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자 "팔순, '해롤드와 모드' 출연 이번이 마지막…욕심 없다"

↑ 박정자. 사진｜스타투데이DB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배우 박정자가 팔순을 맞아 약속의 연극, '해롤드와 모드'에 참여하게 된 소회를 밝혔다.
22일 오후 서울 명동 소재 페이지 명동에서 연극 '해롤드와 모드(19 그리고 80)'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간담회에는 모드 역 박정자와 해롤드 역 오승훈 임준혁, 연출 윤석화, 프로듀서 박명성이 참석했다.
이날 박정자는 "이 80이라는 숫자를 기다렸는지 기다리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운을 떼며 "오늘 아침에 눈 뜨면서 이 장소로 오면서 참 감사하다, 모든 시간에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나에게까지도 감사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왔다"고 말했다.
박정자는 "'해롤드 앤 모드', 내가 일곱번째 만나는 작품이다. 2003년, 그 때는 그냥 공연을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작품으로 관객을 만날 때, 나보다 관객들이 더 좋아하더라. 그래서 '아 이 공연 나 80까지 해야 해'라고 스스로에게 약속했고, 주변인, 관객들에게도 이야기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박정자의 아름다운 프로젝트 '19 그리고 80'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이 나이까지 하는 게, 기네스북 같은 데 안 오르나? 라고 했다"고 너스레 떨었다. 그러면서 "80이라는 이야기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처음 연극을 시작했던 그 마음으로 이번에도 좋은 배우들과 좋은 스탭들과 무대를 만들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정자는 "어떤 사람은 '왜 90까지 하지?'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제 더 이상 욕심이 없다. 가벼울수록 좋다고 생각한다"며 "아주 사뿐하게, 가뿐하게 '해롤드 앤 모드'는, 이쯤에서 내가 그 무대에서 내려오는 게 더 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않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자리에서, 내가 나이가 당연히 제일 많을텐데, 가볍고 싶다. 그리고, 다음엔 또 윤석화씨가 모드를 할 지 모르죠. 그러면 그 때는 나는 객석에 앉아 정말 즐겁게 모드를 바라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자는 "누군가 그런다. 이제부터는 나이를 좀 거꾸로 먹어가면 어떠나 하는데, '내가 이 나이 먹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다시 거꾸로 가고 싶지 않아'라고 한다"면서 "나이 먹어서 참 편안해지고,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이 더 많이 생기는 건, 여러분도 이 나이 되시면 느낄 것이다"고 덧붙였다.
'해롤드와 모드'는 자살을 생각하는 19세 소년 해롤드가 80세 노인 모드를 만나 진정한 사랑을 배운다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콜린 히긴스(Colin Higgins)의 시나리오로 1971년 미국에서 영화로 제작돼 인기를 얻었으며 1973년 연극으로 재탄생, 세계 각국에서 공연돼 왔다.
국내에서는 1987년 초연돼 꾸준히 재연됐다. 박정자는 2003년 처음 '해롤드와 모드'와 인연을 맺은 뒤 5번의 연극과 1번의 뮤지컬에 참여, 자신의 대표작으로 완성했다. 박정자가 열연하는 '해롤드와 모드'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연극 '해롤드와 모드'는 5월 1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삼성동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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