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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복’ 공유 사진=매니지먼트 숲 |
지난 15일 극장과 티빙에서 동시 개봉한 영화 ‘서복’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박보검 분)’을 극비리에 옮기는 생애 마지막 임무를 맡게 된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 분)’이 ‘서복’을 노리는 여러 세력의 추적 속에서 특별한 동행을 하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극 중 공유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기헌 역을 만나, 서복 역의 박보검과 묘한 분위기의 감성 케미를 선보였다. 형제 같으면서 때로는 신과 유약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며 몽환적이고 신비한 분위기도 완성했다. 또한 액션 장인 답게 많지는 않지만, 짧은 액션 신들 역시 통쾌하게 그려내며 ‘역시 공유’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들었다.
공유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시한부 인생의 모습을 더욱 고통스럽고 피폐하게 보여주기 위해 체중을 감량하면서 첫 신부터 강렬하게 표현해냈다. 서복과의 특별한 동행에서의 감정 변화도 보여주며 이를 보는 관객들에게까지 ‘삶이란 무엇인가’ ‘죽음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던지는 듯한 느낌을 심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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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유 인터뷰 사진=매니지먼트 숲 |
▶이하 공유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Q. ‘건축학개론’으로 서정적 감성을 보여준 이용주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A. 감독님이 풍채에 걸맞지 않게 여리고 섬세한 감성이 있는 분 같았다. 굉장히 촬영할 때 세팅을 주시는 입장에서는 배우들이 조금이라도 불편한 거를 못 견디는 분 같았다. 섬세하게 디렉팅을 많이 주시고, 그 안에서 강압적이지 않고 자유롭게 배우들이 알아서 하게끔 판을 깔아주시는 분이셨다. 의견을 되게 많이 물어보신다. (웃음)
Q. 주로 호흡을 맞춘 박보검과는 어땠는가.
A. 워낙 인성이 바른 친구라는 생각을 역시나 했다. 작업하기 전에도 예상했는데, 같이 작업하면서 더더욱 그렇게 느꼈다. 워낙 본인이 불편하거나 본인이 힘든 내색을 안 하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가끔 선배 입장에서 그런 모습들이 느껴지거나 할 때는 있었다. 그럼에도 늘 묵묵하게 알아서 자기 컨트롤을 하면서 굉장히 집중력있게 진중감있게 연기를 하더라. 흠 잡을 데 없고 너무 예쁘고 착한 후배라고 생각했다.
Q. 첫 장면에서 기헌의 고통스러운 모습과 피폐한 일상이 인상깊었다. 체중 감량을 한 걸로 아는데 이 외에도 준비한 부분이 있을까.
A. 사실 더 욕심 같아서는 사람들이 처음에 기헌의 모습을 보고 ‘뜨악’할 정도로 많이 피폐하고 싶었다. 주어진 시간도 짧았고, 준비한 시간도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할 수 있었지만, 감독님이 특히 많이 말리셨다. 건강상의 문제도 그렇고, 길게 봤을 때 촬영을 하기까지 시간이 긴데 무리하지 말라고 감독님이 스톱을 하신 부분도 있다. 내 입장에서는 기헌의 전사를 영화에서 다 보여주지 못해서, 관객분들께 초반에 쉽게 보여줄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간 느끼고 있는 고통의 나날들이 첫 신에 드러났으면 했다. 체중 감량도 했다. 아무래도 음식을 자유롭게 못 먹다 보니까 스태프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 없어서 숙소에서 혼자 보내는 게 자연스럽게 많았다. 그것 또한 기헌의 어떤 피폐하거나 다소 어둡고 외로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고 좋은 과정이라고 본다.
