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르만 로맨스`로 첫 장편 상업영화 연출에 도전한 조은지 감독. 제공 I NEW |
연기가 유난히 맛깔스럽더니 연출도 감칠 맛이 제대로다. 류승룡 오나라 이유영 김희원 등 쟁쟁한 동료들의 응원을 한껏 받으며 의미깊은 도전의 첫 발을 성큼 내딛은, 배우 조은지(41)의 첫 장편 영화 연출작, ‘장르만 로맨스’다.
영화는 7년째 신작을 내놓지 못 하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김현(류승룡 분)을 중심으로 다섯 명의 인물들이 펼치는 각기 다른 사랑을 다룬다.
“처음 각색 제안을 받고는 고민이 깊었다”는 조은지 감독은 “한 달 정도 각색을 작업을 한 뒤 제작사 대표님께 보여드렸다. ‘결이 맞다’는 얘기를 듣고 2~3일간 고민했고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난 뒤에 연출에 도전하겠다고 했다"고 과정을 들려줬다.
이어 “배우로서 연기에 임할 땐 내가 표현할 것을 고민한다면, 감독으로서는 카메라 뒤에서 앞뒤 상황의 흐름을 고심하게 되더라”라며 “코미디라는 장르 안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내 방식대로 펼쳐내고 싶었다. 관객들이 한 번에 알아보고 쉽게 공감하길 바랐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 영화에 쏟아진 호평에 눈물을 흘렸다는 조은지 감독. 제공 I NEW |
평단의 호평과 작품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은 고스란히 높은 예매율로 이어졌다. 영화는 개봉을 하루 앞두고 마블 히어로물 ‘이터널스’도 제치며 이날 내내 실시간 예매율 1위를 차지했다. 조 감독은 “감격스럽고 꿈만 같다. 감사한 마음 뿐”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장르만 로맨스’는 코미디라는 그릇 안에 결국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서로에게 바라기만 하는 관계는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무례하게 비춰질 수도 있지만, 투명하고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사람이 좋다. 겉과 속이 같은 관계를 지향한다”며 “작품 안에서도 그리고 밖에서도 ‘소통’을 중시한다”고 말했다.
“저 또한 연기를 해봤기에 그런 경험을 연출할 때 좋은 쪽으로 살리고 싶었어요. 배우들과 혹시라도 소통이 안 됐을 땐 어떡해야 할지도 걱정이 많았는데 결국엔 솔직함밖엔 없더라고요. 진솔하고도 명확하게, 하지만 예의를 반드시 지켜 다가가려고 했죠. 가장 어려운 건 결국 제 자신과의 싸움이었어요.”
그는 화려한 라인업이 가능했던 캐스팅 과정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조 감독은 “각색 작업부터 류승룡 선배님을 주인공으로 떠올리며 썼고, ‘순무’ 역에는 김희원 선배를 떠올렸다. ‘이웃집 여자’ 정원을 연기한 이유영 배우 역시 전작들에서 러블리하면서도 묘한 매력을 워낙 잘 표현해줘 기대감과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류승룡 선배님은 배우로서 또 인생 선배님으로서도 배울 점이 참 많았어요. 철저한 준비는 기본이고 현장에서의 탁월한 감과 그것의 활용 능력, 완벽한 케미를 완성시키는 배려심 등 놀라움의 연속이었죠. 인간적으로도 따뜻하고 섬세하시고 묵직하세요. 그러면서도 현장의 분위기도 띄어주시고요. 감사한 마음 뿐이죠.”
↑ 배우 겸 감독 조은지. 제공 I NEW |
‘예비 작가’ 유진을 소화한 무진성은 어땠을까. 그는 “오디션 후 돌아가는 진성 씨를 붙잡고 다시 한 번 보자고 했다. 순간이었지만 확신이 생기더라. 함께 소통하고 고민하면서 만들어갔다. 각자의 나이대의 고민을 녹여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 그들과의 관계가 관객에게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도 일면 들어서 되도록 친근하게 접근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각자 나이대에 공감할 만한 고민을, 사연을 녹여냈고요. 제가 이 영화를 통해 얘기하고 싶었던 건 결국 ‘관계 안에서 성장하는 모습’이었거든요. 그 관계선에 중점을 뒀어요.”
↑ 주연 배우 류승룡에 대한 강한 신뢰를 드러낸 조은지 감독. 제공 I NEW |
조 감독은 “과거 단편영화 연출을 하며 연기까지 한 적이 있는데 '아, 나는 멀티가 안되는구나'를 깨달았다. 그냥 하나만 잘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연출에 대한 애정도 더 깊어졌다. 앞으로도 계속 도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조은지는 단편영화 '2박 3일'로 2017년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다. "언젠가 ‘부부’에 대한 이야기를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서로 너무 잘 알고 있다는 확신으로 인해 오히려 서로
조은지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 '장르만 로맨스'는 17일 개봉, 극장 상영 중이다. 류승룡, 김희원, 오나라, 이유영, 성유빈, 무진성이 호흡을 맞췄다.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