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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을 휩쓴 예능의 중심에는 `부캐`가 있다. `또 다른 나`로 변신한 이들은 마음껏 끼를 발산하며 인기를 모았다. 사진|각 방송사, SNS |
2020년 연예계는 언택트(비대면) 시대였다. 연초부터 불어닥친 코로나19 여파로 가요, 영화, 방송, 공연계 전반은 꽁꽁 얼어붙었다. 하지만 혹독한 보릿고개 속에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오는 사건들로 연일 뜨거웠다. 2020년의 끝자락에서, 올 한해 연예계를 장식한 크고 작은 사건들을 스타투데이 기자들이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지난해 MBC 예능 '놀면 뭐하니?'로 데뷔한 유재석의 트로트 가수 부캐 유산슬이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바야흐로 '부캐'(부캐릭터) 전성시대가 열렸다. 본캐와 다른 색다른 매력의 부캐들이 줄을 이으며 올해 각종 예능에서 맹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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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도 부캐 열풍에 앞장선 `놀면 뭐하니?`. 제공| MBC |
◆올해도 '부캐' 열풍…선두에선 '놀면 뭐하니?'
지난해 7월 첫 방송된 김태호 PD의 신작 예능 '놀면 뭐하니?'는 트로트 가수 유산슬, 라면 요리사 라섹, 하프 연주자 유르페우스, 천재 드러머 유고스타 등 여러 캐릭터를 만들어 내며 '부캐'라는 개념을 방송가에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데뷔 28년 차인 유재석에게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신인상을 안겨준 '놀면 뭐하니?'는 올해도 닭터유, 싹쓰리 유두래곤, 신박기획 지미유, 유팡 등 새로운 부캐를 생성했다.
유재석은 '무한도전'에서 긴 시간 호흡을 맞췄던 박명수와 다시 만나 '닭터유'로 변신, 치킨을 직접 만들어 시민들에 제공했다. 또 유드래곤으로 변신해 이효리, 비와 함께 혼성그룹 싹쓰리를 결성, 90년대 감성이 물씬 풍기는 곡 '다시 여기 바닷가'로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이어 신박기획 대표 지미유로 활약하며 센 언니들의 걸그룹 환불원정대를 구성, 엄정화 이효리 제시 화사라는 다시 보기 어려운 조합을 완성했다. 최근에는 H&H주식회사의 대표이사 유팡으로 출연, 시청자들의 사연을 받아 이야기를 전달하며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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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원차트를 싹쓸이한 싹쓰리 비룡, 린다G, 유두래곤(왼쪽부터). 사진| `놀면 뭐하니?` SNS |
'놀면 뭐하니?'에서 활약한 부캐는 유재석뿐만이 아니다. 싹쓰리 편에서는 이효리와 비, 황광희가 부캐로 활약했다. 이효리는 LA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재미교포 린다G로 변신해 톡톡 튀는 입담을 자랑했다. 비는 비룡으로 변신해 이효리와 유재석 사이에서 치이는 막내로 귀여운 면모를 자랑했다. 섭섭이, 삼룡이, 비린내 등의 별명을 얻었다. 황광희는 누나, 형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는 프로수발러 '수발놈'으로 출연해 거침없는 입담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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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성부터 화제를 모았던 환불원정대 은비, 만옥, 지미유, 천옥, 실비(왼쪽부터). 사진| `놀면 뭐하니?` SNS |
이효리의 말 한마디로 시작된 환불원정대 편에서는 이효리를 비롯해 엄정화, 제시, 화사가 각각 천옥, 만옥, 은비, 실비라는 부캐를 만들었다. 세 보이는 외모와 달리 여린 마음씨를 지닌 만옥, 재치 있으면서도 다정한 리더 천옥, 한국어가 서툰 귀여운 매력의 소유자 은비, 평온한 목소리로 하고싶은 말을 다 하던 실비까지 매력적인 조합이 돋보였다.
싹쓰리와 환불원정대 편은 화제성과 시청률까지 그야말로 싹쓸이했다. 이뿐 아니라 싹쓰리 데뷔곡 '다시 여기 바닷가'와 환불원정대 데뷔곡 '돈트 터치 미(Don't Touch Me)'는 각종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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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투리와 입담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둘째이모 김다비. 제공| TV조선 |
◆ 김신영, 신봉선, 이유리…예능 요소 가미한 '부캐'들
부캐 열풍에 힘입어 새로운 부캐들이 속속 등장했다. 개그우먼들의 그룹 셀럽파이브 등으로 사랑받은 김신영은 트로트 가수 '둘째이모 김다비'로 변신해 '주라주라'를 발표하고 활발하게 활동했다. 둘째이모 김다비는 김신영의 이모 콘셉트로 찰진 사투리와 더불어 "가족이라 하지 마이소 가족 같은 회사 내 가족은 집에 있어요", "회식 올 생각은 말아주라", "야근할 생각은 마이소" 등 직장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가사로 큰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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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마니아에서 온 400살 뱀파이어 캡사이신. 제공| 미디어랩 시소 |
신봉선 역시 부캐 '캡사이신'으로 변신, '매운사랑'을 발표했다. 둘째이모 김다비의 추천으로 데뷔한 캡사이신은 루마니아에서 온 400살 뱀파이어 콘셉트를 내세웠다.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챙이 긴 모자와 빨간색 드레스를 트레이드 마크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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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스토랑`에 돌아온 큰손, 이요리. 제공| KBS |
부캐 열풍은 이뿐만이 아니다. KBS2 예능 '편스토랑'에서 큰손 요리로 사랑 받은 이유리는 최근 '편스토랑'에 다시 합류하면서 부캐 '이요리'로 변신했다. 드라마 '아내의 유혹'에서 장서희가 얼굴에 점을 그린 뒤 구은재에서 민소희로 변신했던 것을 패러디, 이유리는 직접 얼굴에 점을 그리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이요리'로 변신했다. "난 이제 이유리가 아니야. 내 부캐. 이요리"라고 당당하게 말한 이요리는 여전한 큰손 요리와 빼어난 실력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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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절 없는` 인기곡 작곡가 카피추. 사진| MBC 방송화면 캡처 |
◆유튜브서도 '부캐' 활약
유튜브에서도 부캐의 활약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개그맨 추대엽의 '카피추'를 제일 먼저 꼽을 수 있다. 산에 살며 속세와 접촉이 전혀 없어 절대 표절은 하지 않는다는 콘셉트의 카피추는 많은 사람이 아는 노래들을 믹스, 새로운 노래로 만들어 낸다. 그러면서도 절대 자신은 원곡을 알지 못한다는 뻔뻔한 입담이 웃음 포인트다. 카피추는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끌자 여러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카피추는 개그맨 추대엽의 지인을 만나도 "나는 모르는 사람"이라 선을 그으며 일관성 있게 부캐 설정을 밀고 나가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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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캐선발대회` 우승자 아니쥬, 아원츄. 제공|Mnet |
아예 부캐를 주제로 한 웹예능도 등장했다. Mnet 웹예능 '부캐선발대회'다. 지난달 종영한 '부캐선발대회'는 가수, 개그맨, 유튜버 등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인물들이 부캐로 등장해 색다른 매력을 뽐내는 신개념 부캐릭터 예능이다. 송해가 신인MC 아리송해로 출연하고, 유키스 수현이 수현OPPA로 변신해 화제를 모았다. 탁재훈과 이지훈은
올 한해 방송가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부캐'열풍이 내년에도 계속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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