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완이 동료 후배 폭행에 대해 언론에 자진 폭로했다. 단단하게 마음을 굳힌 그의 시선의 끝엔 그를 걱정하고 응원했던 신세경이 있었다.
지난 23일 방송된 JTBC 수목드라마 ‘런 온’(극본 박시현, 연출 이재훈, 제작 메이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지음) 3회에서는 결핍이라곤 없을 것 같았던 육상 국가대표 기선겸(임시완)의 쓸쓸한 세계에 오미주(신세경)가 발을 디디는 과정이 그려졌다. 부모님 결혼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한 선겸의 가족모임은 사실 선거를 대비해 국회의원 아버지 기정도(박영규)가 ‘완벽한 가족’, ‘잉꼬부부’라는 이미지메이킹을 하기 위해 기자들까지 불러 만든 자리였다.
이 쇼윈도 가족의 민낯이 드러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선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받던 기의원은 평생 1등을 놓치지 않은 누나 기은비(류아벨)와 선겸을 비교하며, 후배 폭행 사건에 대해 몰아붙였다. 자신의 정치 인생에 오점이 되지 말라며 징계위를 처리하겠다는 아버지에게 화가 난 선겸은 그냥 처벌받겠다며 맞섰다.
언론에 보도된 이 완벽한 가족사진의 실체를 선겸의 입장에서 꿰뚫어본 이는 바로 오미주(신세경)였다. 누군가의 아들이자 동생으로 사는 삶이 익숙하다는 그를 떠올리며, “익숙해서 괜찮다는 건 원래 안 괜찮았다는 것”인지 걱정된 것. 그리고 귀갓길, 사전 연락도 없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선겸을 만났다.
기은비의 말마따나 이날 가족모임도 ‘개판’으로 끝나고, 선겸의 발길이 무작정 닿은 곳은 바로 그녀의 집 근처였다. 미주는 먼저 화가 난 아버지가 집어던진 와인잔 파편에 맞아 상처 난 선겸의 얼굴에 연고를 발라줬다. 쓸쓸하게 돌아갈 집이 없다는 그에겐 “집이 없으면 비슷한 거라도 만들면 되지 않을까요?”라며 마음에 난 생채기에 연고를 발랐다.
국가대표 선겸과 통역사 미주는 육상팀 전지훈련과 기남매 화보 촬영 및 인터뷰 일정으로 제주도에서 재회했다. 이곳에서도 미주는 선겸의 세계를 엿보며 그를 챙겼다. 기은비에게만 질문을 쏟아내는 외신 기자에겐 형평성에 대해 항의했고, 심경이 복잡해 보이는 선겸의 이야기도 묵묵히 들어줬다.
사실 제주도에 내려오기 전 선겸은 징계위에 출석했다. 남자들끼리 치고받은 걸로 일 크게 만들지 말자는 위원들은 ‘눈 가리고 아웅’하듯 폭행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 대표팀 감독은 후배 김우식(이정하)이 제출한 폭행 증거를 무시했다. 자신도 처벌받았으니, 우식을 때린 그들도 처벌을 받을 것이란, 너무나도 당연한 걸 보여주고 싶었던 선겸의 의지는 그렇게 꺾였다. 원칙대로 처리됐다면, 전지훈련에 참여하지 못했어야 할 선겸의 마음이 내내 무거웠던 이유였다.
습관처럼 나가서 뛰며 힘든 일도 없는 셈 치며 살았다던 그는 “이번에는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요.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아요”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미주는 “극복이라는 게 꼭 매 순간 일어나야 되는 건 아니에요”라며 힘들면 힘든 대로, 하기 싫으면 하기 싫은 대로 넘겨보라는 응원으로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전지훈련이 언론에 공개되던 그날, 미주는 트랙 위에 선 선겸을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트랙에 혼자 남겨진 것도 같고, 트랙을 다 가진 것도 같고, 달리지 않는 순간에도 치열하게 달리고 있는 것 같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아버지가 폭행 사건을 돈으로 무마했다는 사실을 최종 확인한 선겸은 결단을 내렸다. 무조건 스타트를 해야 하는 육상 룰을 어기고, 달리지 않는 걸 선
‘런 온’ 4회는 오늘(24일) 목요일 밤 9시 JTBC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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