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불암이 '한국인의 밥상'이 10주년을 맞이한 소회를 밝혔다. 제공|KBS |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지난 2011년 1월 6일 ‘거제 겨울 대구편’을 시작으로 한국인의 밥상에 담긴 인생역정과 희로애락을 담은 KBS1 대표 장수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이 10주년을 맞이했다. 한결같이 ‘한국인의 밥상’을 지켜온 배우 최불암(80)과 제작진이 10주년을 맞아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최불암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인의 밥상’과 함께한 지난 10년의 소회를 털어놨다.
최불암은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최근 10년 전 촬영했던 장면을 보니, 생각보다 크게 변한 게 없더라. 일찍부터 노인 역할을 맡았던 터라 보시는 분들도 지금의 모습이 예전과 다를 게 없다고 느끼는 것 같다. 다만 세월 따라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차를 타고 걷고 하다 잠시 숨을 고르며 생각하면 숨어있는 내 삶을 찾는 것 같다”며 프로그램을 향한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80이 넘어서까지 방송 일을 하며 복에 겨운 밥상을 받으러 다니는 것을 생각하면 전국의 우리 어머니들이 나 때문에 계시는 것 같고 나를 위해 굽은 허리, 무릎 관절 아픈 것도 참고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10년 동안 받은 그 사랑을 어떻게 다 갚나. 감사하고, 방법을 아직도 못 찾고 있다”며 시청자들에게 고마워했다.
‘한국인의 밥상’ 제작진도 “벌써 10년이 됐다. 10년 동안 수많은 음식 프로그램이 등장했음에도 한국인의 밥상은 담백하게 한국인의 음식 뿌리와 정서를 찾는데 집중하려 노력하며 진화했다. 요즘처럼 변화무쌍한 방송콘텐츠들 사이에서 이렇게 10년을 지켜올 수 있었던 건 한결같이 자리를 지켜주신 최불암 선생님과 시청자분들의 사랑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제작진은 최불암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주 한결같이 새벽에 밥상을 찾아 길을 떠나며 한 번쯤은 쉬고 싶을 수도 있고 귀찮을 수도 있는데 항상 시청자가 기다린다며 나는 아파도 안 된다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제작진의 말에도 항상 귀 기울여주시고, 때로는 이렇게 하면 어떨까 제안을 해 주실 때도 있다. 그만큼 최불암 선생님은 ‘한국인의 밥상’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선생님의 열정에 늘 경의을 표한다”고 말했다.
↑ 최불암이 '한국인의 밥상'의 의미를 되짚었다. 제공|KBS |
‘한국인의 밥상’은 지난 10년 동안 국내와 해외까지 약 35만km를 이동했다. 지구 8바퀴 이상을 돌며, 약 1400곳에서 8000여 가지 음식을 보여줬다.
오랜 시간 ‘한국인의 밥상’을 지켜온 최불암은 “기억에 남는 건 음식보다는 사람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언젠가 남원에서 추어탕을 촬영하던 때였던 것 같은데, 그때 맛을 보면서 산초가 좋아서 추어탕도 맛있는 것 같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 그런데, 어르신이 동네 느티나무 아래에서 날 기다리고 있다가 내 손을 잡고 신문지에 정성스럽게 싸서 뭔가를 주더라. 선물을 주고 싶은데, 줄 게 없다며 앞에서 말했던 그 산초 한 숟가락을 신문지에 싸서 주는 거다. 그런 고마운 분들이 있어 ‘한국인의 밥상’이 1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돌아봤다.
또한, 최불암은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주위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좋은 음식을 다 먹고 다닌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가장 맛있는 건 가난한 밥상이다. 지역을 다니면서 보면 밥상 대부분이 어려운 시절에 가족을 먹이기 위해 어머니가 궁핍한 식재료를 갖고 지혜를 짜내 만든 것이었다. 밥상을 받을 때마다 이 나라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어머니들의 지혜 덕분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어머니들에 대한 애잔한 마음도 있고, 또 그 바탕에 깔린 우리 역사에 대해 어른으로서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낀다. 나이 들어 힘든 건 어쩔 수 없지만,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고 위로한다”며 프로그램의 의미를 되짚었다.
‘한국인의 밥상’ 제작진은 “요즘은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지금의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면 우리의 전통 식재료와 음식들, 식문화는 잊히고 사라질 수도 있다”며 “‘한국인의 밥상’은 방송 프로그램이지만 우리 민족의 전통 식재료와 음식문화를 영상으로 기록하는데도 그 가치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먹거리들과 밥상에 담긴 한국인의 희로애락을 오랫동안 담아내고 싶다는 바람”이라며 애정을 당부했다.
한편, ‘한국인의 밥상’은 10주년을 맞아 7일부터 4주간 특집을 마련했다. 1편에서는 고향, 가족, 어머니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시청자들의 특별한 사연을 바탕으로 ‘내 인생의 한 끼’에 대한 추억을 나누는 시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2편과 3편에서는 최불암과 그의 아내 김민자, ‘한국인의 밥상’ 애청자인 배우 김혜수가 출연해 감동의 인생 밥상 한 끼를 함께 하는 과정이
4편에서는 지난 10년의 결산과 더불어 새로운 10년을 여는 미래지향적 마무리가 되도록 음식 조리서에 조예가 깊은 최불암의 인생 친구이자 소설가 김훈과 함께 한국 음식의 재현과 현대화에 힘쓰는 이들을 만나보고 한국인의 밥상에 대한 제언들을 들어보는 시간이 마련된다. ‘한국인의 밥상’은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40분에 방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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