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 사진=넷플릭스 |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하게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며 전세계를 휩쓸었다.
지난 28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를 통해 그는 최근 불거진 각종 논란은 물론 작품의 인기 비결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현재 ‘오징어 게임’은 한국 시리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차트 ‘오늘의 톱10’에서 최초 1위, 66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는 연일 새로운 기록을 세워가고 있다. 더불어 ‘오징어 게임’에서 등장한 초록색 트레이닝복, 달고나 등도 글로벌한 인기를 자랑하며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각종 패러디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이렇게까지 잘 될 줄은 나도 생각 못했다. 상상도 못한 일이 일주일 만에 벌어져서 얼떨떨하다. 좋다가도 진짠가 싶고 멍하다가도 놀랍다. 넷플릭스와 작업을 해서 최대한 단순한 비주얼의 게임을 배치했다. 원래 다섯 번째 게임이 동그란 딱지 접기였다. 시리즈로 바꾸면서 구슬 치기로 바꿨다. 비주얼적으로 아름답고, 홀짝은 심플해서 (바꿨다.) 아이들 게임이 가진 단순성, 전세계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거고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그런 게임에 목숨을 걸고 게임을 한다는 것이 눈을 사로잡은 것 같다. 동시에 사회가 어느 나라가 다 마찬가지이지 않나. 너무너무 힘든 세상이 되어 버렸다. 부익부 빈익빈이 더욱 심해져서 그런 경제적인 모순, 구조적인 모습들이 전세계 누구나 겪고 있는 문제라 오징어 게임에 더 공감해주신 게 아닌가 싶다.”
황동혁 감독이 연출한 이전 작품들과 달리 ‘오징어 게임’은 시즌제이다. 이번 작품은 큰 도전이었으며, 이에 대한 부담감 역시 컸음을 고백했다.
“8시간짜리 작품을 만드는데 혼자 대본을 쓰고 촬영하는 게 힘들었다. 몸이 진짜 많이 상했다. 이번 작품을 만들면서 ‘몸이 상해서 다시 또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오징어 게임’이 내가 여태까지 장르를 바꿔 가면서 해왔지만 가장 모험이라고 생각했다. 중간은 없을 거다. 사람들한테 ‘모 아니면 도’ ‘망작 아니면 걸작’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도전한 작품이다. 리스크가 커서 마음속에 부담감이 컸다. 시리즈의 장점은 정말 마음대로 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어느 회차는 코미디로, 어느 회차는 휴먼드라마처럼 만들고, 한 작품에 녹여낼 수 있는 모든 장르와 감정을 해볼 수 있는 게 매력이었다. ‘시즌제는 이런 매력이 있구나’하면서 ‘이런 고통이 함께 있다’라는 걸 깨달았다.”
어린 시절 추억의 게임과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로 통해 황동혁 감독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또한 이런 아이디어를 깨닫게 된 일화를 공개했다.
“이 작품을 2008-2009년에 만들었다. 그때 내가 힘들었다. 대출을 받아서 빚도 생기고, 가장 어려운 시절에 ‘데스게임에 참여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생각들을 하다가 시작한 작품이다. 징검다리 건너기는 게임은 아닌데, 내가 학교를 그렇게 다녔다. 돌이 제대로 안 되어 있으면 빠지고 했었다. 거기에서 착안했다. 내가 말하는 의도가 거기 안에 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징검다리는 필승비법이 있는 게 아니다. 유리공 캐릭터가 그러긴 했는데, 누군가 희생해야 건널 수 있다. 마지막에 건너는 승자는 수많은 패자들의 희생을 통해 게임을 완수하게 된다. 결국 이 사회에, 이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은 승자라고 해도 패자들의 시체 위에 서 있다는 생각에서 만들었다. 다리를 건너고 나서 기훈(이정재 분)과 상우(박해수 분)의 대화에서 그런 부분이 갈린다고 생각했다. 기훈은 그걸 인정하고, 상우는 자기가 노력해서 성공했다는 가치관의 차이를 보여주고 싶었다.”
