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원의 밤’ 리뷰 엄태구 전여빈 차승원 출연 사진=넷플릭스 |
‘낙원의 밤’은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영화다.
평화로운 제주도에서 펼쳐지는 두 남녀의 스토리는 아름다운 풍경과 대비되며 더욱 극적으로 그려진다. 잃을 것 없을 것 같던 박태구(엄태구 분)와 재연(전여빈 분)의 삶에서 또 다시 잃을 것들이 생기며 펼쳐지는 잔인하고도 감성적인 이야기는 ‘낙원의 밤’이라는 제목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제주도의 풍경 속에서 평화로울 것 같았던 태구와 재연의 삶은, 각기 다른 총성과 함께 무너진다. 그리고 세 캐릭터가 만나는 순간, ‘낙원의 밤’이라는 제목 그대로 제주도라는 낙원이 핏빛 어둠으로 까맣게 칠해지며 처절한 아침을 맞이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무엇보다 ‘낙원의 밤’에서는 배우들의 연기가 큰 중심축이 된다. 엄태구는 조용하지만 강렬했고, 전여빈을 또 한 번 재발견할 수 있었으며, 차승원은 어둠 속 자리 잡은 위트로 무게감을 더한다. 캐릭터들 각자가 가진 사연이 하나가 되는 순간 그 응축된 에너지는 거대한 시한폭탄이 되어 ‘펑’ 터진다.
극 중 태구는 그저 어둡기만 한 캐릭터는 아니다. 그러나 어느 한 사건으로 조직의 타깃이 되며 낙원을 찾아 떠났고, 그 속에서 재연을 만난다. 재연은 벼랑 끝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캐릭터다. 두 사람이 만나며 제주도를 풍경으로, 점차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해나가는 모습은 ‘낙원’과 같이 아름답다. 두 캐릭터의 내면의 아픔과 외면의 담담함을 그려낸 전여빈과 엄태구의 감정은 무서울 듯 고요하다. 특히 이들은 초반 절제된 감정 연기를 통해 갈수록 폭발하는 감정을 그려내며 두 캐릭터의 분노를 관객까지 함께 느낄 수 있게끔 만든다.
이후 마이사(차승원 분)의 등장으로 맞이하게 된 ‘밤’은 영화의 제목이 ‘낙원의 밤’인 이유를 단번에 이해시킨다. 그만큼 차승원은 마이사라는 인물을 이유있고 악하게 그려내며 극의 흐름을 더욱 옭아매는 역할을 한다. 특히 그의 대사 기반에 깔린 여유와 가벼운 듯 무거운 유머, 묘한 인간미, 의리와 이유를 가진 악(惡)을 담은 마이사라는 캐릭터를 통해 ‘낙원의 밤’의 스토리는 더욱 촘촘하고 깊어진다. 이를 소화한 차승원은 그 특유의 말투와 유머가 마이사와 어딘가 닮은 듯 한 느낌을 주며, 잔인하지만 그 속에 존재하는 인간미를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세 배우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낙원의 밤’은 아름다우면서도 더 잔인해진다. 그렇게 마지막 10분, 잔잔한 잔인함에는 파동이 생긴다. 그리고 이 중심 속에서도 유독 돋보인 역할은 전여빈이 맡은 재연이다. 이전에 보여준 전여빈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인 것은 물론, 투박하지만 그 속 폭발하는 분노가 담긴 총격 액션신은 ‘낙원의 밤’에서도 명장면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그만큼 변화무쌍한 전여빈의 모습이 이번 ‘낙원의 밤’에서 가장 임팩트있고, 아름답고, 잔혹하다.
‘신세계’로 문을 열고 ‘낙원의 밤’으로 색다른 누아르를 그려낸 박훈정 감독은
MBN스타 대중문화부 이남경 기자 mkculture@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