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계 ‘천재 아티스트’에서 이젠 '대세 배우'로 불리고 있는 구교환(39). 매 작품마다 캐릭터의 존재 이유를 분명하게 전하면서도 독특한 개성을 입혀 대체불가의 존재감을 뽐낸다. 그에게 '입덕'한 이들이라면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구교환의 자유로운 영혼과 치밀한 표현력이 돋보이는, 영화 ‘메기’(감독 이옥섭)를 추천한다.
작품은 시작부터 발칙하다. “사람들은 왜 서로를 의심할까요?”라는 누군가의 질문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일명 ‘19금 엑스레이’ 에피소드로 포문을 연다. 민망한 엑스레이 사진 한 장으로 발칵 뒤집어진 병원, 왜 이런 사진이 누구에 의해 유출되었는지는 중요치 않다. 그저 찍힌 사람이 누구인지, 혹시나 그 주인공이 내가 아닌지 모두가 불안에 떨 뿐. 불법 촬영 범죄와 심각한 인권 침해로 사회문제가 된 한국 사회의 관음증을 경쾌하고도 신랄하게 비판한다.
여기에 취업난에 빛을 잃어가는 청년들, 데이트 폭력과 인간 관계의 균열 등 믿기 힘들지만 현실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쉴 새 없이 터지는 사건들도 담긴다. 불신의 현재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사회에 쉴 새 없이 화두를 던지고 비판하면서도 어루만지고 응원하며 웃음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지켜보는 건, 어항 속 ‘메기’다.
이 영화로 그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그는 "진심. 그 인물이 되려고 그저 진심을 다했다. 인물의 상당 부분이 실제의 내 모습(과거와 현재)이 입혀져 있어 거짓 없이 임했다. ‘척’ 하지 않는 것, 그게 최선이었다"며 "관객들에게 보내는 액션이 더 큰 리액션으로 돌아와 꿈을 꾸듯 행복했다. 작품 역시 그랬다. 관객들에게 여러 갈래로 읽혀지는 것 같더라. 진정한 소통의 힘은 이토록 아름답다"고 남다른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영화는 메기가 있어야 할 곳이 어항이 아닌 것처럼, 그저 익숙해졌을 뿐 사실은 어울리지 않는 지금을 살고 있을 누군가에게, 현실 속 고민과 고통 속에서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는 모든 현대인에게, 의심의 싱크
미워할 수 없는 악동, 알고 보면 천사 같은, 독보적인 아우라의 영화로 구교환의 빼놓을 수 없는 보석같은 필모다.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