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ㅣJTBC |
지난 5일 방영된 JTBC 수목드라마 ‘월간 집’(극본 명수현 연출 이창민 제작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JTBC스튜디오) 최종회에서 나영원(정소민)과 유자성(김지석)은 자신들도 모르게 얽힌 악연 때문에 또다시 이별을 겪어야 했다. 영원의 아빠(정승길)가 과거 자성에게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상처를 줬던 사람이었음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함께 일했던 두 사람은 가족처럼 지냈고, 그런 영원의 아빠를 믿고 자성은 모았던 돈 전부를 빌려줬다. 영원의 아빠 역시 부동산 사기를 당했던 거였지만, 전후 사정을 모른 채 잠적해버린 그는 자성에겐 그저 믿었던 사람의 충격적인 배신이었을 터.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영원은 자성과의 헤어짐을 택했다.
그리고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자성은 여전히 집안 곳곳에 남아있는 영원의 흔적을 떠올리며 그리워했고, 영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3년 전, 함께 여행을 떠났던 경주로 향한 영원은 기적처럼 자성과 재회했다. 그 사이 협소주택으로 내 집 마련까지 성공했고, 편안하고 안락한 집인 동시에 지역 호재까지 염두했다는 그녀는 확실히 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월간 집’ 식구들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신겸(정건주)은 어엿하게 포토그래퍼와 에디터가 된 장찬(윤지온), 육미라(이화겸), 계주희(안현호) 등 ‘소중한 사람들을 초대’할 수 있는 첫 집을 마련했다. ‘월간 집’ 2호 커플 여의주(채정안)와 남상순(안창환)은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골인, 새 아파트에 입주해 ‘깨끗하고 안락한’ 신혼 생활을 영위했다. 아직도 재건축이 안 된 편집장 최고(김원해)의 아파트는 아들의 한국대 입학이란 ‘행운을 부르는 명당’이 됐다.
그리고 다시 만난 영원과 자성은 집(House)에 사랑(Love)을 더해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좋은 집(Home)’을 가꿔나갔다. 서로를 통해 안식처로써의 집과 자산으로써의 집을 배운 두 사람은 사랑도, 내 집 마련의 꿈도 모두 이루며, 더할 나위 없이 흐뭇한 엔딩을 장식했다. 이렇게 지난 8주간 안방극장에 공감과 행복의 에너지를 가득 불어넣은 ‘월간 집’의 여정을 되돌아봤다.
#1. 명수현 작가X이창민 감독의 빌런 없는 ‘내 집 마련 로맨스’
요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이들의 최대 화두, ‘내 집 마련’이란 현실적인 소재를 가져와, 시종일관 시트콤을 방불케 하는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시청자들과 소통한 ‘월간 집’. 여기에는 명수현 작가 특유의 공감 필력과 이창민 감독의 영리하고 세밀한 연출이 한 몫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 속에 코믹, 드라마, 멜로, 패러디까지 다양한 장르와 장치를 곳곳에 배치, 매회 잠시라도 눈 돌릴 수 없는 재미로 시청자들의 오감을 만족시킨 것. 다양한 사람들의 ‘집’ 이야기는 내 주변에, 혹은 어딘가에 있을 법한 현실을 담아 자연스럽게 생각할 거리를 던졌다. 한참 웃고 즐기다 보면 어느새 훅 들어온 영원의 내레이션이 가슴 속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켰다. 무엇보다 방영 전부터 “빌런이 없다”고 예고했던 이창민 감독의 의도대로, ‘월간 집’은 자극적인 소재와 장치 없이도, 갈등조차 무해하게 풀어내도, 시청자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착한 드라마의 저력을 보여줬다.
#2. 100% 싱크로율, 배우들도 즐긴 열연
“우리 드라마엔 연기 구멍이 없다”던 이창민 감독의 자신감은 정소민, 김지석, 정건주, 채정안, 김원해, 안창환 등 배우들도 즐긴 현실 연기에서 비롯됐다. 회를 거듭할수록 농익어가는 연기 합은 물론이고, 웃음도 눈물도 캐릭터 딱맞춤 버전으로 살려낸 연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10년 차 직장인 ‘나영원’으로 또 하나의 ‘공감캐’를 완성한 정소민, ‘유자성’ 역에 완벽하게 몰입해 유난스러운 사랑꾼으로 많은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김지석, 담백한 연기로 큐피드가 된 서브 남주란 신선한 캐릭터를 만들어낸 정건주, 단 한 번도 웃음을 놓치지 않은 상극 콤비 채정안과 안창환, 그리고 존재 자체만으로 최고였던 김원해까지. 각기 다른 사연과 매력을 지닌 캐릭터들은 화면 안에서 팔딱팔딱 뛰는 존재감으로 살아 숨쉬었다. 시청자들도 “최고의 연기, 최고의 케미를 보여줬다”고 입을 모은 이유였다.
#3. ‘월간 집’이 전한 ‘집’에 대한 고찰
‘집’을 다루는 리빙 잡지사에서 함께 일하고 있었지만, 집에 대한 가치관은 제각각이었던 <월간 집> 식구들. 그들의 모습은 나, 혹은 우리와 너무도 닮아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안식처, 자산증식의 수단, 재건축의 꿈, 결혼필수품, 그리고 꿈을 위해 버티는 공간이 되기도 하는, 그래서 사는(live) 곳과 사는(live) 것 사이 어딘가에 있는 집에 대한 각양각색의 현실을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담아냈다. 하지만 집은 “작고, 크고, 높고, 낮고, 모양새만 다를 뿐, 날마다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