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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박하선이 '산후조리원'과 '며느라기'를 동시에 히트시키며 데뷔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제공|키이스트 |
"제2의 전성기가 오긴 올까 했는데 너무 감사하고 정말 오랜만에 많은 행복감을 느끼고 있어요. 그간의 공백기가 영향을 미친 게 아닐까 싶어요. 정말 일하고 싶었고, 일이 그리웠고, 그래서 쉰만큼 감사한 마음으로 재미있게 열일하고 있답니다. 회사나 주변에서 많이 걱정해주시는데 정말 전혀 하나도 안 힘들어요. 지금은 새벽 공기도, 햇볕도 좋아요. 밖에만 나서도 너무 즐거운걸요?(웃음)"
자신의 2020년이 이토록 뜨거울 줄, 예상했을까? '워킹맘' 배우 박하선(33)이 올 겨울 제대로 '커리어 하이' 했다. 최근 종영한 tvN '산후조리원'과 카카오TV '며느라기'를 통해 남녀노소의 공감을 자극하며 데뷔 15년 만에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한 것.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출신으로 2005년 드라마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로 데뷔한 박하선은 2011년 방송된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으로 시청자의 눈에 제대로 들었다. 이후에도 '동이', '투윅스', '혼술남녀' 등 쉼 없이 작품을 이어오며 스펙트럼 넓은 연기를 보여준 그는 배우 류수영과 결혼, 출산후 지난해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으로 안방극장에 복귀해 한층 깊어진 감정선을 선보인 데 이어 올 가을·겨울 '산후조리원'과 '며느라기'로 연타석 홈런을 쳤다.
다채로운 스펙트럼 속에서도 특히 '하이킥'이나 '혼술남녀' 등 현실감 넘치는 설정과 캐릭터에서 유독 큰 사랑을 받아왔던 박하선이기에 '산후조리원'과 '며느라기'처럼 극사실주의 작품에서의 활약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바지만, 그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줬다.
비결은 어쩌면, '산후조리원'과 '며느라기' 속 설정 자체가 박하선이 지난 3년 여 결혼, 출산, 육아를 거치며 직접 경험한 일들이라 그러할 터다. 특히 '산후조리원'에서 열연한 '사랑이 엄마' 조은정은 그 스스로도 '인생 캐릭터'라 할 정도로 박하선 자신을 투영한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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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하선은 '산후조리원'에서 열연한 조은정에 대해 "인생캐릭터"라 말했다. 제공|키이스트 |
극중 조은정은 산후조리원의 여왕벌이자, 프로 전업맘 '사랑이 엄마'였다. 박하선은 초보 엄마들에겐 선망의 대상인 '출산 유경험자' 은정의 까칠 도도한 외연부터 바깥 일 하느라 집안일엔 관심 1도 없는 남편과 권태로운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전업맘'의 남모를 공허함까지 버라이어티한 인물의 속내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봇물처럼 쏟아진 시청자의 호평에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한 박하선은 "인생캐’라는 말이 나와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말을 이어갔다. "이런 반응들이 너무 재미있었고, 마지막 촬영을 하기 싫을 정도로 스스로 조은정에 대한 애착이 강했어요.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모두들 그렇게 얘기해 주시고 같이 느껴주셔서 감사했죠. 좋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서 천운이라 생각하고, 이 시기를 못 잊을 거 같아요. 당분간 공백이 또 생기더라도 버틸 수 있는 큰 힘이 된 것 같아요."
대본을 처음 받아들 때마다 '이건 무조건 대체 불가능한 캐릭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살아있게'라는 말을 대본에 적어두곤 한다는 박하선. 극중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도 갖췄다. 모든 걸 내려놓고 '젖소'의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조리원 안에서조차 '패피(패션피플)'의 면모를 잃지 않기 위해 박하선은 명품 스카프나 개인 소장 헤어밴드를 활용하는가 하면, 실제 자신도 출산 후 사용했던 아대, 수면양말, 내복을 사비로 구입해 활용했다. 또 자신이 아이를 낳은 뒤 조리원에서 생활하며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이 '산후조리원' 안에 고스란히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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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하선은 '산후조리원'을 통한 연기 변신 호평에 대해 "의도한 대로 돼 행복하다"며 감사를 표했다. 제공|키이스트 |
"초반에 '얄밉다', '박하선이 저런 연기도 잘하네'라는 반응에 쾌재를 불렀죠. 그리고 점점 후반으로 갈수록 '짠하다', '공감 가서 미워할 수가 없다'라며 은정을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분들의 댓글을 보며 즐겁고, 감사했어요."
