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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배우 강부자부터 김고은까지, 그의 주변인들과 함께 도전을 멈추지 않은 배우 윤여정의 연기 인생을 되짚어봤다.
29일 방송된 KBS1 ‘다큐인사이트’에서는 ‘다큐멘터리 윤여정’이 공개됐다. ‘다큐멘터리 윤여정’은 지난해 방송한 ‘다큐멘터리 개그우먼’ 제작진의 후속작으로, 인터뷰와 아카이브 영상만으로 TV 속 여성의 모습과 시대 변화를 담는 시리즈 다큐멘터리다.
‘다큐멘터리 윤여정’에서는 영화 ‘미나리’로 지난 26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의 연기 인생 발자취를 돌아봤다.
강부자는 “(윤여정이) 언니 인터뷰가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다고 하더라”며 “내가 정신 없어야지, 네가 보통 아이냐. 온통 네 이야기로 휩싸였다고 했더니 식혜의 밥풀이라고 하더라. 식혜에 둥둥 뜬 밥풀이라고, 그 인기가 하루 아침에 없어지는 거라고 하더라”고 지금의 뜨거운 인기에 대한 윤여정의 생각을 전했다.
김고은은 “선배님은 상을 결과를 예상하고 ‘미나리’를 선택한 게 아닐 거다. ‘해보지’라는 마음으로 선택했을 거다. 그렇게 선택한 영화를 봤을 때 저도 영감을 받는다. 두려움 없이 직진하는 선생님의 모습이”이라고 말했다.
‘미나리’로 윤여정과 호흡을 맞췄고, 오스카 시상식에 함께 참석한 한예리는 윤여정에 대해 “이미 놀라운 배우였고 훌륭한 배우였고 이제 알아서 그들이 안타까운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예리는 “전형적인 할머니가 아닌 순자라는 사람을 연기하고 있다는 게 더 두드러지게 보였다. 선생님은 늘 그렇게 연기했다. 보통의 할머니, 누구나 연기할 수 있는 할머니가 아닌, 누구나 연기할 수 있는 여성이 아닌 본인만의 유니크한 걸 보여주신 것 같다. 그런 부분을 외신 기자들, 해외 관객들이 높이 평가해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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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TBC 공채탤런트 3기로 데뷔한 윤여정이 출연한 영화는 36편, 드라마는 총 100여 편에 달한다. 제작진은 반세기 넘게 쌓인 5600여 회, 4000여 시간의 아카이브를 털어 윤여정이 걸어온 길을 복기했다.
강부자는 “TBC 들어왔을 때부터 알았다. 어렸을 때부터 남달랐다. 퐁퐁 튀는 깜짝 놀라는 개그와 유머가 남달랐다”며 윤여정을 회상했다. 이순재는 “명쾌하고 밝았다. 말 시키면 말대답도 잘하고 상당히 밝게 봤다. 심부름도 많이 시켜먹었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 이순재는 “1960년 그 당시에 주인공은 미녀 중심이었다. 조연에 가까운 단역, 단역에 가까운 조연을 많이 했다”며 “그때 과감하게 MBC로 건너가서 장희빈 역으로 배우 윤여정의 인생이 분출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장희빈’에서 숙종을 연기한 박근형은 “너무 잘했다. 여자가 주인공인 사극인데, 사악함 사랑 애절함 다 들어 있어서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며 “상당히 연기가 개혁적이었다. 대사법이 조금 특이했다. 영화 ‘화녀’ 이후로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결혼 후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혼 후 1985년 다시 대중 앞에 섰다. 박근형은 “안타깝고 너무 속이 상했다. 윤여정이 한국에 다시 돌아왔는데 탁한 음성이며, 생활에 찌든 모습으로 재등장했을 때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이순재는 “젊은 시절 큰 작품을 하다가 미국에 갔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닥치는 대로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강부자는 “(윤여정이) 언니 난 소년 가장이라고, 벌어야 한다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윤여정은 이혼 후 두 아들을 위해 역할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최화정은 “그때만 해도 이혼한 게 큰 사회적 이슈였다. 지금은 이혼해도 나 잘 살 수 있다는 시대적 배경이랑 다르다. 아무도 캐스팅하지 않았다. 아이들과 먹고 살아야 하는데, 작은 역할부터 시작했고, 알게 모르게 설움도 받았다고 하더라”고 이야기했다.
