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그림을 속여 판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가 확정된 가수 조영남(76)씨가 비슷한 사건 재판에서 검찰이 다시 유죄를 구형했습니다.
검찰은 오늘(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 심리로 열린 조씨의 사기 혐의 항소심에서 "피고인은 그림을 직접 그린 게 아닌데도 피해자(구매자)들을 속여 돈을 받아냈다"며 1심과 같은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구형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대법원에서 유사 사건 무죄를 확정받았지만, 이 사건 1심에서는 그와는 조금 다른 취지로 무죄가 선고된 것"이라며 "피고인이 그림을 직접 그린 것으로 볼 수 있는지, 피해자에게 고지 의무가 인정되지 않는지에 대해 다시 살펴달라"고 했습니다.
이에 변호인은 조씨가 이미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은 만큼 검찰의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재판부가 마지막으로 할 말을 묻자 조씨는 "재판이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너무 근사하게 잘 마무리돼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며 "조수를 쓸 수 있는데 검찰에서는 조수를 쓰면 안 된다는 요지의 주장을 한다. 앞으로도 제 미술 활동은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씨는 2011년 '호밀밭의 파수꾼'이란 제목의 화투장 소재 그림을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인 것처럼 속여 A씨에게 팔아 800만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 그림을 조씨가 아닌 사람이 그렸다는 공소사실 자체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항소심 선고는 5월 28일 열릴 예정입니다.
앞서 조씨는 이 사건과 유사하지만, 별개의 그림 대작(代作) 사건으로 기소돼 작년 6월 무죄를 확정받았습니다.
2011∼2015년 화가 송모씨 등이 그린 그림에 가벼운 덧칠 작업만 한 작품 21점을 17명에게 팔아 1억5천300여만원을 받은 혐의였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미술 작품이 제3자의 보조를 받아 완성된 것인지 여부는 구매자에게 필요한 정보라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은 사기죄의 기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공소제기를 했는데 미술 작품의 저작자가 누구인지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