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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주원 역의 여진구는 이동식(신하균)과 팽팽한 긴장 관계를 형성하며 `괴물`을 이끌었다. 제공ㅣ제이너스 이엔티 |
‘괴물’은 연기 천재 신하균의 연기에 또 한 번 감탄한 드라마이기도 했지만, 여진구(23)의 변화와 성장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여진구의 변신은 강렬했다. 진실을 좇기 위해 날 선 의심과 경계를 멈추지 않는 엘리트 형사 ‘한주원’ 역을 맡아 이전과는 다른 눈빛과 존재감을 보여줬다. 감정 변화부터 심장 쫄깃한 심리전을 흡인력 있게 표현하며 서스펜스를 극대화 했다.
최근 종영한 JTBC 금토 드라마 ‘괴물’에서 이방인 한주원의 존재는 극의 분위기 조성과 텐션을 조율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한주원은 내면을 다 드러내지 않고 관찰자 시선을 유지해야 하는 캐릭터였지만, 이동식(신하균 분)의 방식을 그대로 모방하고 답습하는 도발은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신하균과의 연기 시너지는 폭발적이었다. 괴물을 잡기 위해 처절하게 내달린 두 남자는 사건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다면성을 집요하게 쫓으며 깊은 울림을 줬다. 다음은 화상 인터뷰로 만난 여진구와 일문일답.
Q. ‘괴물’을 보면서 ‘화이’를 떠올린 팬들이 많았다
‘화이’ 이후로 진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 같아 ‘화이’가 떠오른다는 얘길 많이 들었다. 오랜만에 무거운 감정선을 가진 작품으로 인사드리는 것 같아 더 잘하고 싶었다. ‘화이’와는 분위기는 비슷할지 몰라도 캐릭터는 많이 달랐다. 감정 연기에 있어 변화라기 보다는 차별점을 확실히 갖고 가야겠다 생각해서 다르게 연기했다.
Q. ‘이동식’ 역의 신하균과 호흡은 어땠나
너무나 재밌었고 배울 점도 많았고 몰입도 많이 될 수 있었다. 선배님 덕분에 칭찬을 받을 수 있었다 생각한다. 선배님과 같이 작업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전과) 달라진 점이다. 저도 나중에 선배님처럼 멋있는 배우가 되어 있을 때 제 나이 또래의 배우를 이렇게 받아들이고 싶단 생각을 했다. 선배님이 몰입하시는 걸 보고 ‘난 저런 배우가 될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꼭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사실 마음 먹고 촬영장에 갔지만 선배님이 제 연기를 어떻게 받아들이실까 무서운 면도 있었다. 선배님 기준에 마음에 드셔야 할텐데...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매번 믿어주시고 맡겨주시고 부족한 점은 채워주셨다.
Q. ‘괴물’은 자신에게 어떤 작품이었나
그 어떤 작품보다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조금이나마 알게 해줬다. 연기 감을 알게 해준 소중한 작품이다. 마지막 방송 날까지 시청자들이 어떻게 봐주실까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앞으로 ‘작품에 어떻게 임해야 하나’에 대한 답이랄까. 조금은 알게 해준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작품을 하면서 인간으로서는 나쁜 짓을 하지 말자, 다시 한 번 ‘착하게 살자’는 생각도 갖게 됐다.(웃음) 실종자 혹은 남은 가족분들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완벽하게 알 순 없겠지만 많이 신경 쓰지 못한 부분들을 깨닫게 됐다.
Q. ‘한주원’을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괴물’에서 처음과 마지막에 가장 변화를 맞는 사람은 한주원이라 생각했다. 만양에 내려와서 이동식을 파헤치는 사람이었지만, 만양은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이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처음 작가 감독님과 대화를 나눴을 때 8부까지가 ‘괴물’ 1부, 그 이후가 2부였다. 초반에 갖고 있던 캐릭터를 2부에서 잃지 않고 보여드리는 게 중요했다. 변화가 보이긴 하지만 많이 달라지지 않고 쉽게 인정할 것 같지 않다는 부분에 신경을 썼다.
또,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한주원’은 정의를 생각하고 경찰 소임을 다 하려는 사람이지만 지금까지 캐릭터와는 조금 달랐다. 본인에게 과신도 있는 인물이었고 상대방을 대할 적엔 사람에 대한 편견이 있는 인물이었다. 그걸 좀 보여주고 싶었다. 나중엔 주원이도 불쌍한 인물이지 않을까란 공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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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진구는 “범인 찾기에만 쏠려 있지 않다는 게 와 닿았다”며 “16회까지 시간 순삭 정주행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추천했다. 제공ㅣ제이너스 이엔티 |
주원은 만양 사람들과 좀 다르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 사람들의 결을 닮아가는 모습을 언제 인정할지가 조금 고민이었다. 본인이 그걸 받아들인다고 해도 주원이 마음 속으로 자기도 모르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부분이 주원을 연기하는데 변화를 줘야 하는 포인트라 생각했다. 그것이 2부의 메인 감정선이 아니었나 싶다.
Q. 자신이 생각하는 ‘괴물’ 명장면은
엔딩이 굉장히 마음에 많이 남는다. 끝까지 이동식과 한주원 같은 모습으로 인사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 작가님 감독님에게 감사드린다. 헤어질 때 서로를 바라보고.. 이동식은 아무런 미끼 없이 환하게 웃는 모습, 주원은 이동식을 마음에 담아두는 모습이 찡하고 좋더라.
Q. 잔혹한 장면도 있었다. 출연 배우로서 수위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
저보다는 감독님이나 촬영 감독님이 걱정하셨을 거다. 저는 수위에 대한 걱정 보다는 이런 걸 더 보여드려야 많은 분들이 몰입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 잔혹하고 무자비한 표현마저도. 저희는 연기로 경험해왔지만 실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은 정말 몰입하려면 그 정도 수위의 연기를 보면 도움되지 않을까 싶었다.
Q. ‘괴물’을 선택한 이유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범인 찾기에만 쏠려 있지 않다는 게 와 닿았다. 수사 과정에서 남겨진 이들 가족의 삶도 그려져 있어 너무 좋았다.
Q. 아버지 따라 ‘괴물’이 될 것 같은 두려움은 없었나
제가 한주원이었다면 두려웠을 것 같다. 제가 연기하면서 봐 온 한주원은 두렵다기 보다 이 사건이 인생이 달린 문제인데 이 사건을 딛고 일어날 수 있을까, 이 사건을 마무리하는 것에 대해 강한 의무감을 느꼈을 거라 생각했다. 그 이후 주원은 어떻게 살까 궁금했는데 이동식이란 사람이 잘 잡아주지 않았을까.
Q. ‘이동식’과의 관계는 늘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많이 신경을 썼다. 선배님과 현장에서 상기하면서 찍었다. 초반에 팽팽함을 잃고 싶지 않았다. 자칫 잘못 하면 가까워져 보이는, 친밀감이 느껴지는 대사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의미로 쓴 대사들이 아니었단 생각이 들더라. 어려운 간격의
Q. ‘괴물’은 특히 호평이 많은 작품이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나
너무 몰입감을 주는 작품이라는 반응이 좋았다. ‘한주원 같고, 너 안 보이더라’는 주변 반응도 기억에 남는다.(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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