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자에 대한 얘길 나누는 윤정수, 김수미. 사진 ㅣKBS 2TV 방송화면 |
김수미가 50세 ‘노총각’ 윤정수에게 물었다. 지난 달 방송된 KBS2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다.
김수미는 손녀 조이의 재롱을 바라보다 함께 있던 개그맨 윤정수를 향해 “너 아이는 낳을 수 있냐. 정자는 있고?”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윤정수는 눈을 번쩍 뜨며 “예, 예... 많이 있습니다. 며칠 전에 한 번 확인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윤정수는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절친 박수홍과 함께 정자 냉동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바야흐로 만혼시대, 결혼·출산 빙하기다. 결혼이 늦어지고,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난자 냉동’ ‘정자 냉동’을 고려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연예계는 이같은 현상이 더욱 뚜렷한 곳이다. 이제 결혼 안한 미혼 연예인들이 모이면 정자, 난자 보관은 자연스러운 대화 주제다. 과거 정자, 난자 냉동은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를 앞둔 환자들이 주로 시도했지만, 지금은 늦은 결혼과 난임을 대비한 미혼 남녀들의 새로운 풍속도로 떠올랐다.
↑ 아들 젠 출산 전 한국에서 난자 냉동을 했던 사유리. 사진 ㅣMBN |
사유리는 ‘출산 후 한 방송에서 “한국에 냉동 보관하고 있는 난자가 7개 있다”며 “그걸 일본으로 보내달라고 했더니 외국으로 보낸 적이 없어서 안 된다고 하더라. “어쩔 수 없이 일본에 와서 무척 어렵게 난자를 채취하고 시험관을 해서 아기를 가졌다”고 비화를 전했다.
↑ 자발적 비혼모가 된 사유리와 아들 젠. 사진ㅣ사유리 SNS |
↑ 난자냉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유리와 제시. 사진ㅣMBC |
또, 지난해 tvN ‘식스센스’에서 오나라에게 “언니 아기 있나”라고 물으며 “아기 먼저 낳아라. 언니 에그 얼려라”고 추천했다. 계란을 얼리라는 갑작스러운 제시의 말에 다들 당황하자 전소민은 “난자”라고 말을 정정해줬다.
↑ 여러 방송에서 난자 냉동 경험담을 전한 이지혜. 사진 ㅣKBS 2TV |
이지혜는 “내가 다 맞는 것은 아니지만 내 경우를 예를 들면 저는 남편 만나기 몇 개월 전에, 37세에 난자를 26개 얼렸다”며 “하지만 이건 많이 얼린 게 아니었다. 시험관 할 때 반 정도를 녹였는데 PGS(착상 전 유전자 검사)를 통과한 난자는 두 개 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두 개를 착상했는데 모두 실패했다. 두 번째 시험관 때는 남은 냉동 난자를 다 녹였지만 PGS 통과한 게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처음 난자 채취부터 다시 시작했다”면서 “이왕 할 거면 20대에 얼려라. 50개는 얼려놔야 확률적으로 높다"고 조언했다.
사유리 역시 “이 나이에 난자를 얼리면 소용 없어진다”며 “20대에 하는 게 좋고 늦어도 30대 초반에는 해야 한다. 친구가 37세에 난자 보관을 해서 10개나 모았는데 하나도 못 썼다더라. 녹였을 때 하나도 못 쓸 가능성이 많다. 지금 당장 해야 한다. 오늘이 가장 어린 날”이라며 크게 공감했다.
↑ 10년 전 난자 냉동을 했다고 고백한 명세빈. 사진 ㅣKBS 2TV |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기도 했다. “착상도 중요하고 이후 과정도 많지 않냐. 고민 중에 있다면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난자 갯수가 사람마다 다르다. 많이 해놓을수록 좋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 결혼 후 남편이 미국에 있어 난자 냉동을 했다고 밝힌 안영미. 사진ㅣJTBC |
안영미는 JTBC 예능 프로그램 ‘독립만세’에서 “제가 난소 나이가 20세로 나왔다. 얼마 전 난자 18개를 채취한 상태”라고 했다.
송은이는 "2세를 위해서 준비하는 것이다. 난자 냉동 시술을 했다더라. 신랑이 미국에 있어서 그렇다"고 부연했다.
