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강화'. 제공|JTBC |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된 '드라마 설강화 방영 중지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은 게재 하루 만에 정부 답변 기준인 서명인 20만 명을 돌파했다. 해당 청원은 19일 오전 3시 40분께 10만 명을 넘어서는 등 뜨거운 반향을 일으킨 데 이어 이날 오후 11시 10분께 20만 명을 넘었다. 20일 오전 8시 현재 23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며 서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지난 3월 중국식 한복, 월병 등을 소품으로 활용해 역사왜곡 논란을 빚은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보다 빠른 속도로 눈길을 끈다. 당시 ‘조선구마사’ 폐지 청원은 이틀 만에 20만명의 동의를 얻었고 결국 드라마는 2회 방송을 끝으로 폐지된 바 있다.
청원인은 "해당 드라마는 방영 전 이미 시놉시스 공개로 한 차례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내용으로 큰 논란이 된 바 있다"라며 "당시 제작진은 전혀 그럴 의도가 없으며 '남녀 주인공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은 대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화가 방영된 현재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은 간첩인 남주인공을 운동권으로 오인해 구해줬다"고 설명했다.
청원인은 "민주화운동 당시 근거 없이 간첩으로 몰려서 고문을 당하고 사망한 운동권 피해자들이 분명히 존재하며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저런 내용의 드라마를 만든 것은 분명히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뿐만 아니라 간첩인 남자주인공이 도망가며, 안기부인 서브 남주인공이 쫓아갈 때 배경음악으로 '솔아 푸르른 솔아'가 나왔다, 이 노래는 민주화운동 당시 학생운동 때 사용되었던 노래이며 민주화운동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고통과 승리를 역설하는 노래다, 그런 노래를 1980년대 안기부를 연기한 사람과 간첩을 연기하는 사람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것 자체가 용인될 수 없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또 "해당 드라마는 OTT 서비스를 통해 세계 각 국에서 시청할 수 있으며 다수의 외국인에 민주화운동에 대한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기에 더욱 방영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한국은 엄연한 민주주의 국가이며 이러한 민주주의는 노력 없이 이루어진 것이 아닌, 결백한 다수의 고통과 희생을 통해 쟁취한 것"이라고 민주화 운동의 의미를 강조하며 "이로부터 고작 약 30년이 지난 지금,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드라마의 방영은 당연히 중지되어야 하며 한국문화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방송계 역시 역사왜곡의 심각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 '설강화'. 제공|JTBC |
정해인, 지수 등 스타 캐스팅으로 화제가 됐으나 지난 3월 시놉시스 일부 유출 당시 남주인공이 운동권인 척하는 간첩으로 설정된 점, 또 다른 남주인공이 안기부 팀장이지만 정의롭고 대쪽같은 인물로 묘사된 점 등에서 누리꾼의 지적을 받으며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JTBC 측은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결코 아니다"라며 "현재의 논란은 유출된 미완성 시놉시스와 캐릭터 소개 글 일부의 조합으로 구성된 단편적인 정보에서 비롯됐고, 파편화된 정보에 의혹이 더해져 사실이 아닌 내용이 사실로 포장되고 있다"라고 입장을 냈다.
또 지난 16일 방송에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자 조현탁 감독은 "'설강화'는 1987년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군부정권과 대선정국이라는 상황 외에 모든 인물과 설정 기관은 가상의 창작물이다, 그런 창작을 한 이유는 전체 이야기 중심의 수호(정해인 분)와 영로(지수 분)의 청춘남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위해 포커싱돼 있는 것들"
하지만 첫 방송 후 역사 왜곡 논란이 재차 불거졌고, 방영 중지를 요청하는 목소리도 높아져 향후 여정에 난관이 예상된다. 현재 JTBC '설강화' 홈페이지의 '시청 소감' 코너는 모두 비공개로 설정돼 있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