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여진구의 변화가 시청자들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여진구는 JTBC 금토드라마 ‘괴물’(연출 심나연, 극본 김수진, 제작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JTBC스튜디오)에서 비밀을 안고 만양에 내려온 엘리트 형사 ‘한주원’ 역을 맡아 그 진가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한계 없는 연기 변신으로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경신한 그는 절제와 폭발을 오가는 열연, 내면의 심리를 꿰뚫는 치밀한 해석으로 캐릭터를 완벽하게 빚어냈다. 밀도 높은 심리전의 한 축을 이끌며 극의 텐션을 팽팽하게 잡아당긴 여진구의 힘은 심리 추적 스릴러의 묘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이동식(신하균 분)의 과거와 얽혀있는 만양 사람들 가운데 이방인 한주원(여진구 분)의 존재는 극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중요한 포인트다. 이동식과 어딘지 모르게 수상쩍은 마을 사람들을 쫓는 관찰자적 시선은 시청자들과 결을 같이하며 몰입하게 했다. 극의 전반부는 끊임없이 찾아드는 혼란 속에 경계와 의심을 멈추지 않는 한주원의 시선을 통해 미스터리를 좇았다면, 2막을 기점으로 한 후반부는 이동식과의 괴물 같은 공조로 사건의 내막을 파헤쳐갈 전망. 특히 지난 10회 방송에서 남상배(천호진 분) 소장의 죽음을 마주한 한주원의 터닝 포인트가 예고된바, 그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한주원의 변화를 점층적으로 그려왔던 여진구가 신하균과 또 어떤 괴물 같은 연기 시너지를 발휘할지도 기대가 쏠린다. 이에 한주원의 성장과 각성을 가능케 했던 결정적 변곡점들을 되짚어봤다.
# 이금화 사체 발견 : 한주원의 위기와 혼란 담아낸 여진구의 눈빛
한주원은 만양 입성부터 위기를 맞았다. 문주천 갈대밭에서 손가락 잘린 사체가 발견된 것. 손마디에 끼워진 반지 모양을 본 한주원은 경악했다. 함정 수사를 위해 접촉했던 이금화(차청화 분)가 분명했다. 이동식은 한주원이 숨기려는 비밀을 눈치챈 듯, “이금화를 사지로 내몰아서 죽였다”라고 추궁하기 시작했다. 이에 한주원은 자책감으로 괴로워하는 한편, 진실 추적에 대한 의지와 집념에 불씨를 당겼다. 이금화의 죽음이 곧 자신의 손으로 진범을 잡아야만 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된 것. 특히 서로를 의심하고 경계하며 팽팽하게 대립각을 세우던 이동식을 향해 처음으로 감정을 폭발시킨 한주원. 그간의 포커페이스와 달리 “내가 함정 수사한 것 맞고, 사지로 내몬 것 맞고, 다 내가 한 거니까 내가 잡겠다고! 이금화 씨 찾는 사람 없어도, 내가 기억하니까 내가 잡아!”라는 처절한 외침과 눈물은 그의 또 다른 이면을 드러냈다. 자신을 혼란에 빠트린 이동식에 대한 분노와 패배감, 자신이 죽음으로 내몬 이금화를 향한 죄책감 등이 뒤엉킨 복잡한 감정을 한데 녹여낸 여진구의 열연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 강진묵 긴급 체포 : 엘리트 형사 한주원의 ‘괴물화’ → 괴물 같은 열연 빛난 결정적 순간
경찰대와 외사과를 거쳐 만양의 ‘도련님’으로 불리던 한주원이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은 강렬했다. “법과 원칙, 그딴 거 다 던져버릴 수 있어요?”라는 이동식의 물음에 보란 듯, 한주원은 집요한 진실 추적에 나섰다. 무모하리만치 거침없는 직진 수사가 계속됐다. 한주원의 ‘괴물 포텐’이 터진 것은 바로 강진묵(이규회 분)을 긴급 체포한 이후였다. 사건을 조사하고 진술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한주원의 활약은 대단했다. 그는 이금화가 죽기 직전 보낸 의문의 메시지에 담긴 미스터리를 풀어냈다. 강진묵이 강민정(강민아 분)의 친부가 아니었으며 최후의 타깃은 자신을 버리고 사라진 윤미혜(조지승 분)였다는 핵심도 짚어냈다. 무엇보다 고도의 심리전 속에 상대의 급소를 찌르는 한방은 강력했고, 심연을 꿰뚫는 예리한 눈빛은 압도적이었다. 여기에 이동식, 한주원, 강진묵의 진술 녹화실 삼자대면 장면에서 여진구의 탁월한 완급 조절이 빛났다. 범인의 심리를 조이고, 옭아매다, 끝내 무참히 무너뜨리며 심리 추적 스릴러의 진수를 선보였다. 원칙을 깨부수고 판을 뒤집기 시작한 한주원. 괴물을 잡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된 이동식과 닮아가는 그의 변화를 진폭 큰 연기로 그려낸 여진구를 향한 호평이 쏟아졌다.
# 이동식 자극한 ‘데칼코마니’ 도발 → 남상배 죽음 앞 오열까지 : 괴물 같은 공조 예고
강진묵(이규회 분)의 죽음 이후 종적을 감췄던 한주원은 달라져 있었다. 무언가 각성이라도 한 듯 “법이란 건 원래 그런 거였던 거지. 들이받고, 물어 뜯어버리고”라는 그의 말은 의미심장했다. 한주원은 이동식이 강민정의 절단된 손가락을 옮겨놓았듯, 강진묵 자살교사의 증거를 남상배 소장실에 가져다 뒀다. 왜 그랬냐는 이동식의 물음에 “왜 그랬는지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라며 과거 그가 했던 말을 고스란히 되돌려주는 한주원의 의도는 명백했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이동식을 움직여 진실 추적을 계속하고자 했던 것. 만양을 떠났던 한주원은 강진묵의 죽음 뒤에 또 다른 사건이 얽혀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괴물은 여전히 만양 사람들 틈에 있다. 한주원은 사람들에 대한 이동식의 믿음을 조목조목 파고들며 “그 사람들은 당신에게 감추는 게 하나도 없을까?”라고 현실을 직시케 했다. 무언가 낚고자 하는 한주원의 계획에 이동식도 “한주원 경위의 그 정의로운 놀음판에서 내가 한번 놀아줄게”라고 기꺼이 응했다. 이동식의 방식을 그대로 모방하고 답습하는 한주원의 도발은 흥미로웠다. 여진구는 한주원의 각성과 변화를 내밀하게 그려냈다. 의중을 가늠할 수 없는 미소와 광기 어린 한주원의 낯선 얼굴은 극적 긴장감을 극대
한편, JTBC 금토드라마 ‘괴물’ 11회는 오늘(26일) 밤 11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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