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종원(왼쪽) 오은영. 제공 | SBS, 포켓돌스튜디오 |
이들은 이미 방송에 등장한지 제법 오래지만 위치는 더욱 견고해진다. 이제 이들은 게스트나 패널, 양념 역할을 넘어 프로그램을 주도하며 문제 해결을 이끈다. 방송 생활로 입담과 예능감도 더해졌지만 최고의 무기는 전문가적 지식이다.
방송가 3대 해결사로 불린다. 수년째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대상 후보에 올랐고 번번이 사양한 외식업계 최고수 백종원, 반려인구 천만시대에 꼭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며 반려견 훈련 문화의 새 지평을 연 강형욱 훈련사, 육아 멘토를 넘어 국민 멘토로 떠오른 오은영 박사가 그 주인공들이다.
↑ 백종원. 사진| tvN |
이같은 트렌드를 본격적으로 이끈 첫 주자는 '푸드 예능계의 1인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다. 구수한 입담과 현실적인 레시피로 일찌감치 ‘백주부’로 유명세를 얻은 그는 SBS ‘골목식당’으로 확장된 전문성을 발휘하며 방송가를 장기 집권 중이다.
2015년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으로 혜성 같이 등장한 그는 기업 대표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깨고 푸근하고 인간적인 매력으로 단숨에 대세로 떠올랐다. ‘집밥 백선생’, ‘백종원의 3대 천왕’ 등 자신의 이름을 내건 시리즈 예능들을 연달아 히트시켰고, 무엇보다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요리’에 대한 변화된 인식으로 대중화에 일조했다.
특히 요리사업가로서 쌓은 방대한 지식과 노하우를 영세 상인에게 전수해 지역 상권의 재기를 돕고, 위기의 특산물 농가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솔루션들을 제공하며 선한 영향력을 몸소 입증했다.
올해 초 종영한 MBC ‘백파더’를 비롯해 ‘골목식당’과 ‘맛남의 광장’을 선보인 SBS부터, 최근 JTBC와 KBS까지 각각 ‘백종원의 국민음식-글로벌 푸드 편'과 ‘백종원 클라쓰’를 잇달아 선보이면서 채널만 돌리면 백종원이 등장한다. 지난 4월 공개한 티빙 오리지널 ‘백종원의 사계’, 올해 하반기 공개를 앞둔 OTT 넷플릭스 ‘백스피릿’까지 포함하면 그야말로 백종원의 시대다. 이를 통해 백종원은 라이브 방송으로 지역 특산물을 순식간에 완판시키는가 하면, 이마트 등 대형 유통망과의 연계를 모색하기도 했다.
틀면 나오다 보니 또 백종원이냐는 지적이 나오고, 콘텐츠간 뚜렷한 차별화가 없다보니 시청률과 화제성이 전만 못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백종원을 능가하는 이 분야 전문가가 없다는게 방송가의 한 목소리다. 다양한 업종의 외식업체를 직접 운영해보며 나온, 비교불가 현장경험에 누구보다 쉬운 레시피로 요리하는 매력을 따라잡기 어렵다. 백종원 대표에 대한 대중의 사랑과 방송가의 러브콜이 여전히 뜨거운 이유다.
↑ 강형욱 훈련사. 사진| 보듬 컴퍼니. |
반려견 행동 교정 업체 ‘보듬 컴퍼니’를 설립한 강형욱 훈련사는 반려동물 인구가 약 1500만 명을 넘어선 우리 사회에 일상을 함께 하는 반려견의 존재를 올바르게 대하고 건강하게 훈육하는 방법을 일깨우는데 일조한 인물이다.
