즈-40분 이상 장편’ 부문에서 수상했다. 지난 7일 ‘2021 피플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올해의 정주행 시리즈’ 부문상을 받았다.
미국영화연구소(AFI)가 주최하는 올해의 TV부문에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와 TV 시리즈 중 최고의 작품을 선정하는 미국영화연구소 시상식에서 비미국 제작 작품임에도 특별상을 수상하며 한국 콘텐츠의 위상을 높였다.
각 시상식 후보에 노미네이트 되고 있다는 소식도 연이어 전해지고 있다. 내년 1월 개최되는 제27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에 드라마 시리즈 작품상, 최우수 외국어 시리즈상, 드라마 시리즈 남우주연상 후보까지 3개 부문 후보에 오른 것. 크리틱 초이스 어워즈는 북미방송영화비평가협회(BFCA)에서 매년 주최하는 시상식으로, 오스카와 에미상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로 알려져 있다.
같은 달 개최되는 제79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후보에도 올랐다. 작품상인 베스트 텔레비전 시리즈(드라마)상을 비롯해 이정재는 TV 시리즈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 오영수는 TV 시리즈 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됐다.
현지 매체 버라이어티, 할리우드 리포터 등은 방송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에미상에서 ‘오징어 게임’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점치
무엇보다 ‘오징어 게임’에 이어 공개된 ‘마이네임’은 ‘오늘 전세계 톱 10’ TV 프로그램 부문 3위에 이름을 올렸고, ‘지옥’ 역시 ‘오늘 전세계 톱 10’ TV 프로그램(쇼) 부문에서 1위에 오르는 등 한국 콘텐츠의 인기가 계속되고 있어 기대가 모아진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