↑ 황동혁 감독 인터뷰 사진=넷플릭스 |
성기훈 캐릭터의 전사가 살짝 공개됐다. 쌍용자동차 사건을 연상케했다. 실제 이창근 전 쌍용차노조 기획실장은 “이 대목에서 감독의 생각이 읽혔다”라며 “감사하다”라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기사로 접했다. 예전부터. 구조조정에 대한 해고, 파업, 실직, 소송, 복직 투쟁과 해고자들과 가족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걸 계속 접했다. 기훈이라는 캐릭터를 만들 때 평범한 사람이자 노동자인 그런 사람 조차도 이런 사회에서 현실적인 해고와 그 이후의 자영업의 실패 등으로 밑바닥에 떨어질 수 있음을 표현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평범하게 직장을 가지고 가정을 꾸렸던 사람에게도 위험성이 있는 시스템이다. 그 정도로 불안정하고 힘든 사회라는 것, 전 세계 자본주의 사회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드래곤 모터스라는 회사를 다녔다는 전제로 그런 암시를 넣었다.”
‘오징어 게임’ 하면 게임장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아기자기하고 동심을 소환하는 게임장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서바이벌은 아이러니한 매력을 만들어냈다.
“일남(오영수 분)의 눈으로 일남이 들어가서 놀고 싶어 만든 게임이라 그런 것을 기준으로 작업했다. 무시무시한 게임장이 아니라 어린 시절 일남이 푹 빠질 수 있는 곳으로 만든 걸로 작업했다. 현실에 존재할 공간이 아니라 초현실적인,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어야 해서 미술적 회의를 많이 했다. 이렇게 많이 한 적이 없을 정도로 오래 고민하고 회의할 정도였다.”
다만, ‘오징어 게임’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도 계속해서 언급이 되고 있다. 개인 전화번호 유출로 피해자들이 발생했고, 계좌번호 역시 실 소유자가 있다는 부분과 작품 내 미녀(김주령 분), 덕수(허성태 분)의 대사나 장면, VIP실에서 벌어지는 일들로 인해 여혐 논란도 불거졌다.
“전화번호 문제는 우리가 없는 번호로 찾아서 체크한다고 쓴건데, 제작 과정에서 010을 안 눌러도 전화가 걸리는 시스템이 있는 거를 체크하지 못해 벌어졌다. 꼼꼼하게 살피지 못한 것에 대해서 사과드린다. 이 문제는 제작진 측에서 해결 중이다. 피해를 입으신 분들과 영상에서도 해결 중인 걸로 알고 빠른 시일 내로 해결하도록 하겠다. 계좌번호는 제작진 번호를 협의하고 썼는데 456원을 보내는 분들이 있다고 한다. 계속 놔두면 문제가 될 것 같아서 정리하는 과정에 있다.”
“VIP들이 있는 곳들에서 바디페인팅을 한 사람들을 전부 여자로 오해하는데 남자와 여자 모두 바디페인팅을 시켜서 사물로, 도구로 쓰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인간을 도구화시킨 그런 사회에 대한 비판을 하고 싶었다. 바디페인팅 남녀 한 쌍씩을 썼다. 여혐이 아니라 캐릭터들이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일들, 대사로 캐릭터 구축을 위한 현실성있는, 절실성 있는 것으로, 특정 성별을 혐오하려는 의도가 없음을 말하고 싶다
시즌1에서는 시즌2를 염두해두는 결말로 끝을 맺었다. 시즌2에 대한 계획은 있을까.
“다음 영화를 구성한 게 있어서 그거 먼저하지 않을까 했다. 이렇게 인기가 생기고 다들 원하셔서 내가 또 뿌려놓은, 저질러 놓은 것들도 있어서 책임지고 수습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시즌2는 열어놓고 생각하고 있다.”
[이남경 MBN스타 기자]
(인터뷰②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