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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I스타투데이DB |
영화계 종사 여성 10명 중 7명 이상이 외모 평가나 음담패설, 술자리 강요 등의 성폭력·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2일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은 온라인으로 개최한 센터 개소 3주년 기념행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영화계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든든은 지난해 5∼9월 영화인 83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 관련 종사자 41명에 대한 심층면접도 함께 진행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성폭력·성희롱 피해 경험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58.3%가 경험이 있다고 답해 2017년 조사 결과(46.1%)보다 12.2%포인트 높아졌다. 성별로는 여성은 74.6%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해 남성(37.9%)의 2배 수준이었다.
조사를 진행한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 피해율이 높아졌다기보다는 '미투' 이후 많은 영화인이 자신이 겪었던 경험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이라며 "성폭력·성희롱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분석했다.
직군별로 보면 연출(68.2%)이 성폭력·성희롱에 가장 많이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미술·소품(61.5%)과 분장·의상(60.0%), 제작(59.1%), 배급·마케팅(57.4%), 동시녹음(52.9%), 후반작업(52.3%) 등의 분야는 절반 이상이 피해 경험이 있었다.
피해 유형별로 보면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28.8%)가 가장 많았고, 음담패설 및 성적 농담(15.0%),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 또는 술자리 강요(13.7%) 등의 순이었다.
또 특정 신체 부위를 쳐다보는 식의 피해(7.4%), 개인의 성생활·성적 지향 등을 집요하게 묻거나 의도적으로 유포(6.0%),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을 당하거나 강요받은 경우(5.8%) 사적 만남이나 데이트 강요(5.6%) 등도 있었다.
가해자의 성별은 남성이 81.7%로 여성(9.0%)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여성 피해자를 상대로 한 성폭력 가해자도 88.7%가 남성이었다. 남성 피해자 역시 가해자가 남성인 경우가 58.0%를 차지했다.
가해자의 직군은 촬영·조명이 47.3%로 가장 많았고, 제작(31.0%), 연출(30.3%), 배우(10.3%) 순으로 나타났다.
피해장소는 회식 등 술자리가 48.3%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고, 촬영 현장(22.7%), 회의·미팅 장소(13.3%), 숙소·합숙 장소(4.7%), 사적 만남 공간(3.3%), 출장·외부미팅(2.3%), 전화·문자(1.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조직 구성원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면 성희롱·성폭행 피해 비율은 확연히 감소했다. 여성이 10∼30% 미만인 조직에서 피해 비율은 33.7%로 가장 높았고, 50∼70% 미만인 조직은 7.7%, 70% 이상인 조직은 5.0%에 그쳤다.
피해 당시 대처법을 보면 '참고 넘어갔다'(51%), '친구나 동료에게 개인적으로 이야기하고 넘어갔다'(39.3%)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가해자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등 개인적으로 처리한 경우는 12%, 상급자에게 보고한 경우는 8.7%에 머물렀다.
영화계 종사자들의 예방 교육 비율은 75.9%로 2017년 조사 결과(48.3%)보다 증가했다. 예방 교육 효과에 대해서는 남성은 '조직안에서 언행을 조심하게 됐다'(36.8%)는 답변이, 여성은 '성희롱·성폭력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30.1%) 답변이 가장 많았다.
'미투' 이후 변화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부정적인 평가보다 많았다. 긍정적 평가로는 '성적 농담이나 신체접
이하경 든든 상담위원은 "처리된 사건들을 보면 혼자 고민하다가 센터에 찾아와 본인이 원하는 사건 해결이 뭔지 알아가고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면서 "영화계 내에서 사건처리를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