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리. 사진|스타투데이DB |
그룹 빅뱅 전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 31)가 군사재판 개시 9개월만에 피고인으로 신문을 받으며 지난 시간을 이렇게 돌아봤다.
지난 30일 경기 용인시 소재 지상작전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승리의 군사재판 24차 공판기일이 열려 피고인 승리에 대한 신문이 진행됐다. 이날 신문은 오전 9시 30분 시작돼 식사 시간을 포함, 오후 9시 30분까지 이어졌으나 혐의가 워낙 방대했던 탓에 다 끝나지 못하고 1일 오후까지 추가 기일이 진행 중이다. 자신을 둘러싼 다수 혐의를 부인한 승리는 50회 넘게 진행된 경찰 조사 과정이 "상상 초월"이었다며 총 337일, 8088시간의 힘든 기억을 떠올렸다.
승리는 성매매알선, 성매매, 성폭력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상습도박, 외국환거래법 위반, 식품위생법 위반, 업무상 횡령,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특수폭행교사혐의 등 9개 혐의로 지난해 1월 기소됐으나 두 달 뒤 입대하면서 지난해 9월부터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 초기부터 자신의 대부분 혐의를 부인한 승리는 이날 역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제외한 8개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을 고수했다.
승리는 12시간에 걸친 군 검사, 변호사, 판사의 신문에 지친 기색도 보였으나 시종 강한 어조로 스스로를 변호했다. 그는 성매매 알선 과정엔 자신이 관여한 바 없으며, 성매매 역시 자신이 대가성 관계를 가질 이유가 없다며 부인했다. 또 여성의 나체를 불법촬영 촬영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유리홀딩스 소속 DJ 등 직원의 변호사 자문료를 유리홀딩스 자금으로 집행해 받게 된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개인이 아닌 회사를 위해 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으며, 특경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정당한 브랜드 사용료 계약을 체결해 이뤄진 자금 이동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승리는 라스베이거스 호텔에서 도박을 한 것은 사실이나 일정 중간 자투리 시간에 한 것이라며 상습도박 혐의를 부인했다. 다만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아닌 일행을 위해 빌려줬고 변제 역시 일행이 했다고 설명했다. 특수폭행교사 혐의 관련해선 자신이 조폭을 부른 적 없으며 현장에 조폭이 온 사실 자체를 수사과정에서 처음 알았다고 해명했다.
↑ 승리. 사진|스타투데이DB |
강남 클럽 '버닝썬' 폭행 폭로에서 시작된 이 사건에서 승리가 경찰에 첫 출석한 건 2019년 2월 27일이었다. 보름 여 뒤인 3월 14일 피내사자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바뀐 승리는 두 차례 구속영장 기각 이후 2020년 1월 30일 최종 불구속 기소됐다. 1년에 가까운 무려 337일, 8088시간이 걸렸다.
승리는 "(클럽 버닝썬 사건 후) 첫 수사를 받을 때 많은 언론사 앞에서 '심려끼쳐 송구하다' '명명백백히 알리겠다'고 했었다"면서 "경찰 수사 단계에서 어떻게든 만들어 낸 혐의가 9개"라고 운을 뗐다.
승리는 "당시 카톡방에 등장한 '경찰총장'이라는 표현으로 생긴 경찰유착이라는 이슈 때문에 윗선에서 엄중수사 지시가 내려졌다. 거의 잡아 넣으라는 지시였다. 160명의 광역수사대 경찰들이 버닝썬 수사에 투입됐고, 그 중심에 선 승리를 넣으라는 상황이었다. 그 당시 수사 받을 때의 두려움을 잊을 수 없다. 경찰 조직이 모든 부서가 다 나를 수사했다. 국세청 조사4국에서도 개인을 수사한 것은 내가 처음이라 하더라. 벌벌 떠는 수사를 받았고, 조사 과정에서 정말 치욕스러운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승리는 "경찰은 무조건 마약과 관련해 넣으려 했다. 마약으로 하면 구속 시킬 수 있으니까. 그런데 증거가 없으니까 못 하는 거다. 한 시간 동안 추궁하더니 체모 채취를 경찰이 보는 앞에서 하라고 하더라. 머리카락 겨드랑이털 다리털 다 드렸는데도 국과수에서 안 나왔다. 나올 리가 있나, 나는 마약은 커녕 담배도 안 피는데, 그런데 왜 안나오냐 하더라. 안 했으니까 안 나온 건데 경찰이 '내가 마약 전문가인데 네 얼굴은 딱 마약 한 얼굴이야'라더라. 두번째 부르더니 10년치 계좌거래 내역을 달라더라. 다 떼서 드렸다. 세번째 불러서, '정말 (마약) 안 했냐'고 묻더니 '그럼 안되는데'라며 다른 연예인 사진 보여주면서 '이 중 마약 한 사람을 대라'더라"고도 주장했다.
