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후조리원’ 박하선 사진=키이스트 |
지난달 24일 종영된 tvN 월화드라마 ‘산후조리원’(연출 박수원‧극본 김지수, 최윤희, 윤수민)에서 박하선은 조은정 역으로 전업맘의 삶을 대변했다. 그는 정성일과 부부로 호흡하면서 남윤수와 묘한 썸 케미로 화제를 모았다.
이 작품은 박하선이 오랜만에 복귀작이었던 만큼 반가움과 함께 ‘역시 박하선’이라는 매력을 다시금 느끼게 만들었다. 그만큼 박하선 역시 자신에게 ‘산후조리원’과 조은정 캐릭터에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코로나19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해 박하선은 서면 인터뷰로 이번 작품에 얽힌 자신의 솔직한 속내와 소감을 전했다. 또한 작품과 캐릭터들에 대한 그의 솔직하고 과감한 생각, 그리고 실제 박하선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어볼 수 있었다.
↑ 박하선 인터뷰 사진=키이스트 |
▶이하 박하선 일문일답
Q. 8부작이라는 짧은 회차 속 시즌2에 대한 기대까지 주며 시청자들과 아쉬운 안녕을 하게 됐다. 마친 소감은 어떤가.
A. 인생 캐릭터를 만나 정말 행복한 한 달이었고, 조은정을 떠나보내기가 무척 아쉽다. 좋은 평을 많이 받은 작품이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대본, 연출, 배우, 제작진 모두 완벽한 작품에 함께 해서 영광이었다. 너무 아쉬워서 시즌2를 꼭 했으면 좋겠다. 함께 열광적으로 호흡하고 지지해준 시청자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Q. 자신이 연기한 조은정의 가장 큰 매력은 어떤 점이었나.
A. 우아하고 도도하면서도 웃기고 짠하고 귀엽고 슬프고. 여러 가지 매력과 인간적인 모습이 있는 정말 복합적이고 버라이어티한 캐릭터다. 이 정도로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연기할 수 있을지 몰랐다. 그래서 촬영하는 내내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다. 인생 캐릭터였다.
Q.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하거나,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A. 대본에 ‘풀메이크업에 진주 귀걸이를 한’이라는 지문이 있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인물로, 데뷔 이래 처음으로 꾸밀 수 있는 캐릭터였다. 조리원 복장 안에서 최대한 캐릭터 콘셉트를 보여주기 위해 명품 스카프, 개인 소장 헤어밴드, 내가 썼던 아대, 수면양말, 내복 등을 사비로 구입해 활용했다. 그리고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느낌의 캐릭터여서 ‘나는 여왕벌이다’ ‘나는 최고다’ 생각하며 연기했다.
Q. 묘하게 끌리는 매력을 가진 조은정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이 있다면?
A. 초반에 얄밉다 ‘박하선이 저런 연기도 잘하네’라는 반응에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 점점 후반으로 갈수록 ‘짠하다’ ‘공감 가서 미워할 수가 없다’라며 은정을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분들의 댓글을 보며 즐겁고, 감사했다.
Q. 이번 작품에서 명장면, 명대사를 꼽는다면?
A. 매 장면들이 레전드이지만, 6화에서 베이비시터를 두고 현진과 경쟁하는 장면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특히 바주카포가 강렬했다. 연기하면서도 카타르시스를 느낄 만큼, 이런 광기 어린 연기를 언제 또 해볼 수 있을까 하며, 그동안 봤던 모든 비이성적인 캐릭터들을 떠올리며 연기했다. 명대사는 마지막 8화에서 은정이 자책하는 현진에게 하는 ‘제일 중요한 건 결국 나예요’라는 말이 작품의 메시지이기도 해서 마음에 가장 와닿았다. 내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많은 분들이 아셨으면 좋겠다. 모든 분들을 응원한다.
↑ ‘산후조리원’ 박하선 남윤수 정성일 사진=키이스트 |
Q. 무엇보다 박하선 역시 출산경험이 있다. ‘산후조리원’에 임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공감했을 것 같다. 가장 공감된 부분은 무엇이었나.
A. 극 초반 현진이의 출산 장면이 공감이 많이 갔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을 기대하고 고대하고 많이 상상해도 막상 눈앞에 있는 작은 생명체를 보면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여 표현하기가 어렵다. 진짜 내가 낳은 아이인가 싶어 낯설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막상 양수에 붙어있는 아이를 처음 봤을 때는 예쁘다는 말이 안 나오는 경우도 있다. 모든 게 다 처음이었으니까. 그래서 나도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는데, 대본에도 그렇게 쓰여 있어서 너무 공감이 많이 갔다. 아이는 키우면서 점점 예뻐 보이고 모성애가 생기더라. 또 처음 산후조리원 수유실에 들어갔을 때 실제로 눈을 어디에다 둬야 할지 모르겠더라. 난 친구랑 목욕탕도 같이 가지 않는데 말이다.(웃음) 모르는 사람들이 가슴을 내보이고 교류한다는 게 당황스럽기도 했고 기억에 남았다. 그런데 그 장면이 드라마를 통해서도 등장해서 너무 공감됐다.
