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향한 러브레터"…디즈니 픽사 '루카' 감독이 밝힌 탄생기[종합]

↑ 사진|'루카' 포스터.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이 디즈니 픽사 ‘루카’의 탄생 배경을 밝혔다.
21일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루카’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 화상 컨퍼런스가 열렸다. ‘루카’는 아름다운 이탈리아 해변 마을에서 두 친구 루카와 알베르토가 바다 괴물이라는 정체를 숨기고, 아슬아슬한 모험과 함께 잊지 못할 최고의 여름을 보내는 감성 충만 힐링 어드벤처.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방금 작업을 다 마치고 지난 4년 이상 너무나 노력을 많이 했다. 드디어 선보일 수 있게 돼 기쁘고 기대된다. 캘리포니아 날씨가 좋다. 초여름이다. 한국도 여름으로 접어들 것 같은데, 배경이 여름인데, 여름을 만끽하기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루카’는 엔리코 가사로사 감독의 유년 시절 단짝 친구와 함께했던 추억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스토리를 담았다. 수줍음이 많고 소심했던 그는 열한 살 때 자유롭고 활동적인 알베르토라는 이름의 친구를 만나게 됐다. 이후 알베르토와 함께 쌓았던 추억들을 영화 안에 녹인 것.
그는 “픽사 영화들은 항상 감동을 주는 작품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개인적인 이야기와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저는 제노바에 태어나서 자랐다. 12살에 베스트 프렌드를 만났다. 저는 수줍음 많고 내향적인데, 그 친구는 외향적이고 장난꾸러기였다. 그 친구를 만나 성장했다. 제가 안주하는 삶을 살았다면 그걸 깨도록 도와준 친구다. 그래서 이렇게 성장함에 있어서 자아를 찾는데 우정이 중요하다는 걸 그 친구 덕분에 느꼈다. 저랑 다른 친구였는데, 이 친구와 이런 게 닮았고 이런 게 다르다는 걸 느끼면서 나에 대해 알기도 했다. 관객들 어른이라면 옛날 친구에게 전화해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고, 어린이가 봤다면 지금 친구와 조금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 '루카'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또한 자신의 고향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것에 대해 “제 고향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탈리아 여름 해변은 너무나 특별함이 있다. 그것만의 찬란함이라고 할까. 자연적으로 지리적으로 절벽도 많이 있고, 아이들이 바다로 뛰어든다. 그런 경험을 그대로 녹여내고 싶었다. 그런 걸 선사하고 싶었다. 이탈리아의 모든 것에 대한 러브레터라고 볼 수 있다. 이탈리아 음식 음악 경관까지 모든 찬사가 들어간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어릴 적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즐겨봤다며, 그의 작품을 오마주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품의 가장 좋아했던 점은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거다. 주변의 모든 사물, 아무리 작은 거라도 자연을 바라보는 것에 경이에 차 있다. 그 사랑스러운 눈이 좋다. 그걸 ‘루카’에 표현하는데 물 밖으로 나가는 바다 괴물이 완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의 눈을 통해서 우리도 경이에 찬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루카'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저는 정말 우리가 보는 실제 회화에서 느껴지는 따스함도 표현하고 싶었고 아이들의 장난기와 유쾌함도 따사로운 색감과 터치로 그려내고 싶었다. 단편 애니메이션 ‘라루나’에서처럼 동화에 들어간 느낌을 강화하고 싶었다.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의 것들이 아주 풍부하게 표현됐으면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애니메이션을 컴퓨터로 작업하다보면 디테일이 드러나고 아주 사실적으로 표현된다. 제가 원한건 사실적이 아니라 이 세상을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나. 그래서 풍부하게 풍성하게 드러나길 바라서 단순하게 표현하면서 스타일을 가미하고 동시에 우리가 그 세계에 기꺼이 들어가 몰입하고 회하적인 세상에 들어간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비유하자면 소설보다 시를 쓰고 싶었다. 2D의 그림과 같은 서정성을 그대로 3D로 옮겨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루카’에 대해 “스토리적으로 말씀드리면 바다 괴물인데 아이다. 그게 흥미로울 것 같았다. 저도 어릴 적에 어디에 섞이지 못하고 못났다고 생각하고 친구와는 마음이 잘 맞았지만 둘 다 아웃사이더였다. 꼭 지켜야 하는 비밀을 가진 바다 괴물 아이라는 설정이 10대 초반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과 경험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지적으로 말씀드리면 사람이 있지만, 그 사람 말고 더 많은 사람이 있을 건지, 물속에 들어갔을 때 어떻게 변하는지 여러 이미지가 있었다. 변신이라는 것 자체가 저에게 큰 부분이었다. 제가 어렸을 때 저는 뭘 보면서도 내가 보는 것 말고도 더 있을 거다. 내가 못보는 무언가가 있을 거라는 호기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어 외에도 이구아나를 관찰했다. 알베르토와 루카는 인간처럼 걸어 다닐 수 있어서 문어의 분장술 이구아나이의 움직임, 인간의 걷는 모습을 잘 섞어서 만들었다. 그래서 겉모습에 디자인에 있어서도 자연에서 따온 겉모습도 있지만, 고대 지도에서 찾은 그림에서 따온 것도 있다. 꼬리 부분이나 물고기 등지느러미는 고대 일러스트레이션에서 따왔다”고 말했다.

↑ '루카'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바다괴물의 변신 장면에 대해 “변신 장면이 어려울 거라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시간과 공을 들였다. 착안한 것은 자연에서 영감을 얻었다. 문어를 보면 색깔뿐만 아니라 텍스처도 바꾼다. 위장하는 걸 보면서 자연에서 착안해서 변신 장면을 묘사했다. 물을 맞으면 그 부분만 원래 모습대로 보였다가 하는 거라 그게 재미있는 걸로 작용한다. 물을 건조하면 인간으로 변신하는 건 어떻게 재미있게 사실적으로 표현할까 싶었다. 어떻게 비늘이 돋거나 사라질지 고민했다. 원칙이나 착안은 자연에서 했지만, 그걸 묘사하는 건 마법의 가루를 뿌렸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함께 제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줘서 감사하다. 한국 영화의 큰 팬이기도 하다. 박찬욱 봉준호 감독 영화를 다 챙겨봤다. 굉장한 애정을 갖고 있다”며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도 따로따로지만 다함께 작업했다. 힘들고 어두운 시간을 지내면서도 ‘루카’를 작업했고 이 친구가 빛이었다. 이 빛을 공유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다. 저희가 느낀 즐거움을 느끼길 바란다. 여러분도 절벽에서 푸르디푸른 찬란한 바다로 뛰어드는 경험을 하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데뷔작 ‘라 루나’를 통해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라 루나’는 ‘달에 떨어진 별을 쓸어내리는 가족’이라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설정에서 출발했다.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의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함께했던 기억을 모티브로 했다.
‘루카’는 6월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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