노희경 작가는 “윤여정 선생님이 ‘환갑이 되면 애들 다 키워놓고 들어갈 돈이 없을 때 그러면 돈 생각 안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역할 이해되는 역할 공감되는 역할 해도 되지 않아? 나 그렇게 살 거야’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윤여정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영화 ‘바람난 가족’의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영화사 홈페이지에 악플이 달리고 이렇게 콩가루 집안이 있냐, 공격적인 표현이 많았다. 그때 윤여정이 영화가 앞서가고 재밌다고 하셨다. 그분은 ‘까짓것 해보지 뭐’라며 새로운 시도나 어려운 역할에 대해서 용기를 내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 이재용 감독의 ‘죽여주는 여자’ 등에도 출연했다. 심재명 대표는 “실험적이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영화인들과 인연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며 사람을 선택할 때 두려움이 없구나 싶더라”고 말했다. 윤여정은 여러 차례 “제가 나이 60살부터 사치를 부리기로 했다. 돈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영화를 찍기로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노희경 작가는 “윤여정의 욕심은 도전해볼 만한 것에 몸을 던지는 거다. 선견지명이 있으셨다. 다양함을 요구하는 시대가 온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압박이 있었을 것”이라며 “생계나 그런 압박을 견디고 종국에 자기가 원하는 걸 쟁취하셨다”고 치켜세웠다.
윤여정과 독립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함께한 김초희 감독은 “돈 안 되는 영화 싫어한다. 나이가 많고 현장이 열악해서 몸이 고생한다는 거다. 독립 영화 안 좋아하신다”면서도 “결국엔 선택한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작업하고 싶다, 그게 나에겐 사치’라고 한다. 절 믿어서 선택 한건 아니다. 저 친구가 힘든 것 같다. 내 주위에서 잘 지냈던 친구였으니 챙겨줘야지 했던 것 같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언제나 한 계단 한 계단 그 다음 걸음이 가라고 가르쳐준다. 길게 멀게 생각하지 마라. 그 다음 영화 할 수 있으면 된 거다. 그 다음 만들 수 있으면 된 거다. 그렇게 연기해온 분이다. 다음 작품 할 수 있으면 된다. 생계형 배우로 오래해 오다가 존경을 받고 계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고은은 “한국은 나이가 중요하다. 나이 때문에 도전하고 싶은데 주저하게 되기도 하고 나이가 주는 압박이 있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하면서 헤쳐나가시는 것 같다. 그 자체가 주는 영감이 큰 것 같다. 제가 더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시야를 넓혀주는 것 같다”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계속해서 “전 연기 너무 어렵다고 질문한 적 있는데, (선생님도) 하면 할수록 어렵고, 해가 지나면 어렵다고 똑같다고 하셨다”며 “선생님이 걸어올 길을 보면 너무 멋있다. 옆에 있으면 저도 그 힘 있는 기운을 받게 되고 나도 잘 가고 있는 게 맞구나. 확인과 안심과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예리 역시 “나이를 먹을수록 안주하지 말고 용기를 내고 해보지 않고 두려워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쉽지 않은 길을 오면서 얼마나 많이 포기하고 싶으셨을까 생각이 들었다. 저보다도 예민한 시기에 배우라는 타이틀로 살아왔다. 계속 연기해주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그 다음을 생각하기보다 지금에 집중하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의 최선을 다하다 보면 나도 언젠가 선생님과 비슷한, 선생님과 가까운 어느
최화정은 “인생은 의도대로 되지 않지 않나. 의도 된 게 없이 자연스럽게 녹아내린 결과”라고 말했다. 박근형 이순재 김영옥 등은 윤여정에게 “수고했다. 축하한다. 탈 만하다. 너무 좋다”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강부자는 윤여정에게 “애썼다”며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skyb1842@mk.co.kr
사진|K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