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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연예계를 관통한 ‘핫 키워드’를 꼽자면 임영웅과 트로트다. 사진ㅣ강영국 기자 |
2020년 연예계는 언택트(비대면) 시대였다. 연초부터 불어닥친 코로나19 여파로 가요, 영화, 방송, 공연계 전반은 꽁꽁 얼어붙었다. 하지만 혹독한 보릿고개 속에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오는 사건들로 연일 뜨거웠다. 2020년의 끝자락에서, 올 한해 연예계를 장식한 크고 작은 사건들을 스타투데이 기자들이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2020년은 코로나 시대였지만, 트로트 시대이기도 했다. 2020년 연예계를 관통한 ‘핫 키워드’는 단연 임영웅과 트로트 예능이다. ‘트로트의 재발견’을 넘어 가히 ‘트로트의 재개발’ 수준이었다.
지난해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미스트롯’을 시작으로 점화된 트로트 열풍은 ‘미스터트롯’으로 불타올랐다. 임영웅 영탁 이찬원 김호중 장민호 같은 신예 트로트 스타를 만들어내며 세대 교체를 이뤘고, 추억의 트로트 가수들까지 소환하며 재조명 하게 했다. 또, 아이돌 팬덤도 울고 갈 중장년층의 ‘덕질’ 문화로 이어지며 대한민국을 ‘트로트 천하’로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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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웅 영탁 이찬원 김호중 정동원 장민호 등의 인기는 방탄소년단, 박보검, 공유 부럽지 않을 정도로 화력이 컸다. 제공ㅣTV조선 |
임영웅 영탁 이찬원 김호중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 등 이른바 ‘미스터트롯’ 톱7(TOP7)의 인기는 거셌다. 프로그램 방영 중에만 주목받은 것이 아니라 그 이후 화력이 더 컸다. 이들은 단언컨대 2020년이 수확한 대어 중 대어였다.
임영웅의 경우 가수 브랜드 평판에서 그룹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아이돌급 화력의 팬덤을 이끌며 음원차트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임영웅은 지난 14일 네이버가 발표한 2020년 네이버 최다 검색어 인물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공식 유튜브 채널 ‘임영웅’은 100만 구독자를 넘어섰다. 신곡 ‘히어로(HERO)’ 뿐 아니라 지난 4월 발표한 ‘이제 나만 믿어요’로 트로트 역사상 한 번도 장악하지 못한 음원차트를 섭렵했다.
임영웅의 인기는 광고시장도 강타해 초특급 브랜드의 광고모델로 줄줄이 발탁됐다. 가전, 자동차, 패션, 식품, 뷰티, 자동차, 정수기 등 다양한 분야의 광고를 섭렵했다. TV만 틀면 그의 광고를 하루에도 수십 편을 보게 된다. 몸값도 억대로 치솟은 것으로 알려진다.
주목되는 점은 신드롬급 인기가 1위 임영웅에게만 편중된 것이 아니라는 것. 영탁 장민호 김호중 등도 여러 편의 광고를 촬영했고 폭풍 같은 인기의 중심에 섰다. 송가인에게 집중됐던 ‘미스트롯’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들은 1060세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인기에 광고계 빅스타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기존 트로트 주 소비층인 5060세대 뿐 아니라 10대 등 잠재 소비층에게까지 브랜드와 상품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 여기에 오랜 무명과 역경을 딛고 성공한 스토리까지 더해져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도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군 복무 중인 김호중은 올해 발매한 두 개의 앨범으로 총 10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 성인가요와 클래식계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미스터트롯: 더 무비’는 개봉 당시 상대적인 스크린 수 열세에도 불구하고 전체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또한 올해 멀티플렉스 단독 개봉작들의 최고 스코어 또한 경신하며 누적 관객수 15만 명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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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로트를 중심으로 재편된 예능 프로그램들이 방송가를 점령했다. 하지만 피로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출연자 겹치기 논란, 쏠림 현상 등이 지적되기도 한다. 사진ㅣ각 방송사 |
트로트 열풍은 TV 예능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35.71%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미스터트롯’의 성공을 방송사들은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앞다퉈 트로트 예능 제작을 서둘렀다. 트로트를 중심으로 재편된 예능 프로그램들이 올 한해 방송가를 점령했다.
각 방송사들은 익숙할 수도 지루할 수도 있는 트로트 오디션을 저마다의 차별화를 꾀해 선보이고 있다. SBS는 지상파 중 가장 발빠르게 ‘트롯신이 떴다’를 선보였다.
SBS ‘트롯신이 떴다’는 지난 3월 4일 첫방송에서 시청률은 1부 9.2%, 2부 14.9%를 기록했다. 코로나19라는 변수 속에 랜선 버스킹을 선보였던 ‘트롯신이 떴다’는 시즌2로 변신을 시도, 무명가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재탄생했다.
