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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라비가 네번째 미니앨범 '로지즈'로 돌아왔다. 제공|그루블린 |
그룹 빅스 출신 라비(RAVI)가 네 번째 미니앨범 ‘로지스(ROSES)’로 컴백했다. 그동안 쌓아올린 감각적 음악은 2021년 6월, 마치 만개한 꽃처럼 싱그럽기까지 하다.
3일 발매된 라비의 네번째 미니앨범 ‘로지스(ROSES)’는 사랑에 대한 감정을 감각적인 가사와 사운드를 통해 다양한 시각으로 표현한 앨범이다.
앨범 발매 전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라비는 "사실 앨범을 내는 게 망설여졌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앨범을 내는 이유 중 큰 부분이 공연에서 팬들에게 무대를 보여주기 위함인데, 그게 사라진 상황이라 앨범 내는 게 망설여졌죠."
그럼에도 불구, 가수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팬들과 음악으로써 소통하기 위해 라비는 4개월 만에 새 앨범으로 돌아왔다. "스무 곡 넘게 만들어 둔 상태에서 앨범을 내자 마음 먹은 뒤 본격적으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총 7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은 더블 타이틀곡으로 구성됐다. 타이틀곡 ‘카디건(CARDIGAN)(Feat. 원슈타인)’은 청량한 기타 사운드와 현란한 베이스 선율이 조화를 이루는 에너지 넘치는 곡이다. 멜로디컬한 라비의 짜임새 있는 랩과 원슈타인의 보컬, 고조되는 후렴구에서 시원하게 터지는 드롭 파트가 매력적이다.
또 다른 타이틀곡 ‘꽃밭(FLOWER GARDEN)’은 ‘색들이 가득 찼네 맨땅에서’, ‘네가 들고 찾아온 나의 삶엔’, ‘어느새 봄이 가득하게 묻었다’라는 가사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눈에는 봄의 생기가 돈다는 감정을 ‘꽃’과 ‘꽃밭’에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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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비는 신곡 '카디건'을 통해 원슈타인과 호흡을 맞췄다. 제공|그루블린 |
'꽃밭'이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게 포인트라면 '카디건'은 상대적으로 감각적인 시도가 돋보인다. 최근 음악계를 넘어 예능가에서도 대세로 떠오른 원슈타인이 피처링으로 참여해 눈길을 끈다.
처음 곡 작업을 할 때부터 원슈타인을 파트너로 염두하고 해 온 라비의 바람은 의외로 쉽게 통했다. "원슈(타인)가 우리 작업실에 와서 내 노래를 이것저것 들어보다가 같이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저는 내심 '카디건'을 바라고 있었지만 특별히 어필하진 않았는데, 본인도 '카디건'을 하고 싶다 하더라고요. 굉장히 바쁜데도 금방 작업해서 줘서 고마웠죠. 원슈타인 덕분에 곡이 더 재미있어진 것 같아요."
원슈타인을 원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라비는 "이번 앨범이 사운드적으로 감각적이었으면 좋겠다는 게 포인트였고 그걸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줄 수 사람이 원슈타인이라 생각했다"면서 "많은 분들이 첫 소절만 들려줘도 원슈네 하더라. 지문이 확실한 친구"라고 엄지를 치켜 세웠다.
원슈타인의 활약은 음원에만 그치지 않는다. 라비와 함께 '카디건'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해 특별한 케미를 보여주는 것. 라비는 "뮤직비디오 속 여성분이 입은 옷 속 실밥 속에 미니어처가 되어 들어가는 내용"이라며 "원슈타인이 상담을 해주고 최면을 걸어주다가 본인도 같이 빠져 같이 옷 속을 헤매고 다니는 내용을 재미있고 유쾌하게 풀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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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비가 그루블린 수장으로서의 소회를 밝혔다. 제공|그루블린 |
'1박2일', '퀘스천마크' 등 다양한 방송 스케줄로 바쁜 와중에도 본업인 음악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라비. 여기에 자신이 직접 설립한 음악 레이블 그루블린의 수장으로서의 역할까지 하느라 라비의 일상은 그야말로 쉴 틈이 없다.
