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구경이’ 백성철 “산타는 제게 축복…모델 경험 도움 됐죠”

↑ ‘구경이’에서 ‘산타’ 역을 연기한 백성철. 사진ㅣ강영국 기자

직접 만나보니 왜 ‘산타’ 역에 캐스팅 됐는지 알 것 같았다. 도화지 같은 말간 얼굴이 인상적인 배우.
백성철(22)은 고유의 색을 갖고 있기 보단 어떤 색을 입히면 그에 걸맞는 빛깔을 내는, 채워지지 않은 매력이 돋보이는 신예였다.
최근 종영한 JTBC 금토 드라마 ‘구경이’에서 이영애(구경이 역)의 조수 ‘산타’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다.
“감사하고도 영광이었던 작품”, 그러나 대사 없는 배역을 연기하기란 쉽지 않았다. “대사 대신 동작과 표정으로 공감을 끌어내야 하는 부분이 가장 고민스러웠다”는 그는 “극의 흐름을 알아야 리액션을 하니까 다른 배우들 대사를 거의 외우다시피 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답답하진 않았을까. 백성철은 “촬영장에서 나도 모르게 불쑥 말이 튀어나와 NG가 난 적도 있었다”며 “특히 첫 대사를 앞두고 몰려온 긴장감과 떨림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첫 대사를 하는 날이었는데, 한 1000번 정도는 연습해 갔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실전에서 긴장한 나머지 ‘생각대로군’이란 대사를 ‘예상대로군’이라고 잘못 말해버린 거예요. 모두가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 백성철은 “대사 없이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사진ㅣ강영국 기자

지난 12일 종영한 ‘구경이’는 게임도 수사도 렉 걸리면 못 참는 방구석 의심러 구경이(이영애 분)의 하드보일드 코믹 추적극. 시청률은 1%대(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에 머물렀으나 넷플릭스에서는 1위를 차지하는 등 OTT에선 주목할 만한 성적을 냈다.
‘구경이’는 새로운 드라마에 목마른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한 독특하고 신선한 작품이었다. 연극 무대를 떠오르게 하는 연출과 은유적인 표현은 시청자들을 극 안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백성철은 극중 정체를 알 수 없는 구경이의 게임 파티원이자 오랜 팀원인 ‘산타’를 연기했다. 구경이를 돕는 귀엽고 듬직한 키링남 면모와 왜 옆에 있는 것인지 미심쩍은 면모를 동시에 보여주며 궁금증을 모은 인물이다.
운전면허증이 있다는 점과 ‘내일 시간이 있다'는 점 때문에 구경이의 조수로 발탁됐지만, 휴대폰 AI 보이스로만 말하는 산타의 정체는 끝까지 의문으로 남았다.
그는 “감독님도 산타를 이해하려고 하지 말라고 하셨다. 정체가 없는 인물이다. 해석하려고 하지 말고 현장에서 맞추자고 했다”면서 “산타가 나쁜 사람일까 스스로도 호기심을 갖고 열어놓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구경이’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오디션을 통해서였다. “세 번 미팅을 했는데 대본이 너무 재밌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감독님께서 제가 웃는 상이라 산타와 잘 맞을 것 같다고 해주셨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실제 자신과의 싱크로율도 80%라고 밝혔다. 백성철은 “공통점이 많다. 그래서 욕심이 났던 것도 같다. 잘 웃는 것, 선한 이미지, 청결하다는 점도 비슷하다. 제가 예의와 배려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인데, 산타도 자연스럽게 남을 챙기는 사람이다. 그런 점이 닮은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 모든 게 낯설고 어려웠을 그에게 대선배 이영애는 ‘따뜻한 천사’ 같았다. 사진ㅣ강영국 기자

‘구경이’는 모델 출신인 그에게 배우로서 출발선에 서게 해준 작품이다. 카카오TV ‘아직 낫서른’과 티빙 ‘마녀식당’으로 워밍업을 하긴 했지만, 안방극장 첫 데뷔작이었다.
모든 게 낯설고 어려웠을 법 하지만, 촬영장은 훈훈하고 따뜻했다. 대선배 이영애는 그에게 ‘따뜻한 천사’ 같았다.
“이영애 선배님이 너무 잘 이끌어주시고 칭찬도 많이 해주셔서 큰 힘이 됐어요. 옆에서 모니터로 선배님 연기하는 걸 봤는데 몰입도가 대단하더라고요. ‘역시 선배님은 다르구나’ 생각이 절로 들었죠. 제가 NG를 냈을 땐 ‘그럴 수도 있다, 나도 NG 낸다’면서 걱정 말라고 따뜻하게 다독여주셨고요. 건강을 위해 비타민도 챙겨주시고 추석 때 어머니 갖다드리라고 샴푸도 주시고... 아들로서 자랑스러운 일을 한 것 같아 감사했습니다.”
모델 활동 경험 역시 여러모로 도움이 됐다. 백성철은 “대사가 없으니까 동작과 표현으로 공감을 끌어내야 했다. 산타가 내성적인 성격이라 동작을 크게 할 수도 없었다. 표정이나 눈빛 같은 건 모델 때부터 해왔기 때문에 대사를 할 수 없었던 산타 역에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고 얘기했다.
‘구경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배우 행보를 걷게 된 그는 초심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신인이지만 늘 변하지 않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가 되고 싶다”며 롤모델로 박서준을 꼽았다.
“선배님 출연작을 많이 봤는데 액션이면 액션, 멜로면 멜로, 스펙트럼이 정말 넓은 배우란 생각을 했어요. 제겐 없는 매력이 있어서 닮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고요. 저도 ‘구경이’를 통해 많이 배웠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대선배님들과 촬영을 해서 이젠 제 또래 배우들과 연기할 때 쫄지 않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산타’는 제게 큰 축복이었습니다.”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 ???? & mk.co.kr,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