승리는 "(마약 혐의에 대해) 다 해보고도 아니었다는 발표는 안 한다. 경찰이 공식 발표를 안 하니까 아무도 모른다. 재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나는 범죄돌로 군 생활 하고 있다"고 토로하며 "형사들이 그러더라. '우리는 널 무조건 구속시킬거야, 안 그러면 도미노처럼 다 옷 벗어. 그러니 자백해라'라고. 변호인을 따로 불러 자백하라고 시키라고 30분 얘기하더라"면서 "공인으로서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사람으로서는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너무 힘들었지만 참았다.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이 날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 승리. 사진|스타투데이DB |
승리는 이어 "나는 국민들과 약속을 지키려 수사 다 받았다. 경찰 유착이 아니라는 걸 밝히고 싶어서 경찰과 동행해 (윤총경과 식사한) 광화문 식당에 가서 계산내역까지 직접 확인도 했다. 아무도 몰라주지만"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무도 믿어주지 않으니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는다는 여론에 대해 승리는 "저를 비판하시는 건 당연하다. 공인이고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사람이 불미스런 일에 연루됐으니까. 하지만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주고 오해는 풀어주고 해야 맞다고 생각한다. 내가 구속돼야 한다는 식으로만 수사가 진행돼 정말 힘들었지만, 견뎌냈다"고 말했다.
성범죄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은 정준영 등 5인이 있던 카톡방은 자신과 무관하다며 세간의 오해에 억울해했다. 그는 "정준영 카톡방이 언론에 공개된 뒤 국민적 공분과 비판을 샀다"면서도 "정준영 휴대전화 속 카톡방에 내가 참여한 방은 (8인 카톡방) 하나고 나와 유인석을 제외한 6인 카톡방, 그 중 두 명을 뺀 4인 카톡방, 또 다른 2명이 추가된 다른 카톡방 등 여러 방이 있다"고 정준영 성폭행 사건과 자신이 관련 없음을 강조했다.
승리는 "그들이 구속된 이유는 성폭행 사실관계 때문"이라며 "그 사건은 내가 없는 카톡방이지만 언론에 '승리 카톡방' 멤버들로 나오니, 많은 분들이 나도 성폭력에 연루된 것으로 알고 계시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내가 참여한 카톡방은 포차 개업하려고 만든 카톡방이지 실형선고 된 정준영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유리홀딩스 등 자신의 사업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친구들이 경찰 조사에서 승리의 혐의에 무게가 실리는 증언을 했다가 법정 진술에서 이를 뒤집은 데 대한 심경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승리는 "저는 그 친구들이 죄를 지어 죄값을 치르고 있지만 사람으로서 친구로서 진심으로 대해줬다. 그런데 그 친구들 모두 하는 얘기가 '빨리 끝내고 싶었다', '경찰이 원하는 답을 줘야 끝날 것 같았다', '내 사건이 아니라 신중하게 보지 않았다' 이런 식이다. 내가 그런 친구와 10년간 어울렸구나 하는 후회를 하고, 한심했다. 여기(법정) 와서 번복할 거면 경찰 조사 때 그렇게 얘기하지. 굉장히 유감스러웠다"고 말했다.
↑ 승리. 사진|스타투데이DB |
증인들의 입맞춘듯 한 진술 번복에 일각에서 제기된 회유 의혹에 승리는 "증인이 32명이다. 그 어떤 누가 32명의 말을 다 맞춰 회유하겠나"고 부인하며 "회유나 했으면 억울하지 나 않겠다"고 억울해했다.
승리는 "경찰이 증거인멸, 도주 우려 등의 이유를 대며 압수수색을 4번을 했다. 핸드폰을 뺏어가 내가 변호사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증인들을 회유한 정황을 찾으려 했다"면서 "법원에 제출된 내 휴대전화가 6개다. 경찰이 압수수색하고, 안 나오니 국세청이 압수수색을 하고, 거기서도 안 나오니 경찰이 국세청을 압수수색한다. 그런 (수사 강도인)데 내가 무슨 회유를 하냐"고 항변했다.
승리, 유인석, 정준영, 최종훈 등 8인이 참여한 카톡방 내용을 근거로 이뤄진 여러 신문에 대해서는 "카톡방에 공유됐다고 해서 내가 모든 걸 인지하고 있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참여하던 카톡 단체방도 열 개가 넘고 카톡 외 다른 SNS도 다섯 개 정도 이용했다. 1시간만 지나도 쌓이는 메시지가 500개다. 메시지가 왔다고 해서 내가 다 보고 알았다곤 할 수가 없다"면서 "그 카톡방 내용이 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승리는 또 "카톡방이 친구들끼리만 있던 거라 부적절한 언행도 오고 갔다. 과장되고 허황된 이야기가 많이 나왔지만 카톡방이 전부는 아니다"라면서도 "공개된 내용들에 대해 죄송하고 사죄드리고 싶다. 큰 사랑 받은 입장에서 국민들께 송구하고 부끄럽고 한심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승리는 2019년 2월 불거진 강남 클럽 '버닝썬'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며 1년 가까이 경찰, 검찰 조사를 받고 지난해 1월
한편 승리와 동일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유인석은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민간법원에서 징역 1년 8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