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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섬세하고도 깊을 수 있을까. 삶의 혼돈 속에서 무너지지 않으려 고군분투 하는 안소니 홉킨스의 경이로운 열연에, 그 곁을 지키며 묵직하고도 품격 있는 울림과 여운을 선사하는 올리비아 콜멘. 두 배우의 명연기가 마치 미로와 같은 예측 불허 전개 속에 녹아들어 완벽한 심리 드라마로 완성됐다. 모든 면에서 탁월한 ‘더 파더’다.
영화는 영화의 연출가이기도 한 플로리안 젤러가 쓴 동명의 연극에서 탄생했다. 이미 무대에서 그 완성도를 인정받
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상영된 프랑스 연극으로 유명세를 탔고, 그 감동과 놀라움이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옮겨 왔다.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심리를 치밀하고도 입체적으로 표현해 극강의 몰입감을 자랑한다.
완벽했던 삶이 무너지며 자신조차 믿지 못하게 된 안소니(안소니 홉킨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안소니의 안락한 일상에서 시작된 영화는 오프닝 13여분이 지난 뒤부터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거침없이 흘러간다. 그가 주변을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앞서 믿었던 모든 것이 전복되고, 드라마와 스릴러를 오가는 장르의 변주가 강렬하게 펼쳐진다.
기억의 혼란이 점차 심해지면서 안소니는 자신을 돌보는 사랑하는 딸 앤(올리비아 콜멘)을 비롯해 주변의 모든 것을 의심한다. 급기야 스스로를 의심하며 고통에서 발버둥 친다.
안소니는 단순히 혼란스럽고 믿을 수 없는 화자에서 그치지 않는다. 스스로의 기억과 맞서야 하는 끝없이 고독한 싸움을 펼치는데, 이는 관객이 마치 미로 속에서 주인공과 함께 길을 찾아 나가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디멘시아를 겪는 인물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 기존의 작품들과는 달리 관망이 아닌 체험에 가까운 전율을 안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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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배우의 연기력은 어떤 수식어로도 부족할 정도로 진정 놀랍다. 전혀 다른 결의 색깔이 대치하고 어우러지며 치우침이 없는 완벽한 발랜스를 이룬다. 여기에 적재적소에 훌륭하게 사용된 클래식한 음악은 극의 우아한 무드를 조성할 뿐만 아니라 때에 따라 긴장감을 고조시키기도 한다. 탄탄한 이야기에 완벽한 연기, 음악과 미장센까지 모든 것이 빈틈이 없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가족의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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