Q. 공유가 해석한 기헌의 톤은 무엇일까.
A. 해석한 캐릭터 톤은 훨씬 다크하고 어두웠다. 말 수도 없고. 거의 다른 사람들과 교류가 안 될 아웃사이더 정도로 생각했다. 감독님의 생각은 다르더라. 기헌이 시한부 선고를 받기 이전 삶을 생각해보자면, 동료들과 함께 농담도 자주하고 라이트한 톤을 가졌을 텐데, 시한부 선고를 받고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까 하셨다. 아웃사이더적인 캐릭터는 재미없다고 생각했다. 원래 내가 해석한 기헌은, 지금 탄생한 기헌보다 훨씬 어둡고, 말수가 없고, 타인을 대하는 어떤 자세가 훨씬 더 무례한 사람이었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Q. 처음 ‘서복’을 거절했다고 들었다. 이 작품을 거절했지만,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
A. 이 영화가 주는 질문이 내 뒤통수를 잡아당기는 느낌이었는데 마음 속에 있었나 보다. 감독님이 적극적으로 연락해주셔서 만나게 됐다. 감독님이 ‘서복’을 오랫동안 쓰셨고, 고민을 오랫동안 하셨고, 어떤 방향성을 가졌으면 한다는 진심 어린 대화를 들었다. 만약에 내가 영화를 해석하고 방향성이 달랐다면 못했을 텐데, 감독님과 일치했다. 이건 내가 해야되는 작품인가보다 하고 했다.
Q. ‘서복’에 편집된 장면들이 있어 아쉬운 듯 하다. 공유가 영화를 보며 마음에 들었던 장면과 아닌 장면이 있었다면?
A. 생각보다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별로 안 웃긴 장면이 있었다. 임세은(장영남 분) 박사에게 중얼거리는게 애드리브였다. 한 시퀀스에 담배를 권하길래 끊었다고 하는 게 있는데 편집됐다. 이후에 실내에서 담배를 핀다고 해서 임세은 박사에게 중얼거리는 애드리브를 한 건데, 현장에서는 재밌었다. 감독님이 박장대소를 한 장면이었다. 스태프들도 많이 웃었다. 뿌듯한 마음에 애드리브라고 생각하고 하나 건졌다 싶었는데 시사회 때 전혀 안 웃으시더라. 반면 클라이맥스에서 싱크홀 장면은 CG를 상상하긴 했지만, 예상을 못했다. 실제 큰 극장에서 봤을 때 ‘우와~’하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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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퀴즈’ 공유 사진=매니지먼트 숲 |
Q. 이번 액션 신에서는 유도를 베이스로 한다고 했는데, 직접 배우고 준비를 한걸까.
A. 실제 유도를 배울 만큼 물리적 시간이 있지 않았다. 베이스가 유도라는 이야기를 무술 감독님이 늦게 주셨다. ‘고요의 바다’ 촬영 같은 걸 할 때도 무술 감독님이 나한테는 그냥 오신다. 뭘 연습하자고 이야기도 안 한다. 보통 미리 촬영 들어가기 전에 액션 스쿨을 다니고 연습을 좀 하는데, 나한테 그런 이야기를 안하고 대부분 다 ‘그냥 선배님은 다 하시잖아요~’ 이러더라. 그렇지만 ‘서복’의 액션은 과하지 않았고, 무술 감독님이 처음부터 나를 믿었다. ‘공유 정도면 아무 것도 아니다’ 이런 마인드셨다. 실제 액션 신을 찍는 하루 이틀 전에 리허설을 할 때, 무술 감독님이 생각한 민기현의 베이스는 유도인 것 같다고 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했다. 이래저래 했는데 기존과 액션이 달라서 그런 디테일한 부분들을 잡기는 어려웠다. 실제 유도는 배우지 못했고, 그렇게 따지면 액션 신을 위해 준비한 게 없다. (웃음)
Q. 어른 같은 기헌과 아이 같은 서복의 대조가 인상깊었다.
A. 그 설정 자체가 재밌어서 이 영화를 한 이유이기도 하다. 서복이 복제인간이고 아이같다. 10살이지만, 외형은 10살이 아니다. 기현은 서복을 볼 때부터 ‘복제인간? 과학자들이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것 같다’고 해서 믿거나 말거나였을 거다. 같이 경험하면서 이 아이의 특별한 능력을 보면서 실감을 점차 해나가지만, 기헌은 서복을 늘 아이처럼 봤던 것 같다. 그러다가 이 아이가, 이 존재가 실험실에서 어떤 생을 살았는지를 보고, 아이에 대한 연민이 생기게 되고, 서복을 탄생시킨 과학자들과는 다른, 순수한 시선으로 보지 않았을까. 나보다 힘은 세지만 다를 거라 생각하고 봤다. 제3자 입장에서 볼 수 있는 건 관객의 시선인 것 같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신이, 유약한 인간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는.