레이블 수장으로서의 부담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아무래도, 부담은 있는 것 같다. 내가 잘 해서 좀 더 든든한 구석이 되고 싶으니까. 성과도 신경 안 쓸 수 없고. 콘텐츠적으로도 충분히 어느 정도는 자랑스러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은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 '능동적'이며 '일을 벌리는' 스타일이라는 라비는 소속 아티스트들에게도 그러한 자신의 성향으로써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고 했다. 소규모 레이블인 만큼, 때로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도 하지만 함께 하는 뮤지션들과의 '윈-윈'을 꿈꾸며 아티스트 개별 '온도'에 맞춰 가고자 세심하게 신경쓰는 CEO다.
소속 그룹 빅스 활동으로 쌓아온 노하우와 열정을 바탕으로, 비교적 어린 나이에 자신만의 공간을 갖게 됐지만 이는 라비만의 색(色)이 선명했던 덕분이다.
"처음부터 '언젠가는 내 회사를 할거야'는 아니었어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음악들과 장르적인 것에 관심이 늘 있었는데 혼자 작업을 하면서 그게 점점 더 선명해졌던 것 같아요. 점점 그런 게 더 뚜렷해졌던 것 같고, 회사를 하기로 마음먹었을 땐 뭐랄까요. 제 계획을 제가 세우고 싶었어요. 이전에도 솔로 활동을 몇 번 했었는데, 내 프로젝트에 뛰어들어서 하는 사람들을 내가 더 직접적으로 챙겨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죠. 내가 바라는 에너지의 집단을 좀 구성하고 싶었는데, 구체적인 시스템이 짜여 있었던 건 아니지만 내가 바라는 에너지와 기운과. 그런 게 어느 정도 형태를 가지다 보니 독립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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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비가 본인 스스로의 아이덴티티로 '열정'을 꼽았다. 제공|그루블린 |
다만 '아이돌 음악 저작권 3위' 타이틀에 대해서는 "부담스럽다"며 손사래 쳤다. 라비는 "뭔가 돈이 많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인데(웃음) 나는 그냥 이게 내 일이고 좋아서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인데 숫자가 키워드가 돼 부담스럽긴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담스럽기도 하면서도 재미있기도 하다"면서 "열심히 하는구나 싶다"고 덧붙였다.
어느덧 데뷔 9년. 연차가 쌓여갈수록 내공은 단단해지지만 음악을 소비하는 주 연령층의 시선에서 다소 멀어지게 되는, 누구나 겪는 '아이러니'를 라비는 어떻게 받아들일 준비 중일까.
"대중성이라는 게, 내가 (의도)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내가 듣기에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음악이라 해도, 그게 잘 받아들여지는 가수가 있는 거고, 저는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히려 내가 잘 할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걸 했을 때 결과물이 더 좋았던 것 같다는 판단이 했죠. 서른이 되면 뭐랄까, 감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내가 나이를 더 먹더라도 음악 하는 젊은 아티스트들과 함께 하는 환경이라면 음악도 나이 들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죠. 스윙스형이나 (박)재범이형도, 젊은 뮤지션들 사이에서 음악을 하지만 충분히 현역으로서 잘 하고 계시잖아요. 그런 교류 없이 혼자서만 음악하고 생활하면 음악을 소비하는 사람들과 거리가 생기는 것 같아요. 내가 어떤 환경에 있고, 어떻게 생활하고 음악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코로나19로 관객 앞에 설 수 있는 무대가 사라진 지 어느덧 1년 반. 라비는 "신곡으로 무대에 오르면 팬들이 떼창 해주고 교감하는 게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는 원동력이었는데 그걸 누가 뺏어간 느낌"이라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내며 "그래서 팬들의 댓글을 하나하나 더 꼼꼼히
그럼에도 불구, "올 가을께 정규앨범을 계획 중"이라는 라비의 눈은 여전히 반짝인다. 스스로 생각하는 아이덴티티가 어떤 것인지 묻자 "항상 뜨겁게 움직이고 있는 사람"이라 밝힌 그의 시간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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