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故김대중대통령 편지로 호소..."기회줘야 아름다운 국가"

↑ 유승준. 사진｜스타투데이DB

병역 회피였나 정당한 시민권 취득이었나. 20년째 한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는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 45)의 두 번째 비자발급거부 취소 소송 3차 공판에서도 팽팽한 쟁점 대립이 이어졌다.
18일 오후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정상규 부장판사) 심리로 유승준이 주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를 상대로 낸 여권·사증 발급거부 처분 취소 청구 소송 3차 공판이 열렸다.
유승준은 2002년 입대를 앞두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기피 논란으로 입국이 금지된 뒤 한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 2015년 입국을 위해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하자 입국금지 조치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사증발급 거부취소 소송을 제기한 뒤 6년째 관련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공판에서 유승준 변호인은 "미국 영주권자였던 유승준이 99년 시민권을 신청한 것은 가족들과 함께 있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군대에 가겠다는 유승준의 발언이 언론 보도로 굳어지면서 여러 고민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오보가 굳어지면서 부담도 있었고, 군대 가겠다는 생각도 실제로 했다"고 운을 뗐다.
유승준 변호인은 "처음 잡혀 있던 시민권 선서일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이후 2002년 1월 공연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을 당시 가족들이 (시민권 취득을) 설득했다. 당시 9.11 사태가 벌어진 이후라 교포 사회에서는 시민권을 받기 어렵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며 "가족들의 설득에 마음을 바꿔 선서했다"고 시민권 취득 과정을 설명하며 병역 면제를 위해 계획적으로 시민권을 획득한 게 아니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유승준 변호인은 유승준에 비자 발급을 거부하고 있는 LA총영사 측이 들고 있는 '장병사기 저하', '병역기피 만연 가능성' '사회갈등 조장' 등의 근거에 대해 "모두 추상적인 표현"이라며 "병역기피 하면 지금도 유승준 이야기가 나오는데, 사실 지금의 청소년들은 유승준이 활동할 때 태어나지도 않았다. 과연 유승준이 들어올 때 장병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병역기피 풍조가 만연하게 될 지 의문"이라 주장했다. 이어 "사회질서, 공공복리 침해 표현 역시 단순하고 추상적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LA총영사 측 변호인은 "당시 유승준은 수술이 굳이 필요치 않은 수준이었음에도 허리 디스크 수술을 했다. 통상 수술이 필요한 정도의 중증이 아니었다"며 "원고(유승준) 측이 병역 해결을 위해 디스크 수술과 미국 시민권 취득이라는 두 가지 방법을 진행하려 한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LA총영사 측 변호인은 특히 "미국 시민권 취득은 오랫동안 준비하는 절차가 필요하고, 본인 스스로 신청서를 내고 인터뷰에 응하고 서명하는 등의 절차가 있다. 이같은 절차를 진행해왔음에도 그는 방송이든 어디서든 한 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었고, 그 과정에서 허리 디스크 수술도 있다"며 "병역 면제를 꾀한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가하면 유승준 변호인은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활동했던 미국 국적의 다른 가수들의 실명을 언급하며 그들과 유승준 케이스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해달라는 의견도 내놨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미국 시민권을 선천적으로 갖고 있던 케이스와, 병역의무 이행 예고받은 과정에서 취득한 것은 다른 부분이니 이 부분은 분명히 해달라"며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또 재판부는 유승준 측에 미국 시민권 취득을 위한 거주요건을 어떻게 충족했는지, 1차 입영통지 일자와 연기시점, 2차 입영통지 일자 등을 파악해 자료로 제출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 LA총영사 측에는 "유승준의 병역기피 관련 국민정서보다 법리적 부분에 보다 초점을 맞춰달라"며 재외동포 입국 금지 관련 형평성을 판단할 수 있는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이날 유승준 변호인은 지난 공판 당시 판사가 요청한 '아름다운 국가'에 대한 견해를 전하며 유승준이 2003년 고(故) 김대중 대통령 퇴임 당시 받았다며 대통령의 편지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유승준 변호인은 "김대중 대통령이 2003년 퇴임하면서 국민들에게 쓴 감사 편지가 있는데, 유승준에게 쓰신 게 있더라. 착오로 전달됐는지 어떤건지는 모르겠는데 그걸 보고 느낀 건, 동포로서 불법추방됐는데, 만약 잘못을 했을 때 그 잘못에 대한 사과를 하고 어느 정도 시한이 지나고 그 부분에 대한 걸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사람에게, 국가가 포용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그 사람에게 사과할 기회와 국가에 기여할 기회를 주는 게 재판장님이 이야기하는 아름다운 국가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여론에 휘둘리는 법이 아닌, 냉철하게 차분하게, 무엇이 전체적인 나라에 도움이 되는지 판단해서 질서를 만들어가는 게 아름다운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유승준 관련 재판은 오는 12월 16일 한 차례 더 공판을 갖고 최종 선고로 이어질 예정이다.
유승준은 1997년 데뷔 후 '가위', '열정', '나나나' 등 다수의 히트곡으로 사랑 받았으나 2002년 입대를 앞두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기피 논란으로 입국이 금지됐다. 이후 수년간 한국 땅을 밟지 못한 그는 2015년 입국을 위해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하자 입국금지 조치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사증발급 거부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 재판부는 ‘국군 장병의 사기 저하’, ‘병역 기피 풍조 만연 우려’ 등을 이유로 유승준의 입국을 허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LA 총영사관이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고 단지 과거에 입국 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비자발급을 거부한 것은 옳지 않다고 판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외교부는 파기환송심에 불복, 대법원에 재상고했으나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결정으로 유승준의 최종 승소가 확정됐다.
유승준은 사증발급 거부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후인 지난해 7월 로스엔젤레스총영사관에 비자 발급을 신청했지만 또다시 거부당했다. 외교부는 “스티브 승준 유는 주LA총영사관에 재외동포 체류자격(F-4)의 사증발급을 신청했고,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사증발급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은 주LA총영사는 관련 법령·규정·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등 적법한 재량권 행사를 통해 신청인에 대한 사증발급을 거부했다"면서 "재외동포 체류자격의 신청 요건을 갖추었다고 해서 무조건 사증을 발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유승준은 지난해 10월 서울행정법원에 비자발급거부 취소 소송을 다시 제기,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