Q. 함께 호흡을 맞춘 엄지원, 장혜진, 남윤수, 정성일은 어떤 배우였나.
A. 코로나19 시대라 잘 모이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많이 친해졌다. 특히 장혜진 언니랑 많이 친해졌는데, 언니도 4살 늦둥이 자녀가 있어서 공감대가 많이 형성됐었다. 언니는 굉장히 재미있고 편안한분이셔서 마음이 잘 맞았다. 까꿍이 엄마 역의 김윤정 배우나 열무 엄마 최자혜 배우도 다 너무 좋았다. 다들 너무 바쁘기 때문에 바람이 있다면 시즌2로, 일로 다시 모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엄지원 언니와도 처음에는 은정이와 부딪히는 장면이 많았다. 서로 잘해야했다. 그런데 언니가 워낙에 딱풀이 엄마답게 자연스럽게 잘해주셔서 편안했다. 리액션에 대한 지문이 없어도, 저절로 감정들이 나왔던 것 같다. 서로 많이 주고 받으며 시너지가 났던 것 같아 좋았다. 엄지원 언니도 최리 배우도 모두 다 너무 연기 잘하시는 분들이시라 저절로 합이 맞았던 것 같다. 남윤수는 ‘인간수업’이라는 작품을 너무 잘 봤고, 잘 될 친구라고 생각했다. 제가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드라마 종영 즈음에 친해져서 아쉬웠다.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서로 다른 작품에서 다시 보자고 했었는데, 각자 또 새롭게 성장한 모습으로 만났으면 좋겠다. 정성일은 너무 잘 되실 거 같고, 연기를 너무 잘해 주셔서 편했고 좋은 파트너였다. ‘비밀의 숲’에서 박상무 역할로 인지도가 높으신데 나 또한 너무 재미있게 본 작품이었다. ‘산후조리원’에서는 미움을 많이 받아서 토닥여 주고 싶더라.
Q. 한편으로 박하선은 엄지원이 맡은 오현진 캐릭터와 상황이 더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워킹맘으로서 느낀 고충은 무엇인가.
A. 예전에는 워킹맘으로서의 고충은 불안이었다. 임신 동안 쪄있던 살들이 다 빠질 수 있을까도 고민됐었고, 다시 돌아가면 내 자리가 있을까라는 생각, 내가 엄마인데 이런 생각을 해도 되나 싶기도 했다. 지금은 이런 생각들을 전혀 하지 않는다. 이 드라마를 하고 너무 뿌듯했던 게 딸아이가 너무 좋아한다는 거였다. 드라마를 보던 딸이 ‘엄마 나 사랑해?’라고 묻길래, 깜짝 놀라서 왜 그러냐고 했더니 ‘사랑이는?’이라고 묻더라. 그래서 너무 귀여워서 딸에게 ‘사랑이랑 TV 속 엄마는 다 가짜야. 진짜 엄마는 우리 딸을 제일 사랑해’라고 말해 줬었다. 그러자 안심이 됐는지 그 다음부터는 드라마를 아주 재미있게 보더라. 또 택배 차에 갇힌 장면을 보고는 ‘내가 저 때 같이 있었어야 했는데’라며 엄마를 구해주겠다고 말해 너무 귀여웠다. 마지막 회도 같이 봤는데, 이제는 아이가 내 일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시작한 것 같다. 예전에는 ‘엄마 가지마’ 하던 아이가 이제는 ‘엄마 잘 갔다 와, 사랑해’라고 말해준다. 그렇기에 지금은 워킹맘이 고충이라고 전혀 생각지 않는다.
Q. 또한 이번 작품으로 컴백하기 전까지 경력 단절이라는 것을 느꼈었다고 고백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당시의 경력 단절을 겪었을 때 심정은 어땠나.
A.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고귀한 일을 하고 있어’ ‘값진 일을 하고 있어. 이게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야’라고 생각하며 버텼다. 일은 못 하고 있었지만 내 인생에서 제일 잘한 일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 시간들 동안 다양한 작품들을 굉장히 많이 봤고, 그런 시간들이 내게는 약이 되더라. 또 한편으로는 이 작품을 하려고 그런 시간들을 지나온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럴 때 ‘산후조리원’은 내가 왜 이 직업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극명하게 느끼게 해 준 작품이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을 통해, 이 캐릭터를 통해 표현하라고 내게 휴식기가 주어진 것만 같았고, 내 출산경험이 없었다면 이 작품을 못 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배우라는 직업이 더 좋아졌고, 잘 맞는다고 느꼈다.
Q. ‘산후조리원’에 대한 큰 애정이 보인다. 그럼 이 작품은 박하선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은가.
A. ‘산후조리원’은 내게 조은정이라는 캐릭터로 남게 될 것 같다. ‘박하선이 연기한 조은정이 너
MBN스타 대중문화부 이남경 기자 mkculture@mkculture.com