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최고’ ‘1등’ 그런 말 싫어해요. 우리 그냥 다같이 ‘최중’만 하고 살면 안돼요?”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연기상을 수상한 윤여정(74)은, 최고의 자리에서, 축배를 들며 이 같이 말했다.
지난 26일 한국은 그야말로 축제의 분위기였다. 아카데미 수상자 무대에 서기 전까지도 내내 국내외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던 윤여정이 마침내 무대 위로 올라 반짝이는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기 때문이다.
이후 한국 기자들과 가진 기자회견. 윤여정의 아카데미 한국인으로는 최초, 동양인으로선 두 번째로 연기상을 수상했고. 지금까지 ‘미나리’로만 무려 39개의 트로피를 얻었다.
그럼에도 그는 “지금이 최고의 순간인 것 같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최고의 순간인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각자의 색을 가진 배우들 간의 경쟁도 싫고, ‘최고’가 아닌 ‘최중’의 가치를 강조한다. “우리 너무 최고가 되려고 그러지 맙시다. 그냥 다 같이 최중만 되고 살면 안돼요? 우리 다 동등하게 살면 안 되나? 그럼 나 사회주의자가 되나. 하하하”
그는 한국인 미국 이민자의 삶을 담은 ‘미나리’에서 외할머니 순자로 분해 전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개성 넘치지만 희생적인 우리 모두의 할머니로 묵직한 존재감을 뽐냈다. 올리비아 콜먼(더 파더), 글렌 클로스(힐빌리의 노래), 어맨다 사이프리드(맹크), 마리아 바칼로바(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등 쟁쟁한 경쟁자를 모두 그녀의 수상에 진심 어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가히 인정할 수밖에 없는 내공이었다.
어떤 자리에서든 위트가 넘치고 쿨 했던 윤여정은 ‘미나리’ 팀에 대한 이야기 만큼은 언제나 진지했고 애정이 넘쳤으며 고마워 했다.
그는 “스티븐 연, 정이삭 감독, 한예리, 노엘, 앨런, 우리는 모두 가족이 됐다. 특히 정이삭 감독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다. 우리의 선장이자 나의 감독이었다. 너무 감사하다”고 공을 돌렸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작품상을 받으며, 가장 영예로운 순간 이 같이 말했다. 그가 존경하는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의 명언이자 이제는 전 세계가 사랑하는 봉준호의 신념이자 올해 가장 주목받았던 감독, 정이삭의 ‘미나리’에 깃든 ‘진리’였다.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는 낯선 미국 땅 이칸소로 떠나온 한 한국 가족의 이야기다. 아이들에게 뭔가 해내는 걸 꼭 보여주고 싶은 아빠 제이콥(스티븐 연)은 자신의 오랜 꿈인 그곳에서 농장을 가꾸기 시작하고, 엄마 ‘모니카’(한예리) 역시 일자리를 찾는다.
정이삭 감독은 ‘미나리’가 올해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을 당시, 딸과 함께 화상으로 등장해 미소를 짓게 했다. 정 감독은 “나의 가족과 모든 출연진에 감사드린다”며 “‘미나리’는 가족 영화다. 언어가 중요치 않다.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러고는 자신의 품에 안긴 딸을 다정하게 바라보면서 "제 딸이 이 영화를 만든 이유"라며 했다. “미나리는 한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고, 그 가족은 그들만의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해요. 그것은 어떤 미국의 언어나 외국어보다 심오하죠. 그것은 마음의 언어에요. 저도 그것을 배우고 (딸에게) 물려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질긴 생명력과 적응력, 힘든 현재를 견디며 살아낸 자들에게 주어진 미래의 희망, 그런 시간을 버텨준 모든 부모를 향한 러브레터였다.
정이삭 감독은 “개인적인 영화이기도 하지만 만드는 내내 한국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내 이야기 혹은 이민자에 대한 이야기라서기보다는 우리네 보편적인 삶과 인간관계를 잘 보여주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는 게 아닐까 싶다”고 돌아봤다.
이어 “극 중 가족이 겪고 있는 다양한 갈등과 고충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함께 해쳐 나가는 것에 공감을 하신 것 같다”며 진심을 전했다.
이제 나이가 들어 힘든 작업이 싫고, 돈과 명예에 대한 특별한 욕심도 없고, 할리
윤여정은 이날 여우조연상 수상 직후 이렇게 말했다. “진심으로 만든 영화다. 그 마음이 통해 행복하다”고.
kiki2022@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