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나리' 수상에 기뻐하는 리 아이작 정 감독과 딸. 사진I골든글로브 트위터 |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영국 매체가 영화 ‘미나리’의 정이삭(리 아이작 정, 42) 감독을 “미국 주류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라고 조명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지 일요일판 옵저버는 지난 7일 최근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영화 ‘미나리’ 정이삭 감독과 인터뷰를 실었다.
‘미나리’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미국 남부 아칸소주에 한인 이주 가정이 정착하는 과정을 그리며 할머니부터 손주까지 3대의 가족 이야기를 담았다. 정 감독은 ‘미나리’에 대해 자신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을 혼합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옵저버와 인터뷰에서 영화의 제목이자 극중 등장하는 '미나리'에 대해 “음식에 약간의 자극(kick)을 추가하고 싶을 때 넣는 식물의 일종”이라고 소개하며, 할머니가 감독이 자란 아칸소 농장에 심었다고 설명했다.
극 중에서 할머니 순자(윤여정 분)는 손주를 돌봐주려고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온다. 영화에서 아이들은 할머니의 모습에 당혹스러워한다. 이에 대해 정 감독은 “할머니는 많은 측면에서 우리와 다를 게 없는 어린아이 같았다. TV에서 우리가 봐왔던 전형적인 할머니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게다가 매우 젊었다. 50대 초반이었을 거다. 우리한테 욕을 하고, 도박하는 법을 알려주는 젊은 여성으로 보였다”고 회상했다.
또 정 감독은 극 중 할머니를 연기한 윤여정에 대해 “정말로 사랑했다. 한국에서 자기 생각을 말하는 사람으로 이름나있고, 그로 인해 많은 존경과 찬사를 받는 사람이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속이지 않는, 대단한 연기자”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옵저버는 또 정 감독의 첫 영화 ‘문유랑가보’(2007)를 조명하며 데뷔 감독에게는 ‘야심 찬 움직임’이라고 평했다.
정 감독은 “직업을 어떻게 꾸려가느냐에 있어서 선견지명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고 말했다. ‘문유랑가보’는 1990년대 중반 아프리카 르완다가 겪은 내전을 주제로 제작됐다. 미술치료사인 정 감독의 아내가 르완다에 일하러 갈 때 동행하면서 탄생했다.
‘문유랑가보’가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받으며 화제가 됐지만, ‘럭키 라이프’(2010), ‘아비가일’(2012)은 상대적으로 눈길을 끌지 못했다.
정 감독은 영화감독의 길을 포기할까 떠올린 순간도 있었다며 “아칸소에 있는 내 고향 친구들과 우리가 함께 본 모든 영화를 생각했고, 그 친구들이야말로 내가 그 어떤 관객들보다 함께 교감하고 싶은 관객이었다”고 ‘미나리’를 제작한 이유를 밝혔다.
↑ 정이삭 감독-한예리-스티븐 연-윤여정-앨런 김-노엘 케이트 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판씨네마 |
‘미나리’는 낯선 곳에 도착한 이민자들에 대해 다루지만, 인종 문화적 차이를 가벼운 터치로 그리는 것에 대해 정 감독은 “우리가 극복하려 했던 주요 장애물은 가족으로서 함께 살아남는 방법이었지, 외부에 있는 공동체와 관계를 맺는 방법이 아니었다. 인종차별은 분명히 존재했고 저도 끔찍한 일들을 겪었지만 돌이켜보면 서로를 사랑하기 위해 애쓰는 게 더 어려웠다”고 말했다.
업저버는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실사 영화를 준비하고 있는 정 감독에 대해 “캐시 옌, 룰루 왕, 클로이 자오 등과 같이 미국 주류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아시아계 미국인 영화감독의 새로운 세대의 일부”라고 평가했다.
정 감독은 “그 덕분에 많은 용기를 얻고 있어요. 아시아계뿐만 아니라 흑인, 중동 출신 영화 제작자들(이 만든 작품)을 많이 보면 볼수록 이 나라를, 인류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저는 ‘미
한편 지난해 초 선댄스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미나리'는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까지 전 세계 영화협회 및 시상식에서 무려 78관왕에 올랐다. 다음 달 25일 예정된 제93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주요부문 후보로 거론되며 주목받고 있다. 15일 후보가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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