개그우먼 김지민 역시 “난 아이 3명을 낳을 거다. 냉동난자를 얼려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봉선도 비혼모로 출산한 사유리를 보며 난자 냉동을 생각했다고 얘기했다.
채리나는 냉동 난자를 주변인들에게 적극 추천했다. 그는 “보는 사람마다 얘기한다. 나이 많은 게 잘못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늦게 만난 것 뿐이라고”라며 “나중에 늦어서 아기를 못 가질 수도 있으니까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얼려놓으라고 얘기한다”고 밝혔다.
↑ 쉰을 앞두고 정자 냉동을 했다고 털어놓은 이상민. 사진ㅣTV조선 |
더구나 음주, 흡연, 과로, 스트레스, 비만, 전자파 등으로 남성 불임이 증가하면서 가임력 보존을 위해 정자 냉동을 문의하는 남성들이 적지 않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한 가운데, 감염 시 불임이 될 것을 우려해 정자 냉동을 결정하는 남성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내년에 50세가 되는 방송인 이상민은 최근 TV조선 ‘백반기행’에 출연해 2세를 향한 강한 열망을 드러내며 정자 냉동을 고백했다.
당장 내년에 결혼해도 애 낳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뱉은 그는 “아이가 너무 갖고 싶어 얼마 전에 정자를 얼렸다”며 “이 상태로 얼리는 건 문제가 좀 있을 것 같다고 3개월 후 얼리자고 했다. 썩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좀 얼리자고 해서 얼렸다”고 했다.
돌싱 개그맨 김준호 역시 MBN ‘친한 예능’에서 정자를 냉동했다고 밝혔다. 셋째 시험관 시술에 도전 중이라는 샘 해밍턴과 대화하던 중 “나도 정자 맡겨놓은 게 있어. 나중에 혹시나 정자수가 모자를 까봐 얼려 놨지”라고 말했다.
↑ 딘딘 나이로 돌아간다면 정자 냉동을 꼭 하고 싶다고 밝힌 김종민. 사진ㅣ유튜브 ‘달라스튜디오-그늘집’ |
이영자 역시 과거 한 예능에서 “사실 5년 전 방송인 홍진경에게 진지하게 (난자 냉동) 제의를 받았다”라며 “당시엔 우스갯 소리로 넘겼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니 ‘그때 했어야 하는데’ 후회가 되더라”고 속내를 전했다.
11세 연상연하 커플인 이사강·론은 “만약을 위해 후회를 안 했으면 좋지 않을까 해서 (이사강에게) 난자 냉동을 권유했다”고도 밝혔다.
↑ 일본 정자은행에서 기증받아 아들을 출산한 사유리. 사진ㅣ사유리 SNS |
2014년 미국 블룸버그는 ‘당신의 난자를 얼리고 커리어(career)를 해방하라’는 기사를 냈다. 글로벌 기업 애플과 페이스북 등에서는 여성 인재를 붙들기 위해 난자 냉동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일본 PR회사 써니사이드업을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직원들의 난자 동결 보존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나섰다.
난자 냉동은 불가능에 가깝던 출산을 성공으로 이끌기도 했다. 국내 한 교수팀이 국내 최초로 만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환자의 난자를 9년간 냉동 보관했다 아이를 출산한 사례가 있다. 유방암 환자가 ‘냉동 배아 이식’으로 출산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또, 차병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 최고령 산모는 57세(2012년 출산)인데 당시 산모는 폐경 상태였지만, 폐경 이전에 냉동해둔 난자로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해 임신할 수 있었다.
35살이 넘으면 난자 생산력이 급격히 감소해 난임과 염색체 이상 확률이 커진다. 난자 냉동은 되도록 30대 중반 이전에 하는 것이 좋다. 의학계는 산모와 아기의 건강, 성공률 등을 고려해 37세 이전에 난자를 채취하고 43세 이전에 사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은 있다. 난임 부부와 달리 미혼 여성은 비보험으로 처리된다. 300만원 이상의 비용을 자가 부담해야 한다. 난자 냉동은 가임력 보존의 수단이지 임신·출산을 보장하진 못한다.
하지만 난자, 정자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