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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로 장인’ 손석구가 `연애 빠진 로맨스`로 관객들을 찾아온다. 제공ICJ ENM |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는 연애는 싫지만 외로운 건 더 싫은 ‘자영’(전종서 분)과 일도 연애도 뜻대로 안 풀리는 ‘우리’(손석구 분)의 이름과 이유, 마음마저 다 감추고 시작한 특별한 로맨스를 그린다. 데이팅 어플리케이션으로 만난 이들은 연애 빼고 모든 걸 함께 하면서 ‘사랑’에 대해 고민을 나눈다. 손석구는 여심을 훔칠 만한 ‘너드남’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인생 캐릭터’의 탄생을 알렸다. 다음은 손석구와의 1문1답이다.
Q. 극 중 캐릭터 ‘우리’는 어떤 인물인가? 해석과 표현에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글로써 성공하고 싶은 인물이고, ‘사랑을 해봐야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과 자격지심을 지닌 인물이다. 단지 육체적인 관계만 하는 게 아닌 모든 걸 나눌 수 있는 ‘진짜 사랑’에 대한 열망이 가득한 인물로 해석했다.
보통 새로운 인물을 만나 그 인물의 미션을 전달 받으면, 절대 그걸 해내지 못할 것 같은 인물로 설정한다. 시나리오 안에 명시된 그릇 안에서 내가 캐릭터에 다가기보단 캐릭터를 내게 입히려고 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사랑’을 열망하지만, 결코 사랑에 성공할 수 없을 법한 짠내나는 캐릭터로 설정했다. 그래야 이 친구가 우여곡절 끝에 사랑이라는 미션을 수행해나가는 과정이 흥미롭고 재미있을 테니까.
사랑 측면에서는 가장 어설프고 실패율(?)이 높았던 나의 20대를 떠올리며 인물에 많이 입혔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재미있게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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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 빠진 로맨스`에서 박우리 역을 맡은 손석구. 제공ICJ ENM |
조금이라도 더 동안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웃음) 레이저 시술도 받고 피부과에 자주 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노력이 과해지면 더 이상해질 것 같더라. 그래서 그 정도에서 멈췄다.(웃음)
Q.전종서의 첫 인상은? (강렬한 캐릭터를 선보여온 그녀이기에) 선입견은 없었나?
(선입견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딱 보자마자 뭔가 이해가 갔다. ‘이 친구도 연기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나만큼이나 뜻하지 않은 오해를 많이 받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적인 부분이든, 솔직한 성격이나 빈말을 잘 못하는 면모 때문에. 그런 본성 때문에 의도치 않게 힘든 부분이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묘한 공감대가 있었다. 함께 호흡하면서 역시나 좋았고 편안했다. 재미있었다.
Q. 정가영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워낙 색깔이 뚜렷하지 않나. 기본적으로 자기만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정 감독님은 그런 면에선 독보적인 분들 중 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색깔과 세계관이 분명하다. 그런 분의 작품 안에서 쓰이면 좋을 것 같았다. 역시나 좋았다.
Q. 영화 공개 후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새롭다는 평가가 많다.
기쁘고 뿌듯하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는 건 배우의 수명이 연장된다는 의미라고 생각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신나는 평가다. 자칫 그런 부분을 너무 의식하다 보면 스스로 부담감이 너무 커질 것 같아 평소에는 과도하게 변신을 의도하거나 의식하진 않는다. 자연스럽게 임하고 그 결과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Q. 여심을 사로잡는 비결이 있다면?
극중 캐릭터를 잘 만난 덕분이 아닐까(웃음). 이번 영화 속 '우리' 역시 실수도 하고 나쁜 짓도 하지만 의도 자체가 나쁜 친구는 아니다. 사람 냄새도 진하게 나고 근본은 무해한 인간이랄까. 남녀 불문 그런 사람은 은근히 가까워지고 싶지 않나. 그런 매력을 지닌 캐릭터를 연기했기 때문에 덩달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Q. 극 중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은?
글 쓰는 걸 좋아하고, 공상하는 걸 즐기고...혼자 잘 노는 건 비슷하다. 솔직히 '우리' 보단 사랑에 있어서 덜 로맨틱하고 덜 순수한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현실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사랑, 연애에 대한 환상이 엄청 크지도 않다. 어릴 때보단 덜 순수해진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Q. 실제 연애스타일은 어떤가?
연애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솔직함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보단 맺고 끊는 게 확실해졌고 헤어질 때도 차가워졌다.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보니 만나기 전에 결혼을 생각하게 되고 아이라든지 현실적인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그런 걸 생각하는 자체가 로맨틱하지 않은 거다.
Q. 그럼에도 유독 멜로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 같다.
멜로를 개인적으로 좋아하긴 한다.(웃음) 평가는 보는 사람의 몫이기 때문에 어떤 장르든 잘 해내고 싶은 마음 뿐이다. 다만 멜로 연기를 할 땐 특히 상대에게 더 집중한다. 내 것만 하려고 하면 이상해 보일 것 같다. 나보다는 상대의 말을 더 잘 듣는 게 노하우라면 노하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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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 변신 칭찬에 자신만의 배우론을 밝힌 손석구. 제공ICJ ENM |
공감이다. 실제로 있을 법한 커플의 데이트를 엿보는 재미랄까? 얘네들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하면서 보면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거다. 우리 영화의 최대 강점이 바로 리얼함이니까. 친구들과 만나면 ‘쟤네 이랬대 저랬대 어쨌대’ 이런 이야기를 신나게 하지 않나. 그런 마음으로 우리 영화를 즐겼으면 좋겠다.
Q. 최근 언프레임드 프로젝트를 통해 단편영화 '재방송'을 연출했다. 창의적인 일에 도전했는데, ‘사랑을 해야 글을 쓸 수 있다’는 극 중 대사에 공감하나?
공감한다. 얼마 전에 ‘사랑은 뭐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 자리에서는 선뜻 답을 못했다. 집에서 계속 생각해봤다. 사랑은 공감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공감이 돼야 글을 쓸 수 있고 관객과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사랑을 해야 글을, 창작을 할 수 있다. 대사에 깊이 공감한다.
Q. 계속 연출에 도전할 생각인가?
가능하다면. 나의 관심사는 늘 가족이다.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다. 마냥 따뜻하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 주제를 다양한 형태로 다루고 싶다. 어떤 점에서는 무섭기도 하다. 우리는 어디까지를 가족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싶다. 인격을 형성하는 작은 사회가 아닌가. 가족은 모두 사랑하며 살아야 하나, 이처럼 가족을 둘러싼 많은 질문을 던지고 싶다.
Q. 올해 유난히 많은 일들을 했다.
연출, 연기, 예능 등 살면서 가장 바빴던 해다. 육체적으로도 가장 힘들었다. 어느새 벌여놓은게 너무 많다.(웃음) 남은 기간 그것들이 어떤 결실이 잘 맺었으면 좋겠다.
Q. 마지막
내년에 연기자로서 두 작품 정도 하는 게 목표이고, 준비 중인 시나리오도 완성하고 싶다. 아직도 내가 연기해서 돈벌이를 하는 게 신기하다. 영원히 자취방에 갇혀서 캐스팅이 안 될 줄 알았다.(웃음) 계속 하던대로 꾸준히 도전하면서 잘 수확하길 바란다.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