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썰’ 포스터. 사진|(주)스마일이엔티 |
장르는 블랙코미디. 소재는 B급인데 말발은 A급이다.
황승재 감독의 영화 ‘썰’은 꿀 같은 아르바이트를 찾아 한 저택에 모인 이들이 한바탕 설전을 벌이다가 우연히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내용을 담았다.
공시생 ‘정석’(강찬희)은 일주일 아르바이트비가 무려 200만원이라는 말에 혹해 산속 외진 저택을 찾는다. 그런 그를 맞이한 건 가상화폐 투자로 수억대 돈을 만졌던 설부터 대기업 회장님이 연루된 은밀한 설까지 풀어내는 선임 아르바이트생 ‘이빨’(김강현).
여기에 제발 필터링이 있었으면 하는 전설의 10초녀 ‘세나’(김소라)까지 합류하면서 이들의 설 대결은 진짜인지, 아닌지 분간이 안 될 수준으로 번진다. 서로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이들이 설전과 술게임 끝에 VVIP인 ‘회장’(장광)의 다이아몬드를 훔치기로 의기투합했지만, 그것도 잠시다.
살아있지만 죽어있고, 죽더라도 죽으면 안 되는 식물인간 ‘회장’이 ‘정석’의 실수로 깨어나게 되면서 아수라장이 펼쳐진다. 영화 중반부에는 저택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물론, 아르바이트생 관리‧감독까지 전담하는 ‘충무’(조재윤)가 시퍼런 장검을 들고 나타나 극에 긴장을 더한다.
영화 ‘썰’은 저택 안팎에서 촬영이 대부분 이뤄진 만큼 극 속 배경이 부산스럽게 바뀌지는 않는다. 제목처럼 등장인물들의 설전을 주 소재로 삼았기 때문이다. 믿었다면 거짓말이고, 의심했다면 사실인 이야기들이 쏟아져 보는 이까지 혼미해지는 와중에 호러·퇴마·판타지 요소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B급 잔혹극’의 표본을 보여준다.
그러나 너무 각각의 설 풀이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전반적인 개연성은 다소 떨어진다. 영화 속에서는 “노가리 하나 찢어줘”라는 말이 4번 반복되는 동안 4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들의 흐름 자체가 난해할 뿐만 아니라, 기껏 따라잡은 내용이 거짓말로 밝혀지기도 해 관객으로서는 전체적인 줄거리를 좀처럼 파악하기가 어렵다.
등장하는 작품마다 진한 인상을 남기는 조재윤과 장광의 연기력 하나는 돋보였다. 쉴 틈 없이 말을 주고받는 ‘정석’, ‘이빨’, ‘세나’ 3인방보다 등장하는 시간이나, 차지하는 비중은 적다. 그럼에도 영화를 결말까지 이끌어가려면 이들의 역할이 빠져서는 안 된다. 말장난이 피곤해질 찰나 딱 등장하는 조재윤-장광의 비즈니스 장면은 관객으로 하여금 다시 긴장의
‘구세주2’(2009)와 ‘국가대표’(2009), ‘사랑하기 때문에’(2016) 등에서 각본, 연출을 맡았던 충무로의 스토리텔러 황승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일상에서 접했을 법한 수많은 설을 영화로 풀어낸 황 감독은 “관객의 상상력이 ‘썰’의 가장 중요한 파트다”라고 강조했다. 영화는 오는 6월 3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상영시간은 84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