Q. 만약 공유에게 영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잡을 건가.
A. 영생의 기회가 주어진대도 잡지 않을 것 같다. 죽음과 삶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지 여전히 정의할 수 없다.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어려운 단어 같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생각과 행동은 한 번밖에 없는 내 삶에 내 명이 다하기 전에 후회없는 삶을 살자 정도가 지금의 나로서는 최선인 것 같다.
Q. 지난해 11월 출연했던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서 에린핸슨의 ‘아닌 것’이라는 시가 인상적이었고 큰 울림이 있었다. 이 시를 통해 공지철이라는 사람에 대한 고민을 했을 것 같다.
A. 내 스스로에 대한 고민은 끊임없이 하는 편이다. 때로는 그 고민이 내 영혼을 갉아먹는 순간도 있다. 올해 20년째 연기를 하고 있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크게 변하지 않고, 나름 한결같이 살아가는 것 같다.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우물을 무탈하게 잘 파고 있다는 것에 있어서 칭찬을 해주고 싶다. 스스로에게.
Q. 20년 차 배우 공유는 현재 어떤 욕망을 가졌을까.
A. 사실 욕망이 많지 않은 사람이다. 타인의 관점은 몰라도, 나는 욕심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살고 있긴 하다. 요즘 아시아인 혐오가 심하지 않냐. 왜 서로 괴롭히고 해치지 못해서 안달인지 모르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편협한 관계로 싸우고 누군가 상처받는다고 생각한다. 유약한 인간들끼리 얽혀서 살다 보니 자연스레 있을 수 있는 일인지 알겠지만, 아시안 혐오도 그렇고 이런저런 것들을 많이 접하는데 속이 상하다. 다른 이야기인데 덴젤 워싱턴이 골든글러브인가에서 한 스피치가 기억에 남는다. 특별공로상을 받고는 ‘편협한 사람들은 험담을 일삼고, 괜찮은 사람들은 사건을 이야기하며, 위대한 사람들은 아이디어를 이야기한다’라는 말을 하는데 욕망과 상관없지만 내가 꿈꾸는 이야기이다. 난 적어도 덴젤 워싱턴의 말처럼 편협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고, 되지 않으려고 한다. 그게 내 욕망이다.
Q. ‘유퀴즈’에 공유 편이 큰 화제였고, 굉장히 재미도 있었다. 당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
A. 나도 너무 재밌었다. 막 친하지 않았지만, 조세호와 유재석과 오며가며 안면들이 있었어서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워낙 좋아했던 프로그램이다. 홍보하러 나간다는 마음보다는 나들이하는 가는 마음으로 갔다. 또 명MC여서 너무 잘하더라. 덕분에 편하게 재밌게 놀다 왔다. 녹화가 생각보다 조금 길게 됐다. 정해놓은 시간, 다음 스케줄 때문에 가야 하는데 다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방송 잘 뽑아야지’보다 수다를 잘 떨어서 녹화도 잘 진행돼서 분량도 길게 나와서 PD님이 따로 유튜브용으로 제작할 정도였다. 자를 게 별로 없었다더라. 내가 아마 했던 예능 중에 가장 마음 편하고 부담없고 재밌게 한 프로그램이었다. 너무 기뻤던 건 시청률이 잘 나왔다고 들었다. 유재석과 조세호에게 다 연락이 왔다. 고맙다고. 뒤에 여러 게스트가 나와서 기록이 깨졌지만, 유재석이 고
Q. 마지막으로 공유에게 ‘서복’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은가.
A. 시간이 지나서 ‘서복’을 떠올렸을 때 잘됐었나보다 그때 했던 질문을 다시금 할 것 같다. ‘서복’은 그런 영화로 남을 것 같다.
MBN스타 대중문화부 이남경 기자 mkculture@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