복종과 즉각적인 보상이 우선이던 기존 반려견 훈련 문화를 교감과 상호 보완을 중시하는 형태로 바꿔 놓은 그는 반복적인 행동으로 반려견에게 당위를 주입하는 것이 아닌 여지를 주고 반려견이 충분히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여유와 열린 사고를 강조했다. 뜻밖에도 대부분의 경우, 반려견 보다는 주인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도 날카롭게 밝혀내며 견주들에게는 자기 반성을, 지켜보는 이들에게는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는 강 훈련사의 남다른 도전 정신과 몸을 사리지 않는 경험의 축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단순히 개를 너무 좋아해 훈련사가 되기로 결심한 그는 영어가 익숙하지 않았음에도 2007년 압박교육이 주류였던 우리나라를 떠나 호주 일본 노르웨이 등의 여러 훈련소를 돌며 다양한 훈련 방식을 보고 배웠다.
특히 유학 중 '강아지를 안 짖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왜 짖는지를 이해해야 한다'는 말에 충격을 받아 이후 1년 6개월간 긍정 훈련법을 다시 배웠다. 2014년 한국으로 돌아와 새로운 훈련법으로 강아지들을 만나기 시작했고 다양한 방송을 통해 반려견이 아닌 보호자,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며 전문성과 진정성을 인정 받았다.
대표작인 KBS2 예능프로그램 '개는 훌륭하다'에서 보호자와 반려견의 문제점을 꼼꼼하게 파악한 뒤 근본적이고도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시하고, 현실적인 충고와 냉정한 지적도 서슴지 않으며 '개통령'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독보적인 솔루션과 쉬운 설명, 공감과 소통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그는 지상파와 종편 채널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한편,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등의 저서를 출간하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 오은영 박사. 사진 | KBS |
전문가테이너 중 최근 이슈를 몰고 다니는 핫한 인물은 바로 '국민 육아 멘토' 오은영 박사다. 방송가의 킬러 콘텐츠로 떠오른 그는 기존 프로그램과 더불어 MBC ‘등교 전 망설임’,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등 두 편의 새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활약 중이다.
현재 출연 중인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는 방송 초반 1%대로 출발했지만 시청률 상승을 거듭해 최근에는 3%대에 안착했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넷플릭스와 유튜브에서도 공개되며 점점 더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단정 짓기 어려운 문제임에도 이처럼 대중이 오 박사의 솔루션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백종원, 강형욱과 마찬가지로 단순히 막연한 조언을 건네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정확하고 냉철하게 구체적이면서도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원활하게 소통하지 못하는 어린이가 가진 문제를 정확히 짚어내고, 부모와 자녀 사이 갈등의 원인을 발견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마음을 먼저 읽어낼 뿐만 아니라, 성인이 돼서도 해결되지 않는 가정환경의 문제 등을 찾아내 성인들 역시 자신의 상황에 대입해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소아‧청소년은 물론이고 20~60대에 이르는 연령층을 아우를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며 심리 고민 상담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 함께 눈물 흘리며 해결책을 제시하는 오은영(왼쪽) 강형욱. 사진| 채널A, KBS |
그동안 이들 외에도 다양한 전문가들이 방송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일약 스타덤에 올라 주전공 이 외의 다양한 콘텐츠에 도전하며 활약을 펼쳤지만 크고 작은 논란에 휘말려 순식간에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들은 아직까진 다른 양상을 보인다.
최근 오은영 박사가 고액 상담료 및 명품 착용 논란에 휩싸였지만 실제 상담을 받은 이들을 비롯해 방송에서의 육아 상담으로 도움을 받은 많은 이들이 직접 나서 든든한 ‘방패’가 돼줬다. 강형욱 훈련사의 반려견 훈련 비용도 함께 언급됐지만 역시 "그럴 만하다"는 옹호가 더 컸다.
방송에서 유명해진 이들의 경우 작은 논란에도 걷잡을 수 없이 악플이 쏟아지는 것과 달랐다. 진정한 전문가는 그만한 상담료가 아깝지 않고, 이렇게 번 돈을 취향껏 소비하는 것 또한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가만히 보면 알겠지만 전문가인 척 하던 이들은 자잘한 논란이나 루머만으로도 배척 당한다. 그러나 찐 전문가들의 경우 아이돌 팬덤처럼 지켜주는 이들이 생겨났을 정도"라고 위상과 영향력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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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