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산어보’ 변요한 “내 그릇으론 역부족…잘 버텼다고 칭찬”

↑ 사극 `자산어보`로 스크린에 돌아온 변요한. 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이 시대의 젊은이 창대, 그래서 더 잘하고 싶었어요.”
스타의 뒤에는 항상 많은 말들이 따라다닌다. 좋은 말과 나쁜 말, 과장된 얘기나 허무맹랑한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그래서 어떤 평판이든 그다지 기억하지 않는 편인데 이번엔 달랐다. 자신만의 세계가 분명하지만 고민과 성찰이 깊고, 진지하고도 담백한 데다 끈기가 남달라 또래는 물론 선배, 관계자들 사이에서 깊은 신뢰를 받고 있단다. 배우 변요한(35)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로 변요한은 그랬다. 모든 답변이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았고, 과장도 없었다. 있는 그대로 어려운 건 모르겠다고, 아는 건 최대한 솔직하게 이야기 한다. 영화 ‘자산어보’에 대해서도, 스크린을 통해 보여준 모습에서도, 인터뷰로 전한 마음까지, 모두 다 그러했다.
“평소 말이 좀 느리고 생각이 많다”며 수줍게 운을 뗀 변요한은 출연 계기를 묻는 질문에 “이런 영화를 정말 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 변요한은 극중 사제 호흡을 맞춘 설경구에게 깊은 존경심을 보였다. 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변요한의 4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 ‘자산어보’(감독 이준익)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설경구 분)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변요한 분)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진정한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사극 영화다.
그는 “영화를 보면서 애써 눈물을 참으려고 했지만 결국 흘러내렸다. 여러 가지 기억들이 떠올랐는데 돌이켜보니 감사함의 눈물이었던 것 같다”고 영화를 본 소감을 들려줬다.
이어 “‘정말 좋은 영화’라는 큰 울림이 오더라. 뜨거움에 대한 여운이 아주 깊었다. 정약전과 창대는 물론 주민들도 뜨겁지 않나. 혼란스럽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웃음이 끊이질 않고 복합적인 감정들이 어우러져 모든 사람들이 벗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설명했다.
그가 연기한 창대는 허구가 상당 부분 가미 된 캐릭터다. 정약전의 ‘자산어보’ 서문에 등장하는 ‘창대’라는 이름 외에는 따로 설명돼 있는 게 없어 그를 둘러싼 배경이나 성격 등은 모두 이준익 감독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졌다. 변요한은 “창대는 그야말로 당대의, 또 지금의 젊은이의 상징”이라며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이 작품을 하면서 여러모로 공부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징적인 인물인 만큼 더 잘해내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하려고 하니 막막하더라. 내 그릇이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고민이 많은, 혼란한 나와 참 닮았고 그래서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지만 그래서 과연 잘 해낼수 있을까 의문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 시대에 창대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마음으로 학문에 갈증을 느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막상 현장에서는 선배들과 동료 배우들이 잘 조합이 돼 고뇌에서 벗어나 즐겁게 촬영했던 것 같은데 준비 과정에선 적잖게 마음 고생을 했죠.”
그는 무엇보다 창대라는 인물을 표현하면서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단다. “청년부터 20대, 30대까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창대의 마지막이 궁금하더라”라며 “다행인 건 ‘종착지에 잘 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10대는 10대 대로, 20대는 20대 대로, 30대는 30대 대로 창대의 시각과 가치관을 확장시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 `자산어보` 설경구, 변요한. 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작품에서 내내 함께한 설경구에 대해서는 “늘 동경하던 분이었고, 역시나 대단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함께 연기한다는 것만으로 굉장히 흥분됐어요. 설경구 선배님은 공과 사가 명확한 분인데 공적으론 차가운 완벽함이 있지만 사적으론 따뜻한 완벽함이 있는 분이에요. 제가 느낀 좋은 점을 다 말씀드리려고 하면 밤을 새울 것 같아요.(웃음)”
그러면서 "후배들을 진심으로 아껴주고 챙겨주시고 하나하나 들어주시면서 답으로 지혜를 주시는 분"이라며 "큰 영감을 얻었다. 완벽한 스승님이었기에 저절로 사제 케미가 완성되더라”고 찬사를 보냈다.
이런 소중한 경험들로 인해 '자산어보'는 “꼭 찍고 싶은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고 했다. “각 장면마다 여러 번 볼 수 있고,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을 찍고 싶었어요. ‘자산어보’처럼요. 영화를 보고 난 뒤 스스로에게 ‘잘 버텼다’라고 칭찬해줬어요. 좋은 작품 을 만났고, 또 그런 기회를 다시 얻을 때까지 힘내자’라고 격려도 해줬고요.(웃음)”
끝으로 그는 "창대에게 정약전은 사학죄인이었다가 스승이었다가 나중에는 벗이 된다. 영화가 끝난 후에는 아버지 같다는 생각도 했다"며 "말하자면 좋은 어른인 거다. 스승이기 이전에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어른이자 친구였다. 이 자체로 관객들에게 위안이 되고 공감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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