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지어진 세상에서 가장 작은 기차역 '양원역'을 모티브로 한 영화는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유일한 인생 목표인 준경(박정민)과 그의 소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박정민이 '수학 천재' 준경 역을, 첫 눈에 그를 찜해 성공시키는 게 목표인 '행동파' 라희는 임윤아가 각각 맡아 통통 튀는 풋풋한 케미를 선보인다. 이성민은 무뚝뚝한 모습 뒤 깊은 부성애를 지닌 아버지로, 이수경은 준경의 엄마 같은 누나 '보경' 역을 맡아 든든하게 힘을 보탠다.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바로 캐스팅. 웃음과 감동, 눈물까지 모두 책임지는 박정민은 이번에도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뽐내며 노련하게 작품을 이끈다. '공조'·'엑시트'로 연기 변신에 성공한 임윤아는 이전보다 물오른 연기력으로 호감도를 한껏 끌어 올린다. 이수경 또한 기대 이상의 깊이 있는 온화함으로 새 얼굴을 보여주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속적이고 점층적인 신파의 대향연은 적잖은 피로감을 선사한다. 천재 시골 청소년의 흔한 성공담에 판타지 요소를 녹인 것까진 '신선한 시도'였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을 매력적으로 활용하지는 못했다.
중반부 이후부터 '쉼표' 없이 펼쳐지는 기구하고도 진부한 사연이 신파에 신파로 이어져 눈물이 마른 뒤에도 메가폰 홀로 클라이막스를 향해 열심히 질주하니, 따라갈 여력이 없다. 주변 인물들은 하나같이 희생과 봉사 정신이 투철한 주인공 '준경 바라기'로 전혀 입체적이지 못한다. 그나마 배우들의 명품 연기가 아니었다면 매력보단 답답함을 더 크게 느꼈을 터. 주제를 안일한 방식으로 규격에 맞지 않게 과대 포장한 연출이 아쉬울 따름이다.
추억의 맛보단, 시대에 뒤떨어진 '쉰 맛'이 더 강하고, 착한 매력은 과도한 신파에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