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유리가 '보쌈'을 통해 배우로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제공|SM엔터테인먼트 |
권유리는 최근 종영한 MBN 종편 10주년 특별기획 드라마 '보쌈'(극본 김지수·박철, 연출 권석장)에서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간 조선의 옹주 수경을 통해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2세대 대표 걸그룹' 소녀시대로 10년 넘게 활동하면서도 배우로서 꾸준히 시청자의 문을 두드려 온 권유리는 '보쌈'에서 지난 시간의 노력이 응축된 연기를 보여주며 시청자의 마음을 훔치는 데 성공했다
시청률 10%를 넘어선 작품에 대한 호평뿐 아니라, 화인옹주 수경 역의 권유리에 대한 시청자의 평가는 유례 없이 훈훈했다. 안정적이면서도 캐릭터에 깊이 몰입한 열연으로 오랜 시간 권유리를 열성으로 지지해 온 '팬' 시청자뿐 아니라 중·장년 사극 마니아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은 덕분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올 여름까지 '보쌈'과 함께 했어요. 수경이라는 캐릭터를 만나고 좋은 기운을 얻은 기분이에요. 좋은 배우들과 작업할 수 있어서 기분 좋았고, 현장 나가는 게 기다려진 시간이었죠. 덕분에 많은 것을 얻고 느낀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
'보쌈' 종영 직전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권유리는 대중이 흔히 생각하는 '소시(소녀시대) 유리'와 '보쌈' 속 수경 사이 어딘가에 있는듯한 단정하면서도 특유의 시원한 미소로 종영 소감을 밝혔다.
'보쌈'은 권유리의 연기 인생 첫 사극이었다. 베테랑 연기자들도 쉽게 볼 수 없는 장르라는 점에서, 권유리에게 '보쌈'은 도전이었다.
"작품의 소재가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보쌈이라는 소재를 통해, 어쩌면 악연으로 만나는 주인공들끼리 새롭게 다시 인연이 시작되고 새로운 운명을 맞이하게 됐다는 스토리 라인이 신선하고 재미있게 느껴졌죠. 나아가 수경이라는 캐릭터가 갖고 있는, 한 여자의 기구한 운명에 맛서는 성장형 캐릭터라는 점에서 굉장히 매료돼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권유리는 '보쌈' 속 수경을 거울 삼아 자기 자신을 되돌아봤다고 떠올렸다. 제공|SM엔터테인먼트 |
"사실 어떻게 하면 좀 더 사극스러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의 시간을 보냈어요. 그런 고통의 시간이 있었는데, 그러다 '캐릭터에 좀 더 가까이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죠. 수경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겠단 생각에 대본을 정말 많은 시간, 공들여 분석하고 읽었어요."
그는 "수경을 거울 삼아 나를 많이 들여다봤다"고도 했다. 캐릭터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함이었다. 여기에 당대 시대상에 대한 공부를 통해 캐릭터에 원활하게 접근하게 됐고, 몰입도 역시 좋아질 수 있었다.
추운 겨울을 지나 더운 여름까지 한복을 입고 한 촬영 역시 쉽진 않았다. 캐릭터에 맞는 한복 차림의 행동거지는 물론, 무거운 가채 등 사극 특유의 물리적 어려움이 늘 함께였지만 "작품에 적응하기 위해 최대한 한복 차림으로 보냈다"고, 덕분에 권유리는 보다 자연스럽게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으며, 데뷔 첫 사극에서 최고의 칭찬을 받았다.
극중 캐릭터와 실제 자신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일까. 유리는 "수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나와 비슷한 성향의 부분이 분명 있다"며 긴 답변을 이어갔다.
"수경을 처음 만났을 때, 너무 당당하고 카리스마 있는 여성상이라 매료됐고, 본능적으로 끌렸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인물을 내가 연기한다고 생각하니, 처음엔 기존 유리의 이미지에 잘 어우러질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죠. 하지만 수경을 보면 볼수록 나와 비슷한 성향의 부분이 분명 있었어요."
어떤 부분일까. "예를 들면, 당돌한 부분들이에요. 하고자 하는 말들을 하고 싶을 때 한다거나, 자기 의사 분명하고 표햔할 수 있는 캐릭터. 그런 부분은 내가 갖고 있는 조그만 부분을 크게 만들어 극대화시키면, 수경이라는 캐릭터에 내가 조금 다가갈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내가 캐릭터를 잘 겪으면 수경에게서 배우고, 좀 더 닮을 수 있겠다 싶었죠."
권유리는 "작품을 마치고 생각해보니, 수경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나서 좋은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수경이 본연의 색깔. 자기의 색을 찾아가는 과정이 그려졌는데 나도 그런 과정을 겪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수경이라는 아이의 가면 아래 가려졌던, 진짜 자기 모습을 찾아가는 능동적이고 당당한 모습, 주체적 자아를 찾아가는 모습들이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걸 느꼈고, 나도 닮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끝나고 보니 시작 전의 나보다는 수경의 영향을 받아 조금은 성장해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 그러면서 그는 "운명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수경이었지만 큰 용기를 갖고 자유롭고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성장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권유리가 정일우와의 호흡을 떠올리며 "정일우의 노력 덕분에 바우와 수경의 케미 호평을 받은 것"이라 말했다. 제공|SM엔터테인먼트 |
"정일우는 다음날 촬영 분량까지도 신경써서 굉장히 구체적으로 또 적극적으로 함께 준비하자 했어요. 시청자들이 바우와 수경의 케미가 좋다고 해주신 게 정일우 오빠의 이런 노력 덕분이지 않나 싶어요. 신현수는 캐릭터와 닮은 지점이 많은 것 같았어요. 짧은 대화 속에서도 좋은 성품을 가진 게 느껴졌죠. 배우들이 다 또래다 보니 평소 대화도 잘 통했고 현장 갈 때마다 즐거웠어요."
김태우, 이재용 선배와의 호흡은 권유리에게 그야말로 '살아있는 교습'이었다. 권유리는 "김태우 선배님은 장면이 밀도 있게 나올 수 있도록 분위기 자체를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선배님 덕분에 몰입할 수 있었고, 밀도 있는 장면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또 이재용에 대해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있도록 농담도 많이 해주시면서도, 연기를 지도한다기보다 직접 보여주시니 그 흡입력에 빨려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재용 선배님께 '어떻게 그렇게 긴 대사를 한 호흡으로 완급 조절하며 하시는지 여쭤봈더니, 호흡하는 방법 자체를 알려주셨죠. 정말 많이 배웠고, 필요한 에너지를 뿜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셔서 저는 그 텐션을 온전히 받기만 해도 됐어요."
능동적인 캐릭터와 함께 한 '보쌈'의 여정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도 컸다. 권유리는 "사극 경험이 없었는데 '보쌈'을 하면서 장르에 대한 이해가 생겼다. 또 평소 좋아했고 작업해보고 싶었던 권석장 감독님과의 작업을 통해 현장에서 연기적으로도 좋은 디렉션을 주셔서 많이 배울 수 있었고, 좋은 선배님들과 같이 호흡하면서 연기적으로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유리는 "수경이라는 성장형 캐릭터의 감정을 같이 겪으며 그를 거울이라 생각하면서 좀 더 나 자신으 알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며 "나라는 사람에 대해, 자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던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연기 점수에 대해 몇 점을 주겠는지 묻자 "사실 내 연기를 자평할 수 있을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