MBC는 ‘최애엔터테인먼트’에 이어 10월부터 경연 프로그램으로 ‘트로트의 민족’을 선보이고 있다. ‘트로트의 민족’은 MBC의 각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국의 숨은 트로트 고수를 발굴해내는 지역 유랑 트로트 서바이벌이다. 첫방송에서 평균 시청률 10.2%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등극했다.
MBN은 ‘보이스트롯’을 발빠르게 론칭, 시청률 시청률 18.1%를 돌파하며 트로트 열풍 대열에 합류했다. 이 방송을 통해 박세욱 김다현 등 신예 스타들을 배출했고, 슬리피 추대엽 등을 재발견했다.
23일에는 ‘트롯파이터’가 첫 방송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트로트 기획사 대표로 변신한 김창열과 박세욱이 매주 새로운 가수, 배우, 아이돌, 개그맨, 스포츠 스타 등을 영입해 뽕끼 넘치는 트로트 배틀을 펼치는 콘셉트다.
KBS는 11월부터 송가인의 소속사 포켓돌스튜디오와 의기투합해 ‘트롯 전국 체전’ 제작에 나섰다. 첫방송에서 전국 시청률 최고 16.5%를 단숨에 기록하며 토요일 예능 1위에 올라섰다.
전국 8개 지역 대항전 형식의 콘셉트로 전국팔도에 숨어있는 유망주를 발굴해 새로운 트로트 스타를 탄생시키는 과정을 보여준다. 중견 탤런트 고두심이 남진, 김수희 등 트로트 스타들과 함께 감독으로 출연한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뿐 아니라 기존 방송사 간판 예능들도 올 한해는 트로트 스타들 섭외에 가장 공을 들였다. ‘미스터트롯’ 후속 프로그램인 ‘뽕숭아학당’과 ‘사랑의 콜센타’가 15% 이상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자 JTBC ‘아는 형님’ ‘뭉쳐야 찬다’가 트로트 스타 특집 방송을 편성해 시청률 재미를 봤다.
지난 추석 연휴도 트로트 일색이었다. 안정성을 담보로 한 트로트 프로그램은 시청률 면에서도 가장 큰 성과를 냈다. ‘가황’(歌皇) 나훈아를 15년 만에 소환한 KBS 2TV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은 전국 시청률 29.0%를 기록했다. 임영웅의 첫 MC 데뷔로도 주목받은 TV조선 ‘트롯어워즈’ 역시 트로트 100년의 역사를 되짚는 시간을 가지며 22.4%의 시청률을 냈다.
◆ 여기도 트로트 저기도 트로트…과열 경쟁이 부른 피로감
각 방송사들이 사활을 걸고 트로트 예능 제작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것은 대한민국을 강타한 트로트 열기와 높은 시청률이 유혹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젊은 시청자가 유튜브나 넷플릭스로 점점 이탈하면서 중장년층을 잡기 위한 프로그램 제작에 공을 쏟는 분위기다. 또,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연말 디너쇼나 대형 가수들의 콘서트가 취소되면서 그 공백과 허전함을 대신 채울 수 있는 매혹적인 시장이다.
2020년은 한마디로 트로트 르네상스다. 예로부터 트로트는 국민들의 애환을 위로해주는 정서적 동반자였다. 이제는 특정층의 음악이 아닌, 보고 함께 즐기는 세대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일상이 멈춰버린 지금, 트로트 특유의 흥과 눈물의 컬래버레이션은 대중들에게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삶의 낙이 없던 우리 어머니가 트로트 때문에 살 맛 나신대요”라는 반응을 여러 곳에서 쉽게 보고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우후죽순 쏟아지는 트로트 예능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방송사마다 비슷한 포맷과 출연자 겹치기, 우려먹기 등 새로울 것 없는 ‘방송 따라하기’ 관행을 반복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간과할 수 없는 점은 그 많은 트로트 오디션에서 “왜 송가인 임영웅 같은 새로운 스타를 만들어내지 못하냐”이다. 트로트의 독과점이 장기화 되면 부작용도 따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17일 첫 방송된 TV조선 ‘미스트롯2’이 최고 시청률 30%를 넘으며 오리지널의 위엄을 과시했다. ‘미스터트롯’의 인기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을 깨고 더욱 웅장해진 규모로 트롯 오디션 원조다운 위용을 드러냈다.
‘미스트롯2’의 성공적인 출발과 함께 트로트 예능은 당분간 ‘미스트롯2’의 독주 체재로 재편될 전망이다. 여기에 각 방송사들이 나머지 시장을 나눠먹는 형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1년엔 임영웅, 송가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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