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나리’ 한예리 사진=판씨네마(주) |
지난 23일 오전 ‘미나리’에 출연한 한예리가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펼쳤다. 극 중 그는 모니카를 맡아 따뜻한 매력을 표현했다.
현실적이었고, 때로는 가족들의 사랑을 몸소 보여주는 따스함을 지닌 모니카(한예리 분)는 ‘미나리’ 패밀리에서 제이콥(스티븐 연 분)과 함께 기둥의 역할을 튼튼히 해줬다. 때로는 가족 간의 갈등도 겪지만, 그 안에서의 더욱 견고해지는 모습으로 많은 이들을 감동케 했다.
남편 제이콥으로 활약한 스티븐 연과 엄마 순자를 맡은 윤여정과의 호흡은 어땠을지, 한예리가 본 이들은 현장에서 또 어떤 배우였을지도 궁금증을 자극했다.
“스티븐 연은 되게 귀엽고 스윗하다.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컸다. 열정도 많고. 본인이 뭔가 조금이라도 불편하거나 조금 다른 느낌이 왔을 때는 ‘예리 어땠던 것 같아? 다시 하고 싶어? 나는 어땠어’라고 서슴없이 말하고 거리낌 없었다. 건강한 사람이라 생각했고 작업을 할 때는 자존심이나 그런 걸 다 떠나서 오로지 이 작품을 위해서 본인이 어떤 자세를 취해야한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본인이 이민자라서 본인의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나도 스티브가 굉장히 진솔하고 이 작품을 진심으로 대하는 만큼 잘 해내고 싶었다.”
“윤여정과의 호흡은 너무 영광이었다. 선생님은 아시다시피 유머 감각도 많으시고, 재치도 있고 매력적인 분이다. ‘이런 유머가 현장에서 좋은 에너지고 필요하구나’를 느꼈다. 나는 그렇게 웃길 수 없어 ‘다시 태어나야겠구나’ 생각했다. 선생님께 용기를 많이 배웠다. 그 나이에 모르는 사람들과 외지에서 작업하실 때도 걱정없이 ‘Do it’이라고 하신다. 나는 걱정이 많았다. 드라마 할 때는 걱정이 없다가 비행기를 타고 시나리오를 보니 걱정이 나더라. 그때부터 겁이 막 밀려오더라. 어떻게 하다가 미국에 간 기억이 있는데 선생님 대단하다고 느꼈다. 하기 전부터 겁먹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선생님의 수상과 관련해서는 단톡방이 있는데 거기서 공유하고 축하한다고 한다. ‘Happy Birthday(해피 버스데이)!’도 챙긴다.”
↑ 한예리 인터뷰 사진=판씨네마(주) |
모니카가 순자(윤여정 분)와 재회했을 때는 많은 여성이 공감할 수 있을 장면이 그려졌다. 먼 타국에서 온 엄마와의 재회는 먹먹한과 울컥함을 줬다. 특히 한국 음식을 보며 울컥하는 모니카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슬프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어머니와 그런 경험을 나눠본 적이 없는데 그런 생각을 계속했다. 순자는 어쨌건 나를 혼자 키운 사람이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고 오히려 요리해주고 돌봐주는 것보다 가장으로서 일을 더 많이 한 사람이다. 모니카는 순자의 힘듦을 쭉 지켜봤을 거다. 생계를 유지했어야 해서. 그렇기에 순자와 친하게 지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이민을 가는 거면 평생 안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이별을 한 거나 다름 없다. 그런데 만난 거 아니냐. 다시 못 볼 거라 생각하고, 첫째는 한국에서 낳았지만 둘째는 미국에서 낳았다. 둘째는 엄마가 보지 못한 거다. 그런데 미국에서 만나니, 그 먼 거리를 순자가 어떤 마음으로 왔을지 알아서 그렇게 연기를 했다. 그 고춧가루 찍어 먹고, 멸치 받는 신의 경우에는 만감이 교차했을 것 같다. 엄마가 싸온 게 너무 귀하고 즐겁고 행복한데도 이렇게 사는 걸 보여줘야하는 게 속상한 거다. 잘 먹고 떵떵거리고 살고 이래야할 텐데 바퀴 달린 집에서 사니 엄마가 속상할 거라는 그런 게 웃기고 그랬을 거란 생각에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더라.”
‘미나리’를 통해 모니카의 성장통을 느꼈다. 이를 연기한 한예리 자신의 성장 포인트는 없었을까.
“좀 더 나라는 사람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윤여정 선생님은 가장 선생님답게, 윤여정이라는 사람답게 살아가지 않냐. 나라는 사람에 대한 고민들과 ‘성장이 좀 있구나. 내가 나를 많이 생각하고 있구나’를 느꼈다. 모니카를 연기하고 지켜보면서 다양하게 사람들은 각자 어떤 행동들을 할 때 다 이유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제이콥도, 모니콥도, 가족을 지키는 방법이 조금 다르지 않냐. 다 각자의 생각과 마음들이 있는 거다. 그게 절대 나쁜 건 아니지 않냐. ‘각자 입장들이 있는 거구나. 다 이해해야 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들이 들었다. 나도 많은 사람의 마음들을 더 생각하게 됐고, 우리 부모님 세대에 그런 선택들을 할 수밖에 없는 과정들을 이해하면서 마음을 추스르게 되는 그런 부분들이 생겼다.”
tvN 드라마 ‘(아는 건 없지만) 가족입니다’(이하 ‘가족입니다’)와 ‘미나리’ 연이어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대중들을 만난 한예리, 점차 가족에 대한 생각에도 ‘이해’가 녹아들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미나리’를 하고 나서 사실 한국에 왔을 때 그 시나리오가 올 줄 몰랐다. ‘가족입니다’를 우연한 계기로 봤는데 너무 마음에 들고, 또 다른 느낌으로 좋아서 하게 됐다. ‘미나리’를 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건 우리 엄마, 아빠가 어린 나이에 어린 아이를 낳아서 기르고 있었구나를 느꼈다. 그들이 쉽지 않은 삶을 이뤄가고 있던 걸, 우리 부모님 또한 힘든 상황이었겠다고 느꼈다. 애가 애를 키우려니 얼마나 쉽지 않았을까.
MBN스타 대중문화부 이남경 기자 mkculture@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