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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개년 2개월의 억울한 옥살이를 한 故 정원섭. 사진lSBS |
영화 '7번방의 선물'의 실제 주인공 정원섭씨가 지난 3월 사망한 가운데, 15년 2개월의 억울한 옥살이에도 26억원의 국가 배상 판결을 끝내 받지 못한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 29일 방송된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시즌2'(이하 '꼬꼬무2')에서는 영화 '7번방의 선물'의 모티브가 된 고 정원섭 씨의 사연을 조명했다.
사건은 1972년 강원도 춘천에서 관내 파출소장의 초등학생 딸 윤소미(가명) 양이 시신으로 발견되며 시작됐다. 발견 당시 윤소미 양의 하의가 벗겨져 있었다는 점으로 미뤄, 범인은 성폭행을 하려다 살해를 한 것으로 추정됐다.
아동 강간 살인 사건 조사가 시작됐고, 경찰은 동네에서 만화방을 운영하던 정원섭 씨를 연행했다. 윤소미 양의 바지 주머니에서 TV 시청 표가 발견됐고, 당시 TV를 보유하고 있던 만화방 주인인 정원섭 씨가 용의자로 떠올랐던 것.
이후 정원섭 씨가 범인이라는 증언이 쏟아져 나왔다. 옆집 아줌마는 집안일을 도와주다 그의 속옷에서 핏자국을 발견했다고 했고, 만화방 여종업원들은 정원섭 씨에게 그간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정원섭 씨 아들 재호는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하늘색 연필이 자신의 연필이라고 말했다.
정원섭 씨가 범행을 자백하며 수사가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재판이 시작되자 그는 입장을 바꿔 범행 일체를 부인했다. 하지만 아무도 정원섭 씨의 말을 믿지 않았고, 대법원에서 최종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구치소에서도 꾸준히 무죄를 주장한 정원섭 씨는 아내에게 몰래 전달한 수감일기를 통해 경찰에서 가혹한 고문을 당해 거짓 자백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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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섭은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26억원의 국가 배상 판결을 받았다. 사진lSB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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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섭은 갑작스레 바뀐 법으로 결국 한 푼도 배상 받지 못했다. 사진lSBS |
하지만 정씨를 고문한 경찰들은 7년의 공소시효가 끝난 탓에 아무런 처벌을 받지 못했다. 정씨가 국가로부터 받은 형사 보상금 9억 5000만원은 그간 옥살이와 소송으로 진 빚을 갚는데 사용했다.
이에 정씨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했고, 1심에서 26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정원섭이 배상금을 받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형사 소송 확정일로부터 6개월 안에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데 10일이 지났다는 것이 이유였다. 1심 진행 당시까지만 해도 3년
결국 정씨는 한 푼도 배상받지 못했고, 치매 탓에 점점 기억을 잃어갔다. 그 와중에도 고문에 대한 기억만큼은 잊지 못해 “고문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라고 했다. 정원섭 씨는 고문 후유증으로 지병을 앓던 중 합병증으로 지난 3월 28일 세상을 떠났다.
trdk0114@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