실제 '찐' 현실 조동(조리원 동기) 친구들의 피드백도 빼놓을 수 없었다. 그는 "드라마에 대한 피드백은 제 주변 친구나 지인 반응이 가장 정확한데, 이렇게 끝까지 재미있다며 피드백을 준 적은 처음"이라며 "얼마 전에도 단톡을 했는데, 이분들과는 전우애 같은 게 있고 실제로도 굉장히 힘이 된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런가하면 '산후조리원'으로 만난 배우들 역시 박하선에겐 특별한 인연으로 남아 있다고. 박하선은 "지금도 배우들과의 단톡방이 다 남아있고, 여전히 카톡 중이다. (최)수민 선배님까지 다 계실 정도로 모두 너무 친하고 좋다. 코로나19 시대라 잘 모이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많이 친해졌다"고 말을 이었다.
"엄지원 언니는 물론이고, 특히 장혜진 언니랑 많이 친해졌는데, 언니도 4살 늦둥이 자녀가 있어서 공감대가 많이 형성됐어요. 언니는 굉장히 재미있고 편안한 분이셔서 마음이 잘 맞았죠. 또 까꿍이 엄마 역의 김윤정 배우나 열무 엄마 최자혜 배우도 다 너무 좋았어요. 다들 너무 바쁘기 때문에 바람이 있다면 시즌2로, 일로 다시 모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극중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지만, 극중 인물과 실제 박하선이 완벽하게 같을 수는 없는 법. 캐릭터와 자신의 비슷한 점과 차이점에 대한 질문에도 솔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저는) 은정이와 결도 다르고 그만큼의 노력에는 못 미치지만, 좋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하는 점이 비슷한 것 같아요. 저도 완모도 해봤고, 혼합(수유)도 해봤죠. 육아 서적도 10권 이상 읽었고, 실제로 ‘육아 만렙’ 은정이처럼 육아에 대한 정보가 많고, 진짜 조리원 내 핵인싸라는 말도 들었어요. 2년을 육아하면서 오로지 아이를 위해서 은정이처럼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 은정에게 공감을 많이 했죠. 그렇지만 은정처럼 고단함과 외로움을 혼자 다 짊어지려는 캐릭터는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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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하선이 실제 자신은 '산후조리원' 속 조은정처럼 모든 것을 잘 하려 애쓰기보단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는 엄마라고 밝혔다. 제공|키이스트 |
모유냐 분유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너무 모유만 고집하는 부분도 이해하기 어려웠죠. 모유가 사실 하려고 해도 안 나오는 사람도 많고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 일이고 보통은 많이 먹이기 힘들거든요. 너무 모유만을 고집하면 아이도 엄마도 힘들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이 쉽진 않았죠.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극 중 루다가 대변도 해주고, 혼합수유에 대한 얘기도 해주기에 잘 해결이 됐다고 생각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엄마가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엄마이기 때문에 공감이 쉽진 않았지만, 결국에는 은정이가 마지막에 할 말도 하고 달라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드라마는 극 초반에는 조은정과 오현진(엄지원 분)이 '전업맘'과 '워킹맘'으로 대립하는 구도로 시작, 먼저 엄마가 된 조은정이 우세한 느낌으로 전개되지만 궁극에는 엄마들이 대립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걸 보여준다. 각자의 다른 상황 속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의 행복, 엄마에 앞서 '자아'라는 메시지를 던져준 것. 박하선 역시 이같은 작품의 메시지에 대해 '엄마'로서 공감과 감사를 표했다.
"임신과 출산, 육아에 관해 이렇게 말해주는 드라마가 그 동안 없었고 이 작품이 있어 너무 감사하다고 생각해요. 은정이는 모성애에 너무 치우쳐있는 사람이었지만 점점 깨달아가는 부분이 있어서 좋았죠. 드라마에서는 아이가 먼저인 은정이 같은 캐릭터도 있고, 엄마가 먼저라고 생각하는 루다나 현진이 같은 캐릭터도 있었기에 그런 다양성을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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