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남이 또 그림 대작 혐의 무죄를 선고 받은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유용석 기자 |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그림을 자신이 직접 그린 것처럼 속여 판 혐의로 기소된 가수 겸 화가 조영남(76)이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다른 그림 대작에 대해 무죄를 확정받은 조영남은 이로써 완전히 사기 혐의를 벗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2부(박노수 부장판사)는 28일 오후 2시 30분 그림 대작(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영남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었다.
앞서 검찰은 1심 판결과 관련, “피고인이 직접 그린 그림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시켜서 그린 그림임을 증거에서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 사기죄에 해당하는데도 당시에 무죄로 판단한 것은 잘못됐다”며 항소했다.
이날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데 대해 검사가 항소를 한 사건”이라며 “설령 피고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그림을 그리는 데 관여했다고 하더라도 1심에서 판시한 바와 같이 작품의 인지도, 예술성, 희소성 가격 등과 함께 제반 요소 중 하나가 될 수 있지만, 어느 요소 하나가 특정하게 더 고려될 수는 없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 계속 작품 활동을 하겠다고 밝힌 조영남. 사진|유용석 기자 |
그는 “내가 우리나라에 현대미술이 살아있다는 것을 일부분이라도 증명한 데 대해서 스스로 뿌듯하게 생각하고,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말하기가 벅찰 정도로 아주 벅차다”고 소감을 밝혔다.
검찰이 또 상고할 수도 있다는 질문에는 “그러면 고맙다. 미술이 살아있다는 것을, 현대미술이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기회다. 또 한 번 대결을 해봐야지, 승부를”이라고 답했다.
조영남은 선고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향후 작품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작품 활동을 계속 안 할 수 없는 게 이미 국가에서 5년 동안 조영남이 그림을 그린다는 걸 증명시켜줬다. (법적으로) 다투기도 했고”라며 “사람들이 내 그림을 보러 올 것 아니냐. 그림을 보면서 수준이 없으면 ‘이런 그림을 가지고 5년이나 재판을 했단 말이야’라고 하지 않겠냐. 그림을 보러 오는 사람들한테 기대에 맞을 만큼 열심히, 멋있는 작품을 그려야지. 그게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의 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진 B씨에 대해서는 “그 친구는 내가 조수로 계속 쓰고 싶은데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다”면서도 “내가 그를 찾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면 (다시 협업하겠다). 처음 무죄 판결이 났을 때 같이 일할 수 있냐고 전화가 왔었다. 그래서 천천히 보자고”라고 답했다.
조영남은 지난 2011년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제목의 그림을 자신이 온전히 그린 것처럼 꾸며 A씨에게 800만원을 받고 판매했다. 이후 조영남의 대작 논란이 불거지자 A씨는 2017년 그를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1심 재판부는 해당 그림을 조영남이 아닌 이가 그렸다는 공소사실 자체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조영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에 항소했고, 지난달 23일 조영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구형했다.
한편 조영남은 지난 2020년 6월에도 이번 사건과 유사한 별개의 그림
당시 그는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무명화가 B씨에게 그림 200~300점을 그리게 하고, 배경만 간단히 덧칠한 뒤 판매해 1억6000여만원 상당을 취득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이를 유죄로 보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나, 2심과 3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press@mkinter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