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괴물’은 심나연 감독에게 세 번째 메인 연출작이었다. 제공ㅣJTBC |
드라마 ‘괴물’은 호불호 없는 드라마였다. 마지막까지 예측할 수 없는 폭풍 전개로 시청자를 쫄깃한 긴장감 속으로 몰아넣었다.
최근 6%대로 종영한 JTBC 금토 드라마 ‘괴물’의 인기 중심엔 신하균 여진구라는 이 두 배우가 있었지만, 그들의 연기를 ‘라이브’ 하게 살려준 심나연 감독도 있었다. 심 감독은 “장르물은 남자 감독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깨고 ‘괴물’을 통해 스타 감독으로 거듭났다.
다양한 인간 군상의 심리를 치밀하게 포착해내며 서스펜스를 극대화 시켰고, 심장을 조이는 전개 속에서도 ‘괴물’ 특유의 비극 서사, 인물의 감정선을 놓치지 않았다.
‘한여름의 추억’ ‘열여덟의 순간’ 등 멜로 드라마를 주로 연출해온 심 감독에게 장르물인 ‘괴물’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괴물이 날 살렸다”는 그는 “감독 생활을 계속할 수 있게 해준 시작점 같은 드라마”라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다음은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심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Q. 종영 소감은
연출자로서 '괴물'에 빠져서 헤어나오기 힘들다는 반응이 너무 기뻤다. 어려운 드라마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집중해서 봐주고 시청률도 좋게 나와 뿌듯하다. 모든 배우와 제작진의 합이 잘 맞았던 작품이다. 잘 끝나 다행이다.
김수진 작가의 대본을 보고 반했다 했는데
정말 흥미로운 대본이었다. 한 권의 소설을 읽듯이 그림이 그려졌다. 욕심이 생겼다. 극중 인물들 하나하나가 어떻게 보면 비정상적이지 않나. 처음에는 이동식(신하균 분)만 괴물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는데, 동식이 점점 괴물이 될 수밖에 없도록 주변의 괴물들이 20년 동안 어떻게 일을 망가트려왔는지 잘 쓰여 있었다. 글의 느낌을 영상으로 잘 구현하면 마니아층이 뚜렷한 드라마가 될 거라는 나름의 확신과 자신감으로 시작했다.
Q. 어떤 점에 포인트를 주고 연출했나
장소 섭외에 신경을 많이 썼다. 마을을 하나 설정해서 만양이란 공간으로 꾸며야 했다. 옥천으로 결정하고 우리가 원했던 만양 정육점을 판타지적인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다양한 부분을 보여주고자 지방 곳곳에서 많이 촬영했다.
Q. 이번 작품이 특히 물 만난 것 같았다
그런 것 보단 재미있었다. 성실히 하나하나 해나가다 보면 좋은 평가를 해주시는구나, 그런 맛을 알았다고 할까. 요즘엔 10부, 11부 찍을 때까지 대중의 마음을 알고 하는 게 아니다. 열심히 찍고 붙이고 계속 연구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스스로도 공부를 많이 했고 앞으로도 공부를 많이 해야겠구나 자극을 준 작품이다.
Q. 심리 스릴러라는 장르 연출에 대한 호평이 많았다
장르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에게 물어봤을 때 던져놓고 회수하는 게 중요하다 하더라. 잘 만들어줬던 스릴러 드라마를 다시 다 보고, 외국 드라마도 보고 하면서 한국적인 떡밥을 던지고 회수하는 걸 고민했다. 작가가 설정해놓은 걸 표현해놓고 시청자들도 느끼게 하려면 어떻게 비디오로 표현해볼까 생각했다. 스릴러 연출에 있어 ‘비밀의 숲’이나 ‘시그널’을 많이 돌려보면서 사람들이 왜 좋아할까를 연구했다. 결국 스릴러적인 요소들도 중요하지만, 감정적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장면들 덕분에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들이 아닌가 싶더라. 그런 부분들을 참고했다.
또, 제 연출 관점이라기 보다 작가님이 자료 조사를 해놓으신 걸 보고 경찰들의 입장이나 실종 법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게 됐다. 작가님이 갖고 계신 베이스들이 저에게 영행을 많이 끼친 것 같다.
↑ 심나연 감독이 촬영 현장에서 배우 신하균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제공ㅣJTBC |
너무 많이 남발하면 안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드라마에선 그들이 연기하는 걸 잘 보이게 하려면 홈드라마에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타이트한 샷이다 생각했다. 의도 자체는 그들의 연기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연출로서의 의무가 아닌가 생각했다. 타이트하게 잡으면 배우들이 보통 부담스러워 하는데, 두 배우가 굉장히 잘 견뎌줬다. 처음 시도할 때 잘 적응해서 끝까지 유지하게 됐다.
Q. 장르물 특성상 리얼리즘 사이에 고민했을 듯 한데…
기획할 때 표현을 리얼리티로 할 것인가, 판타지적으로 할 것인가 고민했다. 촬영 미술 등 모든 스태프들이 현실적으로만 표현하기엔 뻔히 제한이 있어 경찰들이 어떻게 수사하는지 작가님이 조사한 리얼리즘을 참고했다. 작가님이 설정한 재개발에 대한 부분은 인간의 이기심과 관련이 있었다. 만양 정육점처럼 판타지스러운 공간 연출은 장르물의 성향을 많이 따랐다. 경찰의 수사 방식 등은 작가님이 조사한 현실적인 측면을 많이 참조했다. 재개발이라는 소재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이기심 역시 디테일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Q. 최고 명장면을 꼽는다면
가장 좋았던 신은 1회 엔딩신이다. 그 신이 표정 하나로 얘길 해줘야 했다. 작가님이 써놓은 한두줄의 느낌을 배우가 표현해줬으면 좋겠다 했는데 (신하균 배우가) 그 어떤 대사도 없이 표정만으로 해줬다. 너무 좋았고 제 스스로도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갈 수 있었던 시작점이었다.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코로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촬영할 때 주민분들, 지역 관계자들이 많이 도와줬고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 문제 될 게 하나도 없는 현장이었다. 두 배우가 너무 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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