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하나, 실형 선고 이유 세가지...'주사기·증언·동종범죄'

↑ 황하나. 사진| 연합뉴스

인플루언서 황하나(33)가 집행유예 기간 중 또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황하나의 마약 투약과 절도 혐의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 1단독 이선말 판사는 9일 황하나의 마약 투약 및 절도 혐의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어, 황하나에 징역 2년과 추징금 40만원을 선고했다.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이 한 차례 집행유예라는 선처를 받았음에도 다시 범행을 저지른 점과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사망한 남편에게 떠넘기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며 징역 2년 6월과 추징금 50만원을 구형했다.
옥색 수형복을 입고 출석한 황하나는 실형 선고에도 담담한 표정이었다. 결심 공판 당시 최후 변론에서 대성통곡 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황하나는 지난 2015년 5∼9월 서울 자택 등지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2019년 7월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20만 560원, 보호관찰 및 약물치료 등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가 선고되면서 황하나는 석방됐다. 양측 모두 항소했고, 그해 11월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항소가 기각돼 1심 선고가 확정됐다.
그러나 황하나는 집행유예 기간이던 지난해 8월~12월 남편 고(故) 오모 씨, 지인 남모씨, 김모씨와 필로폰을 수차례 투약한 혐의와 함께 김씨 자택에서 500만원 상당의 명품 의류 등을 훔친 혐의로 지난 1월 다시 구속됐고 재판에 넘겨졌다. 황하나와 마약 투약을 함께한 공범인 남씨는 지난해 12월 17일 극단적 선택을 해 중태에 빠졌다. 황하나의 남편 오씨는 며칠 뒤인 12월 24일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날 재판부는 황하나가 지난해 8월 18일, 20일, 30일, 31일께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고 공소 사실을 밝히며 황하나 측이 "필로폰을 투약한 바 없고 모발, 소변 검사가 음성인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한데 대해, 남편 故오씨가 경찰에 제출한 증거품인 일회용 주사기 9개 중 4개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과 황하나의 혈흔, 2개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과 황하나의 DNA가 검출된 점 등을 들어 "유죄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8월 20일 투약분에 대해서는 22일 보호관찰소에서 실행한 소변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것을 근거로 들며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약물 투약 후 3일 이내에 90%가 배출되고 3~4일이 경과되면 검출되지 않는다"면서 "20일께 필로폰 투약을 했다면 양성 반응이 나오는 것이 합리적이나 음성 반응이 나왔다. 검사가 입증에 이르지 못하면 피고인의 주장이 모순되더라도 무죄 추정의 원칙을 따른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오씨가 그동안 수사기관에서 '혼자 필로폰을 했다', '황하나가 나를 말리다가 주삿바늘에 긁힌 것 같다', '자신이 황하나에 몰래뽕을 했다' 등 진술을 번복한데 대해 "피고(황하나)를 보호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황하나 측 변호인은 황하나의 남편 故 오씨가 향정 혐의로 여러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으며 진술이 달라진 것을 언급, 신빙성이 높지 않은 인물이라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또 3차 공판에 출석해 증언했던 남씨의 형 A씨와 오씨, 남씨의 친구 B씨의 증언을 언급하며 "신빙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A씨는 오씨가 사망하기 전 나눴던 대화가 담긴 녹취록을 공개하며 '오씨가 경찰 조사에서 황하나에 몰래뽕(몰래 약물을 투약하는 행위)을 했다고 진술한 것을 번복하러 자진 출두하겠다고 밝혔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오씨, 남씨의 친구 B씨는 오씨가 지난해 12월 용산경찰서에 출두해 자수하겠다는 것을 들었고, 경찰서까지 데려다주기도 했다면서 "'몰래뽕'이 사실이 아니니 번복하겠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오씨가 황하나에게 몰래 마약을 주사했다고 진술한 이유에 대해 "황하나가 항상 오씨에 부탁했다더라. 자기는 집행유예 기간이니 대신 처벌을 받아주면 집안의 도움도 있을 거라고 했다더라. 그러나 (오씨는 황하나의 말이) 다 거짓이라고 느낀 순간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느껴 번복하려고 했다더라"고 오씨가 황하나에 대가를 약속받고 '몰래뽕'이라는 거짓 진술을 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B씨는 또 "오씨가 황하나를 많이 사랑했으며 지켜주고 싶어했다"면서도 "(황하나에 대한) 공포심도 확실히 가지고 있었다. 진술을 번복하면 당할까봐 그게 많이 무섭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황하나 측이 오씨가 몰래뽕을 했으며 자신의 몸에 아무런 반응이 없어 몰랐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4번 모두 몰랐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주사기에서 남성의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 오씨가 몰래뽕을 했다면 주사기에서 오씨의 DNA가 검출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황하나가 소변, 모발 검사 전 전신 제모를 하고 염색을 한 것을 언급하며 "검사를 방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황하나의 절도 혐의도 인정했다. 절도에 대해 "(유치장에 있는 김씨에) 김밥은 가져다 줬으나 겉옷은 가져다 주지 않았다"며 황하나 측이 김씨의 남자친구인 남씨의 부탁으로 챙긴 것이라는 주장을 일축했다.
재판부는 2019년 황하나가 필로폰 투약 등의 혐의로 집행유예 처분을 받은 것을 언급하며 "집행유예 기간 중 동종 범죄를 저질렀다. 수사 기관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황하나가) 반성하지 않는다"며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황하나는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대성통곡하며 "억울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에 대해 결과를 떠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했다. 또 "한때나마 진심으로 사랑한 고 오씨와 친구 남씨 모두 안타깝고 보고 싶다. (오씨와 남씨) 가족들의 상처 또한 낫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