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웅 작가가 대한체육회의 학교폭력 관련 발언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허지웅은 19일 인스타그램에 "대한체육회가 체육계 학교 폭력 문제에 대한 대책을 내놓았다”면서 “청소년기 일탈을 두고 평생 체육계 진입을 막는 건 가혹하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말했다.
최근 배구선수 이재영, 이다영 자매와 송명근, 심경섭 등의 과거 학폭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엄벌을 처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전날 공개한 대한체육회의 ‘체육선수 학폭 등 가혹행위 관련 문체부의 추진 방향’ 답변서에는 대한체육회가 학폭 가해자를 두둔하는 것 같은 답변이 담겼다.
대한체육회는 "학생 선수들이 자기 성찰이 부족한 청소년기에 성적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동료 선수에게 가혹 행위를 한다”며 “지속적인 관심과 교육으로 올바른 자아 형성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 학폭 및 가혹 행위는 근절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청소년기에 무심코 저지른 행동에 대해 평생 체육계 진입을 막는 것은 가혹한 부분도 일부 있을 수 있다"면서 "형사처벌을 받은 범죄자에 대해서도 사회진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적절한 징벌 및 규제, 재범방지 교육, 사회봉사 명령 등을 통해 반성하고 교화해 사회에 재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지웅은 이에 대해 "과잉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서 그간 과잉 처벌이 아니라는 말이 보호했던 것이 언제나 과소한 처벌조차 받아본 적이 없는 대상뿐이었다는 사실은 슬프고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섬의 누군가가 고통을 호소할 때 그 절박함을 언뜻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러나 이 섬이 내가 아는 세계 전부인 이들에게 어떤 고통은 죽음과도 같다"면서 "이겨낸 것이 아니라 일부가 됐을 뿐이라는 걸 깨닫지 못하는 어른들의 섬은 다리가 놓이기 전에 먼저 가라앉을 것"이라고 일침했다.
<다음은 허지웅 글 전문>
며칠 전 학교, 군대, 직장, 그리고 결국 가정으로 수렴하는 닫힌 세계들에 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 닫힌 세계들은 일종의 섬과 같습니다. 어떤 섬은 잘 굴러가고 또 어떤 섬은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서로 고립되어 있다는 점에서 모두가 섬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어느 섬의 누군가가 고통을 호소할 때 그 절박함을 언뜻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섬이 내가 아는 세계의 전부인 이들에게 어떤 고통은 죽음과도 같습니다. 섬 밖을 상상할 수 있는 여유와 평정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섬을 관리하는 자들은 이미 오래 전에 그런 고통을 겪었거나 목격했습니다. 다만 그걸 그리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조리가 아니라 필요악이고 그걸 삼켜서 극복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거라 믿기 때문입니다. 극복한 게 아니라 폭력에 순응하고 방관했던 최초의 순간 섬의 일부가 되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대한체육회가 체육계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청소년기 일탈을 두고 평생 체육계 진입을 막는 건 가혹하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과잉처벌이 능사는 아닙니다. 다만 우리 사회에서 그간 과잉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말이 보호했던 게, 언제나 과소한 처벌조차 받아본 적이 없는 대상 뿐이었
섬들 사이에 다리가 놓이면 더 이상 섬이 아닙니다. 그런 섬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겨낸 게 아니라 일부가 되었을 뿐이라는 걸 깨닫지 못하는 어른들의 섬은 다리가 놓이기 전에 먼저 가라앉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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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허지웅 SNS[ⓒ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