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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한 위로', '힐링 뮤직'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옥상달빛의 음악은 대체로 언제 들어도 좋지만, 듣는 순간의 감정이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그 음악이 전해주는 깊이가 더 찐하게 다가올 때가 종종 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옥달(옥상달빛) 곡에 대한 선호도 다른데, 가령 '없는 게 메리트'나 '수고했어, 오늘도' '옥상달빛', '그대로도 아름다운 너에게'처럼 경쾌한 리듬 안에서 미소를 머금고 위로를 건네는 곡들이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는 편이지만 '하드코어 인생아', '정말 고마워서 만든 노래' 등 잔잔한 분위기의 곡들을 '최애곡'으로 꼽는 이 또한 적지 않다.
최근 필자의 마음에 뒤늦게 훅 들어온 곡은 2015년 5월 발표된 싱글 '희한한 시대' 수록곡,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어'다. 멤버 김윤주가 작사, 작곡한 곡으로 담백한 피아노 반주 아래 옥상달빛 특유의 화음이 단연 돋보인다.
'아침에 일어나 곱게 정리한 이불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을 했어/아무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었어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그런 생각을/내가 사라졌으면 내가 사라진다면 처음부터 이 자리에 없었던듯이/오늘도 어제처럼 열심히는 살고 있어 이렇게 살다보면/내가 사라지면 안되는 이유가 생기겠지/(중략)/오늘도 어제처럼 열심히는 살고 있어 이렇게 살다보면/내가 사라지면 안되는 중요한 사람이 되어 있겠지/ 언젠가 지금보다 행복한 일들도 생기겠지 이렇게 살가보면/(후략)('내가 사라졌으면 좋겠어' 가사)
가사 속 주인공은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한번쯤 해봤을' 생각에 잠겨 있다. 만만치 않은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이 한번쯤은 해봤음직한 '존재'에 대한 고민을 자기고백적 화법으로 풀어낸 이 곡은 감정의 밑바닥에서 출발하지만 궁극에는 언젠가 다가올 희망을 이야기한다.
이 곡이 발매되기 5년 전인 2010년 발표된 옥상달빛 데뷔 EP '옥상라됴' 수록곡인 '하드코어 인생아' 속 현실을 살고 있던 청춘에게, 5년이 지난 2015년은 여전히 '희한한 시대'다. 매일 쳇바퀴 돌듯 한 하루하루를 살다 문득 돌아보면 반짝반짝 빛나는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은 나날.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어'는 툭 건드리기만 해도 금세 울음이 쏟아질 것만 같은, 그럼에도 덤덤하고 무표정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세상의 모든 이들을 위로한다. 누군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박세연의 개취띵곡선]은 박세연 기자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소개하는 명곡 소개 코너입니다. 기자 개인의 주관이 포함된 선곡이 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psyon@mk.co.kr
사진|옥상달빛 '희한한 시대' 앨범 재킷[ⓒ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