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 권석장 감독의 첫 사극은 역시 달랐다.
‘보쌈’이 첫방송부터 대박을 예고하며 MBN 역대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썼다.
2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일 첫 방송된 MBN 종편 10주년 특별기획 ‘보쌈-운명을 훔치다’(극본 김지수·박철, 연출 권석장, 제작 JS픽쳐스·이엘라이즈/이하 ‘보쌈’)는 전국 시청률 3.1%, 순간 최고 3.9%를 기록했다.
‘사극 불패’ 정일우와 사극 첫 도전인 권유리의 조합은 기대 이상이었다. 정일우는 존재만으로도 보쌈꾼 ‘바우’였다. 다섯 번째 사극 주인공답게 유연하면서도 또 새로운 모습으로 시장통에서도 ‘개차반’으로 유명한 보쌈꾼 ‘바우’로 변신, 거친 상남자 매력으로 여심을 흔들었다.
권유리는 다채로운 이미지와 안정적인 대사톤을 선보여 합격점을 받았다. 보쌈꾼 바우(정일우 분)의 실수로 보쌈되어 운명이 바뀐 화인옹주 ‘수경’을 연기, 어떠한 상황에도 굴하지 않는 대쪽 같은 면모와 당찬 매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바우(정일우)와 수경(권유리)은 예상치 악연으로 얽혀 맞서게 되지만, 신분을 숨기고 살아가야 하는 서로의 사연을 공유하며 몰입도를 높였다. 연기에 앞서 표정, 눈빛만으로도 그들은 무리들로부터 목숨을 부지해야 하는 운명 공동체가 되었다.
여기에 권석장 감독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영리한 연출은 풍성한 서사에 유려한 영상과 어우러져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빠져들게 했다. 사랑과 욕망, 분노와 좌절 등 캐릭터의 희노애락을 스펙터클하게 표현해내며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정일우, 권유리, 신현수의 삼각 로맨스는 물론이고, 왕권을 위해 여식마저 저버릴 수 있을만큼 강렬했던 왕권과 신권의 대립 구도는 웰메이드 로맨스 사극을 기다려온 2030 뿐 아니라 정통 사극 마니아들에게도 어필될 만한 포인트였다.
이날 ‘보쌈’ 첫회에서는 시전판에서 싸움을 벌이는 바우(정일우 분)를 목격한 수경(권유리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바우(정일우)는 하나 뿐인 아들 차돌(고동하)과의 생계를 위해 가리는 일 없이 해왔고, 보쌈은 그 일 중 하나였다. 시전에서도 ‘개차반’으로 유명하지만 당사자 간 합의가 없는 보쌈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었다.
광해군(김태우)의 딸이자 대북파 수장 이이첨(이재용)의 며느리 수경(권유리)은 첫날밤도 치르지 못한 청상과부였다. “옹주자가라고 대접받고 싶은 게냐?”라는 시어머니의 타박을 견뎌야 했고, 바깥 외출도 1년에 딱 하루였다.
새장에 갇힌 새처럼 살고 있는 수경에게 유모이자 지금도 곁을 지켜주고 있는 조상궁(신동미), 어린 시절부터 벗이었던 시동생 대엽(신현수)과 고모님인 해인당 이씨(명세빈)는 유일한 편이었다.
상원사에서 남편의 기일을 지낸다는 명분으로 밖으로 나올 수 있는 딱 하루의 그날, “바깥 바람 실컷 쐬라”는 해인당 이씨의 배려로 시전 구경까지 가게 된 수경은 소란을 피우고 있는 바우를 목격했다. 웃통까지 벗고 고리대금업자와 다툼을 벌이는 그는 말 그대로 ‘개차반’이었다. 그렇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첫 만남은 상원사로까지 이어졌다. 어떤 사연인지 어머니, 누이와 떨어져 지내는 바우는 아버지 기일에 맞춰 상원사를 찾았고 제사조차 지낼 수 없는 처지를 서러워하며 상념에 빠져 있었다. 그 난리를 치던 짐승 같은 모습과는 달리 측은해 보이는 바우에게 수경은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문제적인 첫 만남은 예상치 못한 순간 이뤄졌다. 일을 받아온 동무 춘배(이준혁)가 취기 때문에 보쌈해야 할 과부의 집을 착각했고, 소복을 입고 있는 수경을 그만 목표로 착각한 것. 그런데 그녀를 데려가야 할 곳에 문제가 생겨 집으로 데려오고 말았는데, 이튿날 의뢰한 자가 급살을 맞아 죽었다는 소식까지 접했다. 일이 꼬여 골치가 아픈 바우와는 달리, 차돌은 드디어 아버지가 엄마를 보쌈해왔다는 생각에 설레어 했다. 급기야 손도 대지 말라는 바우의 눈을 피해 자루를 열었고, 그녀가 상원사에서 봤던 옹주라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바우는 아버지를 타박하며, “몰랐어? 이 아줌마 공주 마마야”라는 차돌의 말을 듣고 그대로 주저 앉았다. 한치의 물러섬 없이 그를 노려보는 수경의 눈빛은 임금의 딸을 보쌈해온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만 바우 앞에 닥쳐올 위기를 예고하고 있었다.
수경과의 악연과는 달리, 바우와 대엽의 첫 만남은 벗의 인연으로 시작됐다. ‘해결꾼’으로도 돈을 벌었던 바우는 기방에서 발생한 성균관 유생들의 다툼을 해결하러 나섰다. 양반의 옷을 입고 ‘권주가’를 읊는 바우는 시전에서와는 달리 말끔하고 유식한 양반가 자제 그 자체였다. 그의 자유로운 영혼과 유연한 재주에 반한 대엽이 “그대가 마음에 들어 벗을 맺고 싶어 그러오”라고 청할 정도였다. 앞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호기심을 높인 대목이었다.
그렇게 그녀를 제 자리로 돌려놓으려던 바우와 갈 곳을 잃고 신분도 숨겨야 하는 처지가 된 수경의 ‘한 집 살이’가 시작된다. 이처럼 악연으로 시작된 관계가 훔친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변화해갈지가 바로 지켜봐야 할 관전포인트다.
제작진은 “‘보쌈’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신분의 한계를 통쾌하게 극복해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라고 소개하며, “인물들이 처한 상황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힘든 상황과도 오버랩된다. 다만, 이와 같은 이야기를 무겁지 않은 톤으로 경쾌하고 유쾌하게 풀어나가면서 보는 이들에게 웃음과 카타르시스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광해군 치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생계형 보쌈꾼이 실수로 옹주를 보쌈하며 펼쳐지는 로맨스 사극인 MBN ‘보쌈’은 토일 밤 9시 40분 첫 방송된다. 본방송 시작 동시에 국내 대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웨이브(wavve)가 OTT 독점 공개한다.
사진ㅣ MBN
happy@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