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53)이 미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아시아 혐오 범죄를 언급하며 ‘창작자들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 7일(현지시각) 밤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의 채프먼 대학의 도지 칼리지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봉 감독은 이 인터뷰에서 “아시안을 향한 혐오와 폭력 등의 문제를 다룰 때 감독 등 창작자들은 더욱 대담해 져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아시아계를 향한 미국인들의 증오범죄와 BLM(Blcak Lives Matter,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을 바라보는 건 상당히 두려운 일”이라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영화 산업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 (영화를 만드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현재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신속하게 다루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창작자들과 영화 제작자들이 이 같은 문제를 다루는 것에 더욱 대담해야 하며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봉준호 감독은 또 미국 내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 스파이크 리 감독의 영화 '똑바로 살아라'(1989)를 언급하며 “이 작품은 창작자와 예술가들이 사회 문제와 맞서기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잘 보여주는 예시가 되는 작품이다. 꼭 사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의 통찰력을 이용해 나중에 일어날 수 있는 사회 표면 아래 들끓고 있는 문제에 대해 묘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화 ‘기생충’이 내게는 그런 접근 방법을 취했던 작품이었다. ‘현대사회에서 가난하거나 부유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우리 사회의 빈부 이야기”라고 했다.
더불어 “창작자와 예술로서 자신이 살아가는 날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본질과 중심적인 질문들을 꿰뚫어 보고 작품을 통해 그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변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골든글로브 TV 드라마부문 여우주연상 수상 경력의 산드라 오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아시안 증오 멈춰라’(Stop Asian Hate) 집회에 참석해 확성기를 들고 “우리는 처음으로 (아시안 증오범죄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과 분노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저는 아시아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외쳐 주목 받았다.
한국계 배우 대니얼 대 김은 미 의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아시아계에 대한 미국 사회의 구조적인 폭력과 차별을 증언했다. 또 CNN에 출연해 여동생이 2015년 증오범죄 피해를 당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스티븐 연은 트위터에 아시안 증오범죄를 비판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과 아시아계 피해자들을 돕는 사이트 주소를 공유하며 연대의
영화 ‘스타트렉’ 시리즈에 출연한 한국계 배우 존 조는 “수치심은 인종차별주의자의 몫”이라는 한국계 여성의 글을 트위터에 공유했고, 한국계 코미디언 켄 정은 트위터에 동영상을 올려 “우리는 외국인 혐오, 인종차별, 증오를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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