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리. 사진|스타투데이DB |
그룹 빅뱅 전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 31)의 군사재판이 8개월째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승리는 2019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강남 클럽 '버닝썬'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이후 개인 비리가 속속 터지며 현재 9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무려 3년째 이어지고 있는 동일 이슈에 대중의 관심은 이미 멀어진 지 오래다. '승리 사건'이 흐릿해지는 것 만큼이나 '버닝썬' 클럽을 둘러싼 각종 불법 행위 의혹도 흐지부지된 채 세간의 '설(說)'만이 부유할 뿐이다.
↑ 승리. 사진|스타투데이DB |
승리는 '버닝썬'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뒤 17차례 경찰 조사 끝 지난해 초 불구속 기소됐다. 구속영장 청구가 두 번이나 기각된 끝에 결국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승리는 2020년 3월 입대, 6개월 뒤인 그 해 9월부터 최근까지 무려 16회에 걸쳐 군사재판을 받고 있다.
승리가 받고 있는 혐의는 성매매알선, 성매매, 성폭력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사용), 상습도박, 외국환거래법 위반, 식품위생법 위반, 업무상 횡령,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특수폭행교사혐의 등 9개다. 이 중 승리는 유일하게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만 인정했을 뿐 사실상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최근까지 재판은 각 혐의에 관련된 증인에 대한 신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다수 증인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승리의 혐의 입증은 쉽지 않아 보인다. 성매매알선 지시는 유인석이 주도했다는 게 증인들의 일관된 주장이며, 특수폭행교사의 경우 승리가 시민과의 시비 주체였던 건 맞지만 조폭 동원에 직접적으로 나섰다는 증언은 찾아보기 어렵다.
유리홀딩스 자금 횡령 등 혐의의 경우, 같은 혐의로 민간 재판을 받은 유인석 유리홀딩스 전 대표와 관련인들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어 비슷한 수준의 형량이 될 것으로 보이며, 도박 혐의의 경우 상습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초범인 만큼 벌금형 수준이 예상된다.
여기에 다수 증인들이 법정에서 경찰 진술 조서에 담긴 내용과 달리, 승리의 직접 연관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증언을 하고 있다. 이에 재판부는 진술 조서 내용을 거듭 묻지만 경찰이 증인들의 진술을 혐의 입증에 유리하게 편집해 조서를 작성했다는 등의 입장을 공통적으로 내놓고 있어 수사 과정의 신빙성도 그대로 담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승리가 받고 있는 혐의만 보면 '종합범죄세트'라 할 만 하나, 아직 그의 혐의에 대한 법의 판단이 내려지기 전인 만큼 판단은 유보하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버닝썬 사태의 중심에 승리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이미 매장됐고, 연예계에선 (물론 이미 자발적으로 은퇴했으나) 퇴출된 지 오래다.
↑ 클럽 버닝썬. 사진|스타투데이DB |
공교롭게도, '버닝썬'에 대한 스포트라이트가 승리에게로 옮겨간 뒤, 마치 세상을 뒤집을 듯 떠들썩했던 버닝썬 사태에 대한 관심도 소리없이 사그라들었다.
'버닝썬' 사건은 김상교 씨가 2018년 11월 강남 클럽 버닝썬의 가드들로부터 폭행 당한 데서 시작된 사건이다. 당시 김씨는 버닝썬 클럽을 방문했다가 다른 손님과 시비가 붙어 끌려 나온 뒤 클럽 측으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김씨는 그러나 출동한 경찰들이 폭행당한 자신을 오히려 가해자로 체포했으며, 그 과정에서 자신을 폭행하는 등 과잉 진압했다고 주장하며 업소와 경찰 간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버닝썬 관련해선 클럽 내 마약 및 성폭행, 가짜 양주 판매와 이에 따른 횡령 등 갖가지 의혹이 꼬리를 물었고, 클럽에서 벌어지는 각종 시비 관련해 경찰이 출동했을 때도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등 클럽의 편의를 봐줬다는 유착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승리와 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 FT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 등이 함께 있던 단톡방에서 '경찰총장'이라 불렸던 윤구근(51) 총경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버닝썬을 둘러싼 경찰 유착 의혹은 제법 힘을 얻었다.
2019년 1월 MBC 보도로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이슈의 중심은 자연스럽게 당시 버닝썬 클럽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던 승리를 향했다. 이후 승리는 군 입대를 이유로 이사직을 내려놨지만 실상은 버닝썬에서의 '물뽕'(마약) 의혹 등 각종 논란이 이어진 데 따른 공식 수순이었다.
이후 '승리 버닝썬 사건'에 대한 대대적인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광역수사대에 전담 수사팀을 꾸리고 경찰 인력을 150여 명이나 투입하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으나 용두사미 분위기다.
윤총경은 승리와 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가 차린 몽키뮤지엄의 식품위생법 단속 내용을 강남경찰서 경찰관들을 통해 확인한 뒤 유 전 대표 측에 알려준 혐의 등으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고, 오는 5월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윤 총경 외에 여타 유착 의혹을 받은 전·현직 경찰 역시 증거 불충분으로 소리 없이 혐의를 벗었다.
↑ 故 이용준 형사. 제공|SBS |
'버닝썬 사건'은 무수한 의혹과 소문을 뒤로 한 채 정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지난달 방송된 SBS '당신이 혹하는 사이'('당혹사')를 통해 재조명됐다. 방송은 10년 전 벌어진 강남경찰서 강력계 고(故) 이용준 형사 의문사 사건을 다뤘는데, 자살로 마무리됐던 이용준 형사 사건 뒤에 숨은 '흑막'의 가능성을 짚었다.
방송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2010년 7월 당시 강남 지역 가짜양주 업소를 조사하던 이용준 형사는 실종되기 전날 밤, 역삼지구대에서 특정 서류를 복사했다. 이후 서씨라는 인물과 술자리를 가진 다음 날 실종됐다가 이틀 뒤 연고 없는 지역의 한 낚시터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동료인 이형사의 사망에도 경찰들은 서둘러 자살로 단정지었고, 유가족에게 부검을 하지 말자고 권유하기도 했다. 이형사 아버지에 따르면 한 경찰 동료는 '이용준 형사가 우리를 배신했다'는 말도 했다고. 사건 당시 경찰과 강남 유흥업소간 유착은 공공연했는데, 이형사는 유착관계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유착건을 조사 중인 상황이었다.
방송은 이형사의 죽음을 소개하며 당시 유흥업계 큰 손이던 'KB'를 조명했다. KB는 경찰은 물론 검찰, 정치인, 세무서, 구청 등에까지 인맥을 갖고 있던 업계 거물. 방송은 KB와 경찰간 유착이 2019년 '버닝썬'과 매우 흡사하다고 지목했다. KB 몰락 후 유흥업계를 평정한 '뻥구'의 클럽에서 MD로 일하던 이가 바로 '버닝썬' 대표였던 것.
특히 방송은
비록 '승리 사건'에 묻혔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버닝썬이다.
psyo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