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조광수 감독이 염문경 작가, 배우 이정은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제공|엣나인필름 |
(인터뷰①에 이어) 김조광수 감독은 ‘자이언트 펭TV’의 염문경 작가와 ‘메이드 인 루프탑’ 시나리오를 같이 썼다. 염문경 작가는 극 중 정연으로 출연, 열연을 펼쳤다.
김조광수 감독은 “제가 제작한 영화 중 ‘악질경찰’이 있는데, 거기 조연으로 출연한 적이 있다. 하나는 얼굴을 가리고, 하나는 얼굴을 다 보여주는 2개의 역할을 했다. 그때 염문경 작가가 연기하는 걸 봤는데, 눈이 소의 눈처럼 맑고 강렬하더라. 눈이 좋다고 생각해 언젠가 작업해보고 싶었고, 이번엔 작가로 만나서 작업했다. 처음 시나리오 쓸 때는 정연 역할을 염문경이 할 거라고 생각 못 했다. 그런데 시나리오 탈고 때쯤 이 역할을 하면 감정 전달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제안했다. 자기가 쓴 시나리오로 연기한다는 게 부담일 수 있는지 잠깐 망설였지만 하겠다고 해줬다”고 말했다.
또 하늘과 봉식에게 든든한 이웃집 아주머니가 되어준 순자 역의 이정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두 사람은 한양대 연극영화과 선후배 사이로, 이정은은 김조광수 감독의 제안에 흔쾌히 우정 출연해줬다고.
김조광수 감독은 “제가 군대 갔다와 복학할 때 그 친구는 1학년이었다. 그때부터 알고 지내 30년이 넘었다. 1992년도에 졸업 작품에서 연기한 적이 있다. 교수님이 하나라고 해서 했는데, 그때 연출을 이정은이 했다. 제가 첫 연기한 작품이다. 이번엔 제가 연출을 하고, 이정은이 배우가 됐다. 특별한 인연”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가 제작한 영화 ‘와니와 준하’에 이정은이 출연했는데, 이정은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인연을 계속 이어왔고, 영화 ‘조선 명탐정’에도 나온 적이 있다. 이번엔 독립영화라 개런티를 많이 못 주니까 선뜻 이야기를 못 꺼냈다. 그런데 순자 역은 이정은이 아니면 누가 할까 싶어 미안한 마음으로 부탁을 했는데, 흔쾌히 해줬다. 독립영화니까 노개런티로 해주겠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김조광수 감독은 “순자 캐릭터나 우리 영화에서 중요했다. 기존의 퀴어에서 여성 캐릭터가 기능적으로 쓰이고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 이번 영화에서는 기능적으로 들어와 사라지는 게 아니길 바랐다. 20대 게이들을 품어줄 수 있는 여성이 등장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만들었다. 제가 예전에 30대 초반 이태원 옥탑방에 살았다. 그 건물에 사시던 아주머니 몇 분을 섞어 만든 캐릭터다. 이정은이 처음엔 판타지 같은 캐릭터라 걱정했는데, 제 이야기를 듣고는 금방 캐릭터를 잡고 알아서 잘 해줬다”고 이야기했다.
↑ 염문경 작가(위)-이정은. 사진|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스틸 |
‘메이드 인 루프탑’으로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고 밝게 그린 것에 대해 “봉식과 하늘이는 현실적인 캐릭터”라고 강조하면서도 “여전히 현실은 어두운 면도 없지 않다”고 고백했다.
그는 “작년에 코로나19 관련해서 이태원발 클럽 확진자가 나왔을 때도, 게이 클럽이 아니라 이성애자가 가는 클럽이었으면 ‘이성애자’라고 따옴표 붙이지 않았을텐데, 게이들만 가는 것처럼 게이 클럽이라는 식으로 성소수자 딱지를 붙였다. 마치 게이들은 주의를 많이 안 하는 것처럼, 선제적으로 검사를 받지 못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이다. 차별 금지법이 노무현 정부 말기에 발의됐는데, 폐기되면서 아직도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않았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밝고 명랑한 퀴어이야기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뿐만 아니라 올해 초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동성 키스신이 지상파 방송 당시 편집된 것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지상파에서 아직도 지레 겁먹고 있다고 생각한다. ‘보헤미안 랩소디’ 키스신 삭제한 것도 만약에 감독에게 물어봤으면 키스신 삭제해도 된다고 안 했을 것이다. 이성의 키스는 보여줄 수 있지만 동성의 키스는 보여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차별이다. 그게 지레 겁먹는 거다. 이미 극장에서 천만 관객이 본 영화인데, 겁먹었어야 하는 이유가 뭘까 싶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조광수 감독은 tvN 드라마 ‘마인’ 등 퀴어 소재 관련 콘텐츠들이 나오는 것이 긍정적인 신호라고 했다. 그는 “예전에 퀴어 콘텐츠는 독립영화에서 만들어지지거나 주류 영화에서 퀴어들이 희화화되거나 반전의 포인트로 쓰이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그렇지 않고 자연스럽게 주류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뮤지컬은 퀴어 콘텐츠가 주류가 된 지 오래 됐다. 다른 콘텐츠에도 퀴어가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고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김조광수 감독이 차기작에 대해 귀띔했다. 제공|엣나인필름 |
김조광수 감독은 차기작으로 퀴어 영화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는 “제가 성소수자다. 이성애자들이 나오는 영화도 만들고 있지만, 앞으로도 연출하는 건 성소수자 영화가 될 것 같다. 퀴어 영화는 아직 많지 않다. 그래서 저라도 꾸준히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는 면도 있다. 다음은 로맨스지만 이른바 퀴어판 ‘미생’을 만들고 싶다. 20대 청춘을 다두려고 한다. 호러나 액션 퀴어 영화도 만들고 싶다. 다양한 장르의 퀴어 영화를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가끔 제 영화를 보고 페이스북 메신저로 메시지를 보내주는 청소년들이 있어요. 그 청소년들이 자기들이 보기에도 재미있다고 해주면 기분이 좋더라고요. 감독이라고 불릴 때 기분이 좋죠. 제가 신인 감독이라고 말씀드리면 중견 감독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이번이 장편 두 번째라 신인